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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리스트-파국의 날”, 일본 정치를 읽다이헌모 교수가 묻고, 박철현 작가가 답하다
편집부 | 승인 2019.10.26 18:11

지난 8월말 장르가 약간 애매모호한 책이 한 권 출판되었다. 박철현 작가의 『화이트리스트: 파국의 날』(새파란상상, 2019). 장르가 애매모호하다고 판단한 것은 몇몇 가공의 인물을 제외하고 이 책을 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서였다.

▲ 박철현 작가의 소설, 『화이트리스트: 파국의 날』 ⓒ이헌모

즉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그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급박하게 돌아가는 한일 정세를 너무도 실감나게, 그것도 마치 내부자의 시각이 아니라면 힘든 묘사가 다수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런 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가 오랜 세월 일본사회에 적응하며 살아왔던 작가의 일상 하나, 그리고 민완기자로서 발로 뛰며 한일 양국의 정치를 깊숙이 들여다 본 것 하나.

이러한 작가의 이력이 그 당시 한일 양국의 최대 쟁점 혹은 전쟁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던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제를 둘러싼 일본 내 정치현실을 그야말로 현실로 그려냈다. 박 작가의 이 책을 일본중앙학원 법학부장 이헌모 교수가 서평을 보내주셨다. 또한 이헌모 교수가 제기한 의문에 대해 박 작가도 답을 보내주셨다. 이에 함께 게재한다.

며칠 전 도쿄 기타센쥬 모임 때 저자 사인까지 받은 박철현 작가의 <화이트리스트-파국의 날>을 주말 오카야마 출장으로 왕복 7시간 정도를 신칸센으로 이동 중에 완독 했다. 완독까지 7시간이 걸렸다는 의미는 아니다.

최근 한일 마찰의 결정적인 단초가 된 화이트리스트. 과연 한일 양국 정부가 어떤 출구전략을 택하여 풀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에서 이 책은 왜 아베 정권이 화이트리스트라는 무리수로 한국을 압박하였으며, 그 정치과정은 어떠했으며 그 의미는 무엇인지를 실제보다도 더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저자의 막힘없고 유려한 글솜씨야 예부터 널리 알려진 바이므로 새삼 거론할 것도 없지만, 일본 정치와 관료조직의 내부 갈등과 조직분포 그리고 업무 내용과 업무 추진 과정의 애로사항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상상력을 동원하였다고는 하지만, 실제보다 더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어 일본 정치와 행정을 연구하는 사람도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다만 한 가지 일본인의 이름을 비롯하여 한국 독자들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는 일본 관청의 조직과 직위, 업무 내용 등등이 어쩌면 가독성을 떨어트릴 수도 있겠다는 쓸데없는 걱정을 해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예리한 분석과 냉철한 판단과 예상에 의거하여 그려지는 스토리는 흥미진진을 넘어 결과를 빨리 알고 싶은 초조감마저 들게 하니 단숨에 독파하게 만드는 수작의 정치소설이다. 아마도 저자의 오랜 일본 생활을 통하여 이성과 감성으로 체득한 일본 사회 특유의 에토스와 파토스가 밑바탕에 깔려 있기에 더 사실적이며 친근할 정도로 현실적이다. 처음엔 픽션이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으나 어느 샌가 현실 상황으로 대치하여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런 의미에서도 아베 정권에 의한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제외의 의도와 과정 그리고 결말을 각자 추론할 수 있을 것이므로, 현재 진행 중인 한일 마찰을 이해하는데 이 소설은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책 속에서 몇 군데 체크를 하며 잠시 생각에 잠긴 부분이 있는데, 이건 저자에게 직접 확인을 해야겠다.

첫 번째, 이 책 25쪽의 하단에서 나오는 “틀딱? 톨딱?”에서는 그만 뿜어 버렸다. 신간센에서 도시락 에키벤 먹다가 앞 의자에 밥알 공격을 하고 말았다.

두 번째, 주인공 서건우의 환경이나 상황이 저자하고 일치하는 부분이 너무 많은데 본인을 투영시킨 것인지. 왜냐하면 후반부에 불의의 사고로 불귀의 객이 되는데 나도 기분이 묘했기에 정작 작가 자신은 어떤 느낌이었는지...

세 번째, 조중일보. 이 네이밍에서 작가의 창작의 천재성을 보았다. 내 추측으로는 아마 한국의 1, 2등 신문을 합성한 네이밍인 것 같은데 이거야말로 일타쌍피 아니겠는가. 그리고 덴상이라는 전영재는 누굴 상정한 건지 나중에 알려주길 바란다. 그리고 조중일보 방 회장의 ‘절연의 녹차’ 라는 아이디어에선 소름이 돋았다.

네 번째, 75쪽부터 등장하는 ‘이헌기’ 청와대 재외동포담당비서관이 있던데 아무리 세대교체가 대세라고 해도 너무 파격적이지 않은지, 이에 대한 저자의 답변을 들어보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269쪽의 중간쯤에서 나오는 “...순간 히라오는 그런 미친놈 중 최고 정점이 일본의 지도자인 야스베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대사는 저자 본인의 생각인지 들어보고 싶다.

덧: 이건 내 책 선전이 될 것 같아 부끄럽지만 <도쿄 30년, 일본 정치를 꿰뚫다>를 세트로 구입하여 읽으면 일본 정치 특히 아베 정치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언변과 지식에서 지지 않게 될 것임을 보증한다.

 

이헌모 교수님께서 질문하신 첫 번째 질문에 대해 답을 하자면 이럴 것 같다. 실제로 도쿄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도쿄민주연합 사무국장을 꽤 오랫동안 해 왔다. 책 속에 묘사된 행사는 실제로 했던 것들이다. 취재가 별로 필요없어 속도전을 요하는 이번 작품에는 제격이었다. 가족 구성도 마찬가지인데 페이스북의 친구들은 이런 내 가족구성을 알고 있지만 일반독자들은 모르니까 굳이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에 건우가 죽는 부분은 곧 내가 죽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극의 흐름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이 죽음이 없으면 히라오(주인공)가 그런 선택을 할 수도 없다. 즉 주인공의 마음을 결정하게끔 해준 장치로서 건우의 죽음만한 것이 없었다. 그 부분을 집필할 때는 물론 내가 실제로 찔리고 두드려 맞는 느낌으로 쓰긴 했다.

이 교수님의 네 번째 언급인 ‘이헌기’에 대한 의문은 사실 이기헌이라는 분이 실존하고 있다. 지금은 청와대 국가안보실 소속이며 재외동포담당관 직을 수행하고 있다. 청와대로 들어가기 전에 민주당 국제국장을 했고, 이때부터 잘 알고 지냈다.

우리 도쿄민주연합이 민주당내와 연락을 할 때 창구였기도 했고 이기헌 국장이 국회의원들과 간혹 도쿄에 오기도 했고. 그래서 극중에 나온 살짝 이름만 바꾼 이헌기 비서관의 행동은 실제의 이기헌 담당관의 모습과 매우 비슷하다. 안 그래도 책 나오고 난 후 ‘잘 그려줘서 고맙다’는 연락이 왔다. (웃음)

세 번째 질문이자 마지막 질문에 대한 저의 답은 “당연하다.”이다. 최근 모 신문의 칼럼 ‘내가 알던 일본이 아니다’와 페이스북 글에서도 종종 밝힌 바 있는데 일본이 이상해져 가고 있다. 그 근원에 단일 정치세력의 고착화가 있다고 본다. 아무리 선의로 시작한 정권이라도 7년이상 하면 고인물이 되고 썩기 마련이다.

아베 정권이 딱 그런 케이스다. 초창기 200명 정도였던 관저 인력이 2000명이 됐다. 관방실을 중심으로한 관저정치가 힘을 발휘하면서 전문적인 관료들의 의견 및 견해가 묵살되기 시작했다. 언론은 권력과 유착관계를 맺은지 오래됐다.

아베를 비판하는 방송뉴스는 찾아보기 힘들다. 만약 일본이 몇십년 후에 중진국 수준으로 전락한다면 그 모든 원인은 지금 아베 정권에서 시작됐을 것이다.

이헌모 교수와 박철현 작가의 이야기가 문맥을 모를 수 있다는 어려움에도 이렇게 두 분의 글을 게재하는 것은 두 분의 책과 글이 현 한일 상황을 직시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 두 분의 책을 통해 한일 관계를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시길 바란다.

▲ 이헌모 교수(사진 왼쪽)와 박철현 작가(사진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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