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성서
역사는 우리를 시시때때로 속이지만(다니엘 2:25-30)천천히 걷자
여상범 목사(제주신흥교회) | 승인 2019.09.27 17:57

느부갓네살은 그의 아버지 나보폴라사르의 뒤를 이어 바벨론을 고대 근동의 지배자로 세운 힘 있는 왕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강력한 왕도 왕위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 왕일 때는 심적인 압박감이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느부갓네살이 꿈을 하나 꾸게 되는데, 그 꿈을 간단하게 줄이자면, 휘황찬란한 큰 신상이 산에서 날아온 돌에 산산조각이 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마 느부갓네살이 똑같은 꿈을 나중에 제국을 굳건하게 한 후에 꾸었다면 신하들을 달달 볶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왕이 된 지 2년밖에 안 된 이 젊은 왕은 자신이 꾼 꿈이 매우 불길하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국 내의 난다긴다하는 지혜자들(혹은 박사들, חַכִּים)로부터 충분한 위로를 얻지 못하자 느부갓네살은 마침내 폭발해버렸고, 지혜자들을 모두 죽이라고 명령합니다. 포로로 잡혀 온 타국의 학자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 바벨론 느부갓네살 왕이 꾼 꿈 ⓒGetty Image

이 위기 상황에서 다니엘에게 놀라운 용기를 갖게 한 것은 하나님께서 지혜를 주실 것이라는 믿음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하는 심정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집에 돌아온 다니엘은 친구들과 함께 하나님을 의지하여 기도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도에 대한 응답은 ‘역사의 주관자는 하나님이시다’는 결론이었습니다. 바벨론 왕이 꾼 꿈은, 한 개인이나 왕국의 운명에 관한 꿈이 아니라, 역사 전체에 관한 메시지였다는 것입니다.

금, 은, 청동, 철, 철과 흙의 혼합물로 만들어진 신상은 이 세계를 지배하는 왕국들을 상징하고, 산에서 날아온 돌은 하나님 자신이거나 하나님께서 보내신 메시야를 상징하고, 그 돌로 인해 생겨난 돌무더기는 하나님께서 세우시는 영원한 왕국을 상징한다는 것입니다(36-45절).

그러니 바벨론 왕은 더 이상 그 꿈 때문에 불안해 할 이유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 일은 거대한 왕국이 수없이 일어나고 멸망한 이후에 일어날 “장래 일”(29절)이기 때문입니다. 불안이 해소되자 바벨론 왕은 얼마나 고마웠던지 다니엘에게 절까지 합니다(46절).

여기에서 다니엘이 해몽의 대가로 얻게 된 지위와 영광은 덤입니다. 물론, 세상에는 덤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출세나 성공보다 신앙의 문제에 관심을 쏟는 사람들은 이 사건에서 메시아로 오신 예수님을 보기도 하고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에 대해 듣게 되기도 합니다.

현재 우리는 다니엘과 바벨론 제국 이후로 이어진 수많은 제국의 흥망성쇠에 대해 배웠고, 느부갓네살의 꿈에 등장한 신상의 발처럼 여러 문명과 민족이 서로 뒤섞여서 불안정한 조합을 이루는 모양을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인간의 역사가 ‘타작마당의 겨’(35절)와 같이 된다는 것을 역사의 허무함과 연결하는 것은 각 사람의 자유입니다만, 다니엘이 느부갓네살의 꿈을 빙자하여 받고 전한 메시지는 허무가 아니라 희망이었습니다. 금으로 만든 머리 같은 바벨론도, 그 뒤를 이어 등장할 은, 청동, 철과 같은 제국들도 결국에는 하나님의 통치 아래 있으므로, 그분을 믿고 의지하는 자에게는 소망이 끊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역사가 내 마음에 쏙 드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더라도 성급하게 낙심하거나 회의주의에 빠져들지 마십시오. 하나님께서 여전히 살아계셔서 그분을 믿는 자들에게 무너지지 않는 소망의 문이 되어주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말이 다니엘이 전한 메시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상범 목사(제주신흥교회)  uptiger@hanmail.net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여상범 목사(제주신흥교회)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김상옥로 30, 402호  |  제호 : 에큐메니안
대표전화 : 070-4252-0176  |  팩스 : 0303-3442-0176  |  등록번호 : 서울 자 00392  |  등록일 : 2012.10.22
발행인 및 편집인 : 이해학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해학  |  E-mail : webmaster@ecumenian.com
Copyright © 2019 에큐메니안.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