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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복지와 교회 디아코니아의 연계-독일 디아코니아 모델 (상)교회를 위한 기독교 경제윤리 (23)
강원돈 교수(한신대 신학부/사회윤리와 민중신학) | 승인 2019.10.14 15:02

교회가 기독교 경제윤리가 제시하는 ‘정의’의 원칙과 ‘인간 존엄성 보장’의 원칙에 입각하여 펼치는 디아코니아 활동은 현대 사회에서 국가복지와 결합하여 전개되고 있다. 그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독일은 국가복지와 교회 디아코니아를 생산적으로 결합한 좋은 모델을 보여 주고 있다. 독일 모델의 특징은 보충성의 원칙에 따라 국가가 복지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을 지면서도, 국가가 교회의 일에 간섭하거나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입각하여 교회 디아코니아의 자율성과 특성을 높은 수준에서 보장한다는 데 있다.

앞으로 필자는 독일 디아코니아 모델을 두 차례에 걸쳐 분석한다. 첫 차례에서는 독일 개신교의 디아코니아 활동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난 뒤에, 독일에서 국가복지와 교회복지가 보충성의 원칙을 매개로 하여 결합되어 간 과정을 살핀다. 둘째 차례에서는 사회국가의 틀에서 교회 디아코니아의 자율성과 특성을 구현하기 위해 독일 교회가 벌인 헌법 소원과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판결들을 분석한다.

그러면 먼저 독일 디아코니아의 현황을 간략하게 살펴본다.

독일 디아코니아의 현황

독일에서 디아코니아 활동은 다양한 법적 형태를 갖고 있는 단체들과 기관들에 의해 수행되고 있으며, 그 단체들과 기관들을 총괄하는 기구는 독일개신교협의회 사회봉사국(Diakonisches Werk der Evangelischen Kirche in Deutschland, 이하 EKD 사회봉사국으로 약칭)이다. EKD 사회봉사국은 1849년 이후 독일에서 사회선교를 펼쳐온 내방선교(Innere Mission)와 제2차세계대전 이후에 공교회의 틀에서 전개된 개신교구호국을 2단계에 걸쳐 통합하여 1975년에 창설된 독일 디아코니아 최고기구이다.

EKD 사회봉사국 산하의 디아코니아 단체들과 기관들 가운데 독일 국내 상설시설의 규모와 종사 인원만 해도 엄청나다. 독일에서 3대 고용주를 차례로 꼽는다면, 정부와 노동조합 다음에 디아코니아 기관이 온다는 말이 실감될 정도이다. 우선 상설시설의 수효를 헤아린다면, 1990년 현재 4,313개였으며, 2002년에는 5,776개로 증가하였다. 병원은 1990년 현재 287개였으나 2002년에는 31%가 증가하여 376개에 달했고, 장애인구호시설은 같은 기간에 544개에서 1,206개로 122% 증가하였고, 청소년구호시설은 748개에서 1,042개로 39% 증가하였고, 특별한 사회적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을 위한 구호시설은 226개에서 427개로 90% 늘어났으며, 노인구호시설 역시 같은 기간에 2,009개에서 2,273개로 13% 증가하였다. 가족구호시설은 같은 기간 동안에 거의 변동이 없었다. 1990년 316개였던 가족구호시설은 2002년에는 298개로 다소 줄었고, 기타 상설시설도 1990년 현재 183개였다가 2002년에는 154개로 줄어들었다.

▲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베스퍼 교회에서 열린 디아코니아의 날 행사 장면 ⓒ고트프리트 슈토펠(Gottfried Stoppel)

그 다음, 상설시설이 관장하는 침상의 수효는 1990년 현재 260,530개에서 1998년 현재 362,930개로 34% 증가하였다. 그 가운데 병원 침상은 57,736개에서 69,801개로 21% 증가하였고, 노인구호시설의 침상은 108,329개에서 153,144개로 44% 늘어났고, 장애인구호시설의 침상은 35,887개에서 63,050개로 75% 증가하였고, 청소년구호시설의 침상은 27,563개에서 32,343개로 17% 늘어났으며, 특별한 사회적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을 위한 구호시설의 침상은 7,061개에서 11,902개로 69% 증가하였다. 이에 반해, 가족구호시설의 침상은 15,527개에서 13.052개로 16%, 기타 상설시설의 침상은 8,427개에서 6,480개로 23% 감소하였다.

끝으로, 상설시설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수효는 꾸준히 증가하여 병원의 경우에는 1990년에서 2002년 사이에 80,908명에서 115,436명으로 43% 늘어났고, 노인구호시설의 경우에는 45,760명에서 97,069명으로 112% 증가하였고, 장애인구호시설에서는 21,978명에서 47,386명으로 116% 증가하였고, 청소년구호시설에서는 12,983명에서 19,562명으로 51% 늘어났고, 가족구호시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2,551명에서 2,949명으로 16% 증가하였고, 특별한 사회적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을 위한 구호시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1,747명에서 3,747명으로 114% 늘어났으며, 기타 상설시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479명에서 769명으로 61% 증가하였다.

상설시설 이외에 낮에만 사회적 약자들을 돌보는 시설들, 해외에서 활동하는 단체들과 기관들, 디아코니아 활동가들을 돌보거나 교육시키는 기관들을 포함한다면 독일 디아코니아의 규모와 종사 인원의 수효는 훨씬 더 커지고 늘어난다.

독일에서 민간복지와 국가복지를 결합시키는 보충성의 원칙

독일 개신교 디아코니아의 발전은 독일에서 사회국가가 발전하는 과정과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다. 독일에서 디아코니아 활동은 사회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가운데 그 폭과 규모가 엄청나게 확대되었다. 그것은 국가복지와 민간복지를 연계시키는 보충성의 원칙이 확립되면서 이루어진 일이었다.

1) 바이마르 공화국 시대

독일에서 민간복지와 국가복지의 연계는 바이마르 공화국 시대에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1919년 8월 11일 바이마르 제국헌법이 제정되면서 독일의 복지제도는 근본적인 변화를 겪게 되었다. 과거의 빈자구호가 가난을 자업자득으로 보고 경찰의 처분에 따라 이루어졌다면, 새로운 복지제도는 사회복지 이념에 따른 것이었다. 사회복지 수혜자의 수효는 크게 늘어났고, 민간 복지기관들의 활동영역도 크게 늘어났다. 그 당시 여러 갈래로 분산되어 있었던 민간 복지기관들은 활발하게 연맹을 조직하기 시작하였다.

대표적인 기구들은 1917년에 결성된 독일유대인중앙복지센터, 1919년에 결성된 노동자복지중앙위원회, 1920년에 박애주의적인 병원 대표들로 결성된 복지연맹(1932년 이후 독일동등권복지연맹), 1921년에 결성된 독일적십자 등이다. 이 기구들은 1849년에 결성된 이래 민간 복지기관의 선두주자 역할을 하였던 내방선교(1920년 정관 변경을 통하여 내방선교 중앙연맹 결성) 및 1897년에 결성된 카리타스 연맹과 더불어 독일을 대표하는 민간복지연맹들이었다.

이처럼 민간 복지기관들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게 되자 국가는 공공 복지기관과 민간 복지기관의 관계를 법률적으로 규정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 구체적인 사례가 바이마르 공화국에 새로 설치된 노동부가 1922년 7월 9일에 제정한 「제국청소년복지법」과 1924년 2월 23일에 반포한 「제국복지의무규정」이다. 이 두 법률은 보충성의 원칙에 근거해서 민간복지와 국가복지의 관계를 규율하고자 하였다.

우선, 보충성의 원칙을 명시적으로 표현한 「제국복지의무규정」 제2조는 주와 현 단위의 복지기관이 복지 운영의 최종적 책임을 져야 하지만, 동 규정 5조 4항은 “공공복지와 민간복지가 합목적적으로 서로 보완하고 양자의 독립성을 살리는 형식으로 협동할 것”을 명시하였다. 이 협동 계명이 민간 복지기관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동 규정 제5조 제3항은 이러한 취지를 살려서 “민간 복지연맹의 적절한 시설들이 충분히 세워져 있는 한, (공공) 복지연맹들이 자체 시설들을 신설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음으로써 민간 복지기관의 기득권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민간복지와 공공복지가 서로 협력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 다음, 「제국청소년복지법」 제6조도 청소년복지청의 목적을 규정하면서 국가 복지기관과 민간 복지기관의 관계를 규율하는 보충성의 원칙을 밝히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청소년복지청은 “청소년복지를 증진하려는 자발적 활동의 독립성과 정관상의 성격을 보장하는 가운데 그 활동을 뒷받침하고 고무하고 함께 일하도록 이끎으로써 그 활동과 협력하여 공사를 막론한 청소년구호와 청소년 운동을 위한 모든 기관들과 시설들을 계획적으로 서로 결합시키려는 목표에 도달하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바이마르 공화국의 사회입법은 복지에 대한 공공기관의 최종적 책임을 강조하면서도 민간 복지기관의 기득권을 인정하고, 공공 복지기관과 민간 복지기관의 협동을 요구하는 것을 그 핵심으로 하는 것이었다. 보충성의 원칙은 바로 이러한 생각을 요약한 것이라 볼 수 있다.

2) 독일연방공화국 사회입법 시대

1960년과 1961년에 독일연방공화국(구 서독)에서는 바이마르공화국 시대부터 존속했던 사회복지법을 대체하는 사회입법이 이루어졌다. 사회입법은 두 가지 법안들로 이루어졌는데, 하나는 「연방사회구호법」이고 또 다른 하나는 「청소년복지법」이었다. 「연방사회구호법」은 바이마르공화국 때부터 통용되었던 보충성의 원칙에 따라 국가복지와 민간복지의 관계를 규율하고자 하였다. 이 점은 「제국청소년복지법」을 대체한 「청소년복지법」도 마찬가지였다.

이 두 법률들은 민간 복지기관들과 국가 복지기관들의 관계를 ‘병렬관계’로 규정하고, 민간 복지기관들에 대한 재정 지원을 근거로 이 기관들의 활동을 법적으로 낱낱이 규정하고자 하였다. 그것은 국가가 복지기관에 대해 재정 통제권을 행사하고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전권을 장악하고, 주요 업무에서 최종적 결정권을 갖는 방식으로 복지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더 한층 강조한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1970년대에 국가복지가 획기적으로 확대되면서 병원, 요양원, 유치원 등에 관한 복지입법이 예고되고 사회법전이 정비되는 과정에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더 강해졌다. 이것은 민간 복지기관의 자율성과 독립성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되었다. 

보충성의 원칙에 대한 독일 개신교의 입장

바이마르 공화국 시대에 민간복지와 국가복지의 관계를 규율하는 원칙으로 자리잡은 보충성의 원칙에 대해서 개신교 복지기관을 대표하였던 내방선교는 경계하는 입장을 취했다. 내방선교 지도자들은 세계관적 중립성을 띠는 국가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통하여 공공복지를 조직하게 되면 중앙집중적으로 관리되는 복지 체계에 의해 결국 기독교적 사랑의 실천이 고사될 것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그들은 바이마르 공화국을 이끌었던 사회민주주의자들이 기독교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갖고서 국가복지를 조직한다고까지 생각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적어도 바이마르 공화국 시대에는 단순한 우려에 그칠 수 있었다. 국가복지를 조직하고 발전시키는 데 인적, 물적, 재정적 한계를 갖고 있었던 바이마르 공화국은 민간 복지기관들에 크게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보충성의 원칙은 사실상 민간복지와 국가복지의 병렬을 전제로 해서 양자의 협동을 규율하는 원칙으로 기능하였다. 이러한 보충성의 원칙 아래서 개신교 복지기관은 국가의 지원 아래서 그 활동을 비약적으로 확대시켰다. 따라서 독일 개신교 복지기관들은 보충성의 원칙에 대한 신학적 입장을 정리하지 않은 채 민간복지와 국가복지의 협동을 전제로 한 사회복지체제에 편입되었다.

1960년대에 서독에서 사회입법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재확인된 보충성의 원칙은 독일 개신교에서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이 점에서 독일 개신교는 보충성의 원칙을 수용한 독일 가톨릭교회와는 다른 입장이었다.

독일 가톨릭교회는 1931년 5월 15일에 공표된 교황 비오 11세의 사회회칙 「사십 주년」(Quadragesimo Anno) 제97조에 명시된 보충성의 원칙을 이의 없이 받아들였다. 가톨릭교회는 보다 작은 단위가 스스로 자신의 과제를 달성할 수 있는 한, 보다 큰 단위는 일체 간섭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보충성의 원칙을 해석하였다. 따라서 국가나 상급단체는 보조나 보충의 의무가 있을 뿐이며, 보다 작은 단위의 독립성과 자생적 발전을 저지하거나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방식의 간섭이나 개입은 보충성의 원칙에 따르는 지원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러한 해석은 자연법적 사고에 근거하고 있다. 따라서 비오 11세의 사회회칙은 자연법에 근거하여 국가의 간섭으로부터 교회를 방어하면서도 국가의 지원을 용인하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독일 개신교는 전통적으로 자연법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취해 왔기 때문에 독일 가톨릭교회의 보충성의 원칙에 대한 해석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독일 개신교의 신학자들 가운데 일부는 보충성의 원칙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해석이 가톨릭 복지기관의 이해관계를 정치적으로 관철시키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비판하기까지 하였다.

파울 필립비(Paul Phillipi)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는 교회와 국가를 서로 구별할 뿐만 아니라 서로 혼합하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삼는 루터의 두 정부론에 입각해서 디아코니아는 교회와 사회국가 사이에 설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디아코니아는 사회국가의 활동과 구별되는 전적으로 교회의 일이라는 것이다. 디아코니아가 ‘영적인 정부’에 속하는 일이라면, 그것은 ‘세상적인’ 구호 활동과는 구별되어야 한다.

따라서 디아코니아와 사회국가의 직접적인 결합과 협동은 불가능하다. 디아코니아와 사회국가의 협력은 상대방과 자신을 구별하면서 간접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이런 점에서 그것은 협력적 ‘공존’이라고 정리하는 것이 적절하다. 필립비는 오직 이런 관점에서만 사회국가의 복지체계에서 교회 디아코니아의 특수한 지위가 확보될 수 있고, 교회와 사회국가의 실용적인 협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신학적 입장이 강력하였기 때문에 독일 개신교는 사회국가가 민간복지와 국가복지의 관계를 규율하기 위해 내세운 보충성의 원칙에 대해 가톨릭교회와 같은 수용적 태도를 취할 수 없었다. 복지에 대한 국가의 최종적 책임을 강조하고 복지 정책에 대한 국가 주권을 강조하는 사회입법은 교회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침해할 여지가 많은 것으로 여겨졌고, 실제로 개신교 복지기관 일선에서는 이러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국가는 민간 복지기관의 고유한 활동을 규제하는 갖가지 규정들을 마련하고, 인력 배치와 업무 관장에 대해 공동결정권을 요구하고, 업무를 위한 금전 지출을 검사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독일 개신교 복지기관들도 이 점에서는 예외가 아니었다. 이 때문에 개신교 복지기관 관계자들은 독일연방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어 디아코니아의 자율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보충성의 원칙에 대한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판결

1967년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국가 복지기관과 민간 복지기관의 원칙적 관계를 규정한 이른바 ‘사회구호법 판결’을 내렸는데, 이 판결은 보충성의 원칙에 대한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담고 있기에 매우 중요하다. 이 판결은 바이마르 시대의 법에 근거하여 민간 복지기관과 국가 복지기관의 관계를 규율해 온 「청소년복지법」과 「연방사회구호법」의 규정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고,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민간 복지기관과 공공 복지기관의 협력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 법률들이 합헌이라고 결정하였다.

이 판결의 내용을 조금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청소년청의 임무는 지역 상황에 따라 청소년 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기관들이 필요 충분한가를 파악하고, 민간 복지기관들이 기왕에 설립되어 있는 경우에는 이 기관들의 활동을 지원하여 제 기능을 다 하도록 하는 것이다. 민간 복지기관들이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래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청소년청이 공공 복지기관을 창설할 수 있다. 지역에 민간 복지기관이 없는 경우에도 공공 복지기관을 설립하여야 한다. 공공 복지기관이 기왕에 설립되어 운영되는 데도 민간 복지기관이 지역 복지 활동을 한다고 나서서 공공 복지기관의 폐쇄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

이처럼 ‘사회구호법 판결’은 민간 복지기관과 국가 복지기관이 서로 협력하는 방식을 다양한 방식을 일일이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판결은 보충성의 원칙에 관련된 복지기관들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는 법률적 지침을 제공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 판결은 「청소년복지법」과 「연방사회구호법」의 목표를 달성하는 최종적 책임이 「청소년복지법」 제5조 제1항에 따라 청소년청에 있음을 분명히 함으로써 복지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조하였다.

이런 점에서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판결은 국가의 복지구현 책임의 원칙 아래서 국가복지와 민간복지의 협력과 조화를 장려하려는 취지를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보충성의 원칙을 해석하면서 민간 복지기관이 국가 복지기관에 대해 우위를 갖고 있다는 일반적 통념을 깨뜨렸다. 이러한 일반적 통념은 그 동안 공공연하게 인정되어 왔다는 점에서 독일연방헌법재판소가 이를 물리치고 복지에 대한 국가의 최종적 책임 아래서 민간 복지기관과 국가 복지기관의 협력을 촉진하고 공적 수단과 사적 수단의 조율된 투입을 장려하고자 한 것은 그 나름대로 큰 의미를 갖는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대해 독일의 저명한 교회법학자 악셀 폰 캄프하우젠은 다음과 같이 논평한 바 있다.

“연방헌법재판소 판결의 핵심 사상은 실제적이고 조직 원리에 충실한 것이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총체적 책임과 교회의 독자적인 디아코니아 사이의 긴장은 자유국가 안에서 협력을 통하여 해소되어야 했다. 법률들은 오직 틀을 제정하는 법적 장치로서 이러한 협력 과정을 촉진하고 규율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협력이 달성될 때 비로소 사회국가의 자유로운 질서가 구현될 수 있다. 「연방사회구호법」과 「청소년복지법」을 통하여 이러한 협력이 구현된다면, 그것은 헌법이 규정하는 보편적인 협력 계명을 입법자가 적절하게 구체화한 것으로 간주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러한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판결은 보충성의 원칙을 구현한 법질서에 대한 최종적 재가를 담은 것이기 때문에 디아코니아 기관들도 민간복지와 국가복지의 관계를 규율하는 법질서에 순응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나 국가가 보충성의 원칙을 앞세워 디아코니아 기관들을 지원하면서 국가 복지기관의 개입과 간섭이 증가하고 급기야 관료주의적 규제일변도의 병폐가 늘어나면서 디아코니아 기관들은 자율성을 잃고 그 특색을 상실하는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었다. 악셀 폰 캄프하우젠이 자유국가의 틀에서 해소되어야 한다고 보았던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총체적 책임과 교회의 독자적인 디아코니아 사이의 긴장’은 파국으로 치닫게 될 우려가 점점 더 커져갔다.

결국 디아코니아 기관들은 교회와 국가의 관계를 규율하는 헌법 규범에 호소하여 자신의 자율성과 특색을 살리기 위한 힘든 헌법 소원의 길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강원돈 교수(한신대 신학부/사회윤리와 민중신학)  wdkang55@h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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