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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가 눈에 보이는 선한 싸움(다니엘 8:1-27)천천히 걷자
여상범 목사(제주신흥교회) | 승인 2019.10.15 16:28

예수께서 솔로몬의 행각에서 유대인들에게 자신이 메시아임을 밝힌 수전절(요10:22)은 토라에 기록된 절기는 아니지만 유대인들이 매우 중요하게 지키는 절기입니다.

그 수전절(하누카)은 본문 14절에 예언된 사건, 즉 성전을 정결하게 한 날을 기념하는 절기입니다. 한자어 수전(修殿)이라는 말은 성전을 닦는다는 뜻이고, 히브리어 하누카(חֲנֻכָּה)는 봉헌이라는 뜻입니다.

이 절기는 셀류쿠스 왕국의 안티오쿠스 4세의 폭력적인 문화개조 정책에 대한 저항운동이 성공을 거두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유다 마카베오라는 걸출한 지도자 덕분에 이스라엘은 거대한 제국을 상대로 벌인 전쟁들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예루살렘을 재건하고 하나님께 봉헌하는 예배를 드릴 수 있었는데, 하누카는 그 봉헌예식을 기념하는 절기입니다.

유다 마카베오의 승리는 셀류쿠스 제국 전체를 위협할만한 승리도 아니고 완전한 독립을 가능하게 한 승리도 아니었지만, 유대인들은 그 위대한 승리를 오늘날까지 기억하며 되새깁니다. 사람이 행한 일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기적적인 승리였기에, 이 사건을 출애굽 사건과 마찬가지로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사건으로 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 염소와 양의 싸움 ⓒGetty Image

다니엘은 이 성전 봉헌식에 이르기까지의 환상을 본 후에 기진맥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27절). 여기에는 작은 사건들까지 일일이 묘사하고 있지는 않지만, 다니엘은 자신의 환상 가운데에서 여기에 기록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본 것이 분명합니다. 그것은 바로 고난과 아픔으로 점철된 역사의 현장이었을 것입니다.

결국에는 질 것이 뻔한데 왜 싸우냐고 묻는 것도 한편으로는 맞는 말입니다. 때로는 감정을 참고 나중을 기약하는 것이 당장의 승리보다 더 값질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떤 싸움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싸움이 있습니다. 재산이나 권력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싸움, 명예나 승리의 쾌감을 위해서가 아니라 올바른 신념(다름 아닌 믿음)을 위해 싸우는 싸움이 바로 그런 싸움이 되겠습니다. 바울 사도는 그런 싸움을 ‘선한 싸움’(딤전 1:18)이라고 불렀습니다.

‘하나님의 뜻’이라는 말이 워낙 광범위하게 남용되고 있기에 함부로 그 말을 쓰기가 쉽지 않습니다만, 그렇더라도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위해 싸우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기도해야겠습니다. 우리의 인식과 능력 너머에 계시는 하나님의 선하신 계획을 사모하며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여상범 목사(제주신흥교회)  uptig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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