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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중독, 천국 중독”살며 묵상하며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 승인 2019.10.24 18:16
20 그 때에 세베대의 아들들의 어머니가 아들들과 함께 예수께 다가와서 절하며, 무엇인가를 청하였다. 21 예수께서 그 여자에게 물으셨다. “무엇을 원하십니까?” 여자가 대답하였다. “나의 이 두 아들을 선생님의 나라에서, 하나는 선생님의 오른쪽에, 하나는 선생님의 왼쪽에 앉게 해주십시오.” 22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너희는 너희가 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다. 내가 마시려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겠느냐?” 그들이 대답하였다. “마실 수 있습니다.” 23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정말로 너희는 나의 잔을 마실 것이다. 그러나 나의 오른쪽과 왼쪽에 앉히는 그 일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자리는 내 아버지께서 정해 놓으신 사람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24 열 제자가 이 말을 듣고, 그 두 형제에게 분개하였다.(마태복음 20:20~24/새번역)

고대하던 만남보다 기다리던 날들이 더 행복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원하던 성취보다 이뤄가던 과정이 더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도파민은 그 이유를 깨닫게 합니다. 기대감이 차오를 때, 뇌에서는 도파민이 분비되면서 행복감을 맛봅니다. 도파민은 그래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날개가 됩니다. 그러나 도파민은 기대감에 반응할뿐, 보상이 주어지면 오히려 사그라듭니다. 그래서 기다림이 더 행복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연애시절 한껏 분비되던 도파민이 결혼 이후 점점 사그라드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다시 도파민의 행복만을 원하면, 다른 사람에게 눈을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새 기대감을 안겨줄 타인에게. 도박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길 것만 같은 위태로운 기대감에서 도파민이 작용하고 도전하게 합니다. 돈을 딴다고 해도, 멈추지 못합니다. 도파민의 행복을 욕망하면, 승리가 아니라 기대감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내성이 생긴 도파민은 더 강하고 새로운 자극을 요구합니다. 이에 따라갈 때 도파민에 중독되기 쉽습니다.

▲ Mary Pym, 「Autumn Landscape」, oil 56x61cm

SNS 문화 역시 도파민을 먹이삼지 않는가 싶습니다.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 등은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내용으로 끊임없이 유혹합니다. 더 많은 팔로워, 더 많은 좋아요를 향한 기대감이 유혹합니다. 자극과 좋아요를 향한 기대감이 무한증식하면서 도파민이 분출합니다. 또한 그 기대감과 쾌감을 유지하기 위해 더 강한 자극에 침을 흘리는 악순환이 뿌리내립니다. 심각한 문제는 일상의 반작용입니다. 자극과 쾌감이 사라진 일상은 너무 지루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집니다. 일상적인 자극으로는 도파민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상은 무력감, 우울감의 잿빛 세상이 되고 맙니다. 그럴수록 더 자극적인 컨텐츠를 찾게 됩니다.

도파민 중독의 악순환이 일상의 맛과 향을 앗아가듯, 천국에 대한 강조 역시 지금 여기를 잿빛으로 물들이는 게 아닐까요? 내세의 천국을 강조하고, 신비한 체험으로 간증합니다. 설교와 예배 역시 죽음 이후의 구원을 더욱 감동적으로 전해줍니다. 더 뜨겁게 부르짖으면, 신비한 체험과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고 유혹합니다. 이 모두가 기대감을 통해 도파민을 자극합니다. 더 멋지고 감동적인 프로그램으로, 집회로, 공연으로 자극해야만 유지됩니다. 주님과 동행하는 일상은 그럴수록 더 무미건조하고 무의미한 잿빛 세상으로 시들어갑니다.

언젠가 주님의 나라에서 자기 아들이 주님 양옆에 안기를 바라는 어머니, 그 미래를 약속받고 싶습니다. 그렇게 기대감의 행복으로 살아가려 합니다. 그러면 지금 여기에서 주님과 함께 십자가를 지는 일상은 무기력해지기 쉽습니다. 고난을 감수한다 해도, 단지 미래를 위한 거래이자 투자일 뿐입니다. 일상 그 자체 속에 깃든 지금 여기의 하나님 나라를 맛볼 감각은 마비됩니다.

조미료 등으로 간을 하지 않은 음식에 익숙해지면, 배달음식을 먹기 힘들어집니다. 짜고 단 정도가 아니라 때론 혀가 아플 정도입니다. 그러나 음식 고유의 맛과 향을 풍성히 즐길 수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지. 더 감동적이고 더 신비한 무엇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하나님 나라에 대한 강렬한 자극과 먼 미래에 대한 기대감에 중독되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야 이미 부족하지 않은 하나님의 임재를 지금 한껏 맛볼 수 있습니다.

하루 동안 인터넷, TV, 스마트폰, 음악, 책 등을 다 금하는 도파민 다이어트가 있습니다. 그 하루만으로도 삶을 바라보는 감각이 회복된답니다. 일상을 가능한 단순하고 지루하게 만들어 봅니다. 그럴수록 담백한 그대로의 향기가 살아납니다. 햇살과 바람에게 곁을 주고, 주님과 함께 머무는 맛이 살아납니다. 감히 주님 십자가 양옆은 아닐지라도, 일상속 주님께 곁을 드리는 맛이 살아납니다. 무미건조했던 일상 모든 것이 하나님 나라로 물듭니다.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devi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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