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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양인가 잃은 양인가?살며 묵상하며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 승인 2019.09.26 03:20
10 너희는 이 작은 사람들 가운데서 한 사람이라도 업신여기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늘에서 그들의 천사들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얼굴을 늘 보고 있다. 11 (없음) 12 너희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어떤 사람에게 양 백 마리가 있는데, 그 가운데 한 마리가 길을 잃었다고 하면, 그는 아흔아홉 마리를 산에다 남겨 두고서, 길을 잃은 그 양을 찾아 나서지 않겠느냐? 13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그가 그 양을 찾으면, 길을 잃지 않은 아흔아홉 마리 양보다, 오히려 그 한 마리 양을 두고 더 기뻐할 것이다. 14 이와 같이, 이 작은 사람들 가운데서 하나라도 망하는 것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뜻이 아니다.(마태복음 18:10~14/새번역)

아흔아홉 마리 양을 두고 한 마리 길 잃은 양을 찾아 떠나는 목자의 비유, 모르는 신앙인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한 영혼이라도 소홀히 하지 않으시는 주님의 사랑을 일깨웁니다. 그러나 이 비유의 에필로그에 관심을 갖는 신앙인은 얼마나 될지. 그 목자와 잃어버린 양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목자가 잃은 양을 찾아 돌아오면 어찌 되겠습니까?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많은 동화가 왕자가 공주를 구하고 행복하게 살았다로 끝납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떨까요? 시집살이, 부부싸움, 성격차이… 게다가 왕궁에서의 권력싸움까지 현실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습니다. 한 마리 양을 찾아서 돌아온 목자가 맞닥뜨린 현실 역시 희극이 아니었습니다. 창녀, 세리, 사마리아인, 문둥병자… 그 잃은 양들을 찾아 하나님 나라 잔치를 벌이셨습니다. 하지만 아흔아홉 마리 양들은 그 목자를 죽입니다. 십자가에 달아 죽입니다. 잃은 양과 목자에 대한 이 잔혹극은 세월이 흘러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났습니까? 주님께서 부활하시어 죄인들을 구하시고 교회는 행복하게 살았습니까?

▲ 「선한 목자」 (icone)

주님 부활 승천하시고 교회의 역사가 시작되면서 잃은 양들의 공동체가 자라납니다. 잃은 양들의 교회가 로마의 국교가 되고 아흔아홉 마리, 혹은 999마리가 됩니다. 그들을 통제하고 이끌어갈 교리가 생겨나고, 결국 그 기준에 맞지 않는 길 잃은 양이 나타납니다. 창녀, 세리, 사마리아인, 문둥병자 같은 또 다른 소외자, 약자, 작은 이들이 나타납니다. 기준이 율법에서 정통, 교리로 달라졌을 뿐, 길 잃은 양을 희생양 삼는 패턴은 그대로가 아닙니까.

내적으로 갈등이 있는 공동체가 문제를 잊고 강력하게 뭉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외부의 적을 만나면 하나로 뭉칩니다. 외부에 적이 없다면, 내부에 적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혐오, 불의, 부정의 대상을 하나만 찾아내면, 나머지는 그 하나를 정죄하고 미워하는 폭력성으로 하나가 됩니다. 또한 나머지 모두 역시 그런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고 공동체의 체제와 규율에 더욱 철저히 복종합니다. 희생양은 마이너스 1의 평화이자 조직 통제의 수단이 됩니다.

누가 죄인이고 누가 틀렸는지를 추적하며 그들을 심판하는 길, 도대체 그 길 어디에 주님의 발자국이 있습니까. 물론 권력계층의 위선을 비판하시고 성전을 뒤집어엎으십니다. 그러나 그것은 약자들을 보호하고 살리는 삶의 흔적입니다. 한 마리 잃은 양을 찾느라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오늘 우리의 교회는 어떻습니까? 한 마리 양을 찾아 지키느라 저항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아흔아홉 마리를 지키고 999마리로 성장시키는 길에 방해가 되면, 정죄하고 희생양 삼습니까? 통제하고 관리하느라 세운 기준을 또 다른 율법 삼지 않습니까?

잃은 양을 희생양 삼고 참 목자를 죽이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희생양과 길 잃은 양을 떨리는 마음으로 분별해야 합니다. 지금 교회에서 분노와 두려움을 자극하며 정죄하는 약자들이 희생양은 아닌지, 길 잃은 양은 아닌지 분별해야 합니다. 최소한, 이런 분별과 물음을 정직하게 함께 나눌 수 있는 겸손한 교회여야 합니다. 묻는 것조차 불신앙으로 낙인찍는 분위기여서는 희망이 없습니다.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devi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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