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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요르단에서 보내는 네 번째 편지
수헤이르 | 승인 2019.10.12 18:24

한번쯤 끝없이 펼쳐진 사막을 걸어보고 싶었다. 그곳에서 밤하늘에 별도 보고 싶었다. 사막이 주는 어감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그곳이 비록 삭막한 곳이라 할지라도 한번은 훌쩍 찾아가보고 싶었다.

페트라에서의 여운을 내려놓지 못하고 남쪽으로 내려 가다보니 뜻밖에 조그만 기차역이 나왔다. 요르단에서 철길을 보니 반가웠다. 그곳은 지금은 볼 수 없는 추억속의 수인선 협궤 열차처럼 요르단의 유일한 항구도시인 아카바까지 화물을 실은 열차가 다녔다고 한다.

▲와디럼 사막 ⓒ수헤이르

철 길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가다 보니 와디럼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나왔다. 와디럼은 요르단 정부가 정한 보호구역이다. 그래서 정해진 곳으로만 들어가야 한다. 차를 입구 주차장에 두고 와디럼에 살고 있는 베두인의 차로 바꿔 탔다.

꼭 베두인 차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부산만큼이나 넓은 와디럼 사막을 안내인 없이 다닌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차를 운전 하는 베두인 청년 마흐무드는 길도 없는 사막을 익숙하게 달렸다. 차가 달릴 때 마다 모래 바람이 일었다. 모래 바람 멀리에 신기루가 보이는 듯도 하고 지구 밖 어느 혹성으로 벗어난 것처럼 신비롭기도 했다.

나는 가림 막도 없는 지프차 뒷자리 앉아 환호성을 지르며 경이로운 와디럼 사막에 내 존재를 알렸다. 그렇게 얼마만큼 갔을까 끝이 보이지 않는 높은 절벽아래에 내가 머무를 텐트가 있었다. 텐트에 짐을 풀고 자물쇠도 없는 방문을 닫고 숙소를 나섰다. 문을 잠그지 않는 것이 유목민들 삶의 방식인가 보다.

와디럼은 해발 1,000m가 넘는 고지대의 사막이지만 먼 옛날 이곳은 바닷속 세상이었다. 바다는 긴 세월을 지나는 동안 지각변동에 의해 땅위로 드러나서 사막이 되었으니 수 억 년의 세월이 와디럼 속에 들어 있는 것이다. 와디럼 사막에서 그동안 내가 알 던 모래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 지혜의 일곱 기둥 ⓒ수헤이르

백제의 고도인 부여의 백마강 강가에는 모래사장이 있었다. 그곳에서 우리들은 모래로 두꺼비집을 만들고 맨발로 서로 잡고 잡히며 해지는 줄 모르고 놀았다. 모래는 언제나 은빛이었고 그곳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에서 보았던 모래도 은빛이었다. 세상의 모래는 모두 은빛 이라는 편견을 내려놓게 한 곳이 와디럼이다.

와디럼의 모래는 붉은 색이다. 정확히 말하면 분홍과 빨강을 섞어 놓은 것 같다. 붉은 모래와 어우러진 바위산들이 예상치 못한 광경을 보여주고 모래 언덕에서 미끄럼을 타는 즐거움도 주었다.

영화 “아라비아 로렌스”에 나오는 지혜의 일곱 기둥이 있는 바위산을 지나다보니 나무가 보였다. 사막에서 잘 자라 준 나무를 보니 반갑고 상큼했다. 나는 이 장한 나무를 사진 속에 담아 고마운 내 마음을 전했다.

카즈알리 협곡으로 들어가면서 오래 전 그들이 삶의 자취를 그림과 그들만의 문자로 남겨 놓은 벽화를 보았다. 그 흔적은 와디럼이 유네스코 자연 및 문화복합유산으로 지정 되는데 충분한 가치를 부여 하였을 것이다.

▲ 가즈알리 협곡 ⓒ수헤이르

한 베두인 청년이 이루지 못하는 사랑을 죽음으로 보인 카즈알리 협곡을 지났다. 사막에 핀 꽃처럼 청년의 사랑이 이루어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모래사장을 맨발로 걸으며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 사막은 나에게 어떤 석양을 보여 줄 것인가 기다리는 마음은, 여행을 떠나기 전에 느끼는 설레임과 같다. 지는 해는 기다리며 여유롭게 바라보고 있어야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

바위산과 바위산 사이로 해가 서서히 들어가고 있었다. 그동안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해는 많이 보았지만 사막에서 지는 해는 처음이기에 시선을 오직 해에 맞추었다.

바다로 지는 해는 장엄하고 화려하다. 사막에서 지는 해는 아름답지만 쓸쓸했다. 잠시 시공을 잊고 지는 해 속으로 빨려 들어가다 어둠이 깃들기 시작한 사막 한 가운데 서 있는 나를 보았다.

숙소에 돌아오니 사람들이 한 곳에 빙 둘러 서있었다.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자르프’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자르프’는 모래를 깊이 판 곳에 숯불을 피워 양고기와 감자, 옥수수, 당근 등 야채를 훈제한 베두인 전통 음식으로 맛이 담백하여 우리 입맛에 딱 맞다.

▲ 배두인의 숙소인 텐트 ⓒ수헤이르

사막에서 사는 사람들은 사막을 찾아 온 사람들에게 정성껏 음식을 차려주고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사막에서 만난 사람들은 한 자리에 앉아서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했다. 아랍차도 마시고 과일도 먹고 캠프파이어도 하면서 별이 뜨기를 기다렸다.

와디럼 밤하늘에 뜬 초승달은 청초하고 아름다웠다. 달을 보면서 와디럼을 ‘달의 계곡’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새벽 두 세 시는 되어야 별이 가장 잘 보일거라고 했다. 깊은 잠에 빠져 행여 별을 못 볼까봐 조바심을 하다가 밖으로 나왔다. 하늘에 무수한 별이 지구를 지켜보고, 은하수는 조용히 흐르고, 간간히 별똥별이 떨어졌다. 밤하늘에 펼쳐진 장관을 감히 어디에 담을 수 있을까.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디엔가 오아시스가 숨어 있기 때문이라고 어린왕자가 말했지만 와디럼 사막은 하늘과 땅, 땅속 모든 곳이 오아시스다.  와디럼은 사막에서 보여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 주었다. 감추지도 않고 아끼지도 않고.

와디럼의 아침은 차분하게 찾아왔다. 마음이 평안한 곳 신선한 세상  와디럼은 내가 본 천국이다.

▲ 와디럼에서 바라본 석양 ⓒ수헤이르
▲ 와디럼 사막 동굴의 벽화 ⓒ수헤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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