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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 곳으로 가면 되죠”영화 ‘증인’과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 탈피하기
황필규 목사(NCCK 장애인소위원회 위원장) | 승인 2019.10.19 16:32

잘 생긴 것으로 알려진 정우성 씨와 연기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김향기 씨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증인’이란 영화를 최근에 보면서,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장애인 인식 개선에 나 자신 통찰의 기회가 되었고, 그 누군가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증인’에서 정우성 씨는 살인 사건의 피고측 변호사이고, 김향기(지우 역)씨는 한 노인의 질식사에 대한 증인의 역할이다. 쟁점은 정신 장애가 있는 소위 자폐인이 법정에서 ‘증인’으로서 역할을 신뢰 있게 감당할 수 있는가에 대한 비장애인과 장애인 당사자 포함하여 누군가의 인식 문제이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몇 가지 대사를 중심으로 내가 얻은 통찰과 최근 몇 년 동안 관심을 갖고 있는 비폭력대화(Non violent communication, NVC),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 삶을 변혁시키는 평화(Alternative Violence Project, AVP) 등에서 이야기하는 신념, 가치들과 연결하여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 영화 <증인>의 두 주인공 정우성과 김향기 ⓒGetty Image

첫째, “절룩거리는 지체 장애인과 함께 가려고 하면, 그 자신도 같이 절룩거리며 함께 걸으면 갈수 있겠지요.”라는 대사이다. 이는 장애인 인식개선에 핵심 중 하나라고 본다. 우리가 잘 아는 장애 분류는 지체, 시각, 청각, 정신 지체와 자폐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장애인 분류는 15가지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장애를 어떻게 인식하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 없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들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나는 분명히 말하고 싶다. 어떤 장애가 있든지 그 장애를 가진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고 존중해 주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절룩거리는 자를 이해하고 그와 함께 하고 싶다면, 상대의 모습 절룩거리는 그대로를 따라 주면 된다는 것이다.

둘째, “자기 안의 세계에서 밖으로 나가기 힘든 자폐아와 소통하고 싶다면, 그 사람 안으로 들어가면 되겠지요.”이다. 이것은 비폭력 대화의 핵심이다. 비폭력 대화는 연민의 대화, 공감의 대화, 삶을 풍요롭게 하는 대화 등 여러 가지로 말하고 있다. 여기서 공감(empathy)의 과정은 그냥 그대로 현존하고, 침묵으로 함께 하고, 그 상대의 고통 안으로 들어가 상대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다. 나는 비폭력 대화를 예수님의 대화라고 부르고 싶다. 예수님께서 사람들과 그렇게 대화를 했기 때문이다.

셋째, “나비의 날개 짓이 천둥소리처럼 들려 힘들어 한다. 어떤 자폐 친구는 청력이 특이하게 발달되어 먼 곳에 소리도 들을 수 있지요.”이다. 우리가 장애인을 칭할 때 ‘또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differently able person)으로 말하는 근거이다.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는 20-20KHz이다. 소위 가청주파수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20Hz 이하와 20KHz 이상의 주파수를 내는 소리들이 무궁무진할 것이다. 인간이 듣지 못한다고 어떤 소리음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영화 ’증인‘에서 자폐로 힘든 여주인공 김향기 씨는 자신의 집 건너편 집에서 일어난 살인 현장에서 들려오는 살인자의 독백을 그대로 듣고, 기억할 수 있는 또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어 이 사건에서 진실을 밝히는데 기여를 했다.

넷째, “자폐아는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는 대사를 들으면서, 와~ 이런 세상이 존재하네 하면서 나 자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것 또한 인간의 또 다른 능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선의의 거짓말까지도 하지 못할 수 있을까. 시력을 잃으면 눈이 아닌 다른 능력으로 더 깊은 것을 볼 수 있고, 청력을 잃으면 귀로 듣지 못해도, 다른 능력으로 더 멀리서 나는 근원적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섯째, “특수학교 친구들이 많이 이상해요, 그런데 이상해서 좋아요, 왜냐면, 그곳에서는 정상인 척하지 않아도 되니까요”이다. 일단은 무언가 척 하지 않는 세상이 있다는 것 또한 놀랍고, 뭔가 이상한데 그것이 좋다는 말에, 우리 사회는 이상한 것은 차별하고 혐오하여 제거하려 하는데, 역으로 이상한 것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태도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오늘날 사람들 간 관계 형성에 우선 요구되고 필요한 것이, 자기 존중과 상대 존중이다. 온전한 의사소통을 하려면 서로를 ‘이상하다’고 머리로 생각하는 자신들의 판단에 사로잡히는 것 보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수용함으로써 포용의 원을 확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김향기(지우)씨가 정우성 변호사를 자신의 생일에 초대해 놓고, 정작 정우성씨를 생일 밥상자리에 앉게 하는 것까지는 관심을 못 가진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지우의 엄마에게, 정우성 씨는 “그게 지우의 모습이지요, 제가 그 곳으로 가면 되죠”라고 말한다. 여기서 정우성씨는 장애인 인식에 대한 바람직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지혜에 “모든 아이들은 대지로부터 4가지 재능을 부여받고 태어나는데, 그 재능이 제 역할을 하려면 모든 이들의 지지와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을 떠올리면서,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아서 불편하고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것에 대해, 그 자체를 다양성으로 인식하고 그것들이 우리 모두와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과 함께 살아보려고 할 때 그 곳에 희망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황필규 목사(NCCK 장애인소위원회 위원장)  kncc@knc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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