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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희 목사의 시집 “항일의 꽃, 조선인 디아스포라”조선인 디아스포라는 항일의 꽃이다
육순종 목사(성북교회, 기장총회 총회장) | 승인 2019.10.28 16:44
▲ 육순종 목사(비전아시아 이사장, 성북교회, 기장총회 총회장)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의 시는 갈수록 격렬해지고 처절해진다. 때로 선혈이 낭자하다. 그는 2년 전 그의 시집 『나그네는 믿음으로 떠난다』 후반부에서 이미 자신의 도발적인 역사의식을 날것 그대로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그의 시적 감수성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것을 보면서 독자들은 궁금할 것이다. “이옥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는 저 남인도에서도 전사의 풍모를 가지고 있었다. 장애물을 돌아가는 일이 없었고, 언제나 맞서 싸우며 돌파해 나갔다. 그의 무기는 맨주먹이었고, 기도였다. 그는 언제나 맨 땅에 헤딩을 했고, 그 맨 땅에는 풀이 돋았고 생명이 살아 숨 쉬었다. 불가촉천민 달리트와 인도 땅을 품은 그의 가슴은 치열하고 고통스러웠지만, 따뜻함과 희망으로 넘실거렸다.

그러나 인도에 들어가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은 그에게는 닫힌 문이고, 칠흑 같은 침묵의 시간이다. 그래서 그의 물음은 더 치열해졌고, 그의 기도는 더 먹먹해졌다. 그는 자신의 닫힌 문으로 인해, 공고하게 가로막힌 분단된 조국의 모습을 더욱 선명한 눈으로 주목한다.

나아가 역사의 변방에서 절망을 밥 먹듯 먹고 살아온 조선인들의 운명과 독립의 닫힌 문 앞에 온 몸을 던졌던 독립군의 역사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마도 ‘그들의 운명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본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그는 벌떡이는 심장으로 그 역사에 직면했고, 그 역사를 파고들었다, 급기야 그 피비린내 나는 역사를 다시 우리 앞에 소환하고 있다.

1장 모순과 실상

이번 시집은 전체가 시대와 역사의 아픔을 아우르는 시이다. 1장 〈권력이라는 무상한 이름〉에서는 한반도를 둘러싼 제국주의의 모순과 그 침략의 실상을 고발한다.

너희의 번영
우리의 파멸
너희의 풍요
우리의 빈곤
너희의 평화
우리의 신음---너희 양심이
참회한 적이 있던가!
- “제국주의 침략”

그의 눈에 비친 뉴욕 맨해튼은 문명의 도시가 아니었다. 약탈과 야만의 도시다. 고발과 동시에 그는 자조 섞인 고백을 한다.

거리마다 피비린내
빌딩마다
인육 냄새 가득
- “맨해튼”

우리를 여전히
속국으로 다루는
제국의 전쟁놀이
힘으로 몰아붙이는
경제 위협
가슴 아려도
할 일 없이 밥 먹고
기도하며 울었다
- “밥을 먹는다”

그리고 자조를 넘어선 결기를 선보인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무명지 자르며 혈서를 쓴 남자현과 안중근을 언급하며 자신도 무명지 자르고 싶다고 한다. 끝내 폭탄 같은 선언도 서슴지 않는다.

아 아 무명지 없는
가엾은 손으로
사탄의 아비
오만의 화신
폭력의 아수라
물질로 회칠하는
아흔 아홉 개 가면을 쓴
아베를 저격하고 싶다
‘한반도 평화’
조롱하는 무리들에게
총성 울리고 싶다
- “무명지 자르고 싶다”

시대와 역사의 아픔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다.

2장 먹먹한 기억

일제강점기 독립군의 심장박동 소리는 이 시집 내내 이어진다. 그 박동 소리는 2장 〈식민지라는 가슴 먹먹한 기억〉에서 정점에 이른다. 이렇게 극적인 역사서술이 있을까 싶다. 짧게 끊어 치는 문체로 숨겨진 역사를 조목조목 들추어내는 그의 시는 강력한 고발이요 저항이다.

누가 감히
화해를 말하는가
도시를 불바다
지옥으로 만들고
광란의 살인게임에
미친 군바리 놈들
대가리는 놓아주고
꼬리만 잘라
그 전쟁광 후손 놈들
퍼렇게 살아
다시 백일몽 꿈꾸며
남경(난징)대학살이
조작이라고 말하는데
- “남경 대학살 앞에서

청산하지 못한 식민지배에 대한 그의 호소는 하늘을 찌른다.

왜 우리는 쉽게 잊어버리는 것일까
우리 존재를
부정했던 놈들의
폭력과 악행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것일까?
우리는 무엇 때문에
치열하게 청산하지 못하는 것일까?
- “일본 식민지 통치”

그가 소환하는 식민지배의 기억은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많다. 그래서 더욱 가슴 저민다. ‘철혈광복단의 길회선 철도부설자금 탈취사건, ‘3.13 만세 시위’, ‘3.17 열사 장례식 시위’(조선의 아비) ‘노루마을 대학살’(노루마을 대학살 터에서)등은 낯설어서 새롭고, ‘청산리 전투’는 익숙하지만 처절한 의병들의 모습을 그림으로 보는 듯하다. 

개정판 시라 할 수 있는 ‘조선독립전쟁’에는 잊혀진 숱한 독립운동가와 독립운동단체들이 소환된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에게서 잊혀진 까닭을 다음과 같이 고발한다.

해방 세상에서
조선독립전쟁이
힘 가진 자들과
부역하는 지식인들의
더러운 손끝에서
비틀리고
취선선택 되어지고
수상한 것은
여지없이 추방되었다
- “조선독립전쟁”

그리고 ‘독립투사 청년 황정해’, ’1917년 생 박길송‘ 같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들의 생을 한 편의 시를 할애해서 기억한다. 기억해야 할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우리 모두에 대한 항변처럼 들린다. 그는 여기서 가슴 먹먹한 우리 역사를 또렷이 기억하지 않고서 우리에게 미래는 결코 없다고 맹렬하게 외치고 있다.

3장 디아스포라를 향한 헌시

3장 〈만주로, 시베리아로 쫓겨 난 우리 동포들〉은 조선인 디아스포라들을 향한 헌시다. 조선인 디아스포라의 뿌리는 ‘1869년 함경도 대기근’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사년 자연재해와 양반 사대부 악정’으로 ‘역사에 없었던 조선 마을과 고려촌’이 역사의 새 장을 열었고, 그들의 고난의 역사가 그대로 독립운동의 역사로 이어짐을 말해준다.(1869년 함경도 대기근)

그래서 조선인 디아스포라의 역사는 거룩하고 소중하다.

동토의 땅에서
거친 꿈꾸었던
조선인 디아스포라여
외롭고 서럽게
맨 주먹으로
수전을 개척하여
민들레 꽃씨처럼
동북삼성에 퍼져나간
당신들 떠올리며
한 잔의 차
눈물로 바칩니다
- “조선인 디아스포라”

이순耳順이 넘은 나이에 그는 우리 역사가 잊은 이야기들을 마주하게 되면서 적지 않은 정신적 충격을 받은 듯 하다. 그 충격이 그의 시에 고스란히 담긴다.

어쩌다 늘그막에
용정에 들러
피에 절은 독립운동사에
잠 못 이루며
일본을 심판하기로 했어
나라 잃은 치욕
지옥의 시대를
살아낸
조상의 한에 지핀 거지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심판하시라고 절규했어.
- “이에는 이, 눈에는 눈”

그는 피 눈물 나는 원수의 실체를 확인하고서, 원수가 왜 원수인지를 모르는 원수사랑은 신앙도 사랑도 아님을 강변하고 있는 것이다.

4장 에필로그

이 시집의 에필로그 같은 4장 〈세대를 넘는 기다림과 기도〉는 그의 분노와 격정이 잦아들면서, 고난의 땅 한반도의 평화를 향한 간절한 염원으로 갈무리 된다. 입추가 와도 ‘민족의 입추는 언제 오려는지’ ‘감처럼 평화도 익기’(입추)를 기도한다. 두만강을 보아도 “평화에 목마른/ 나그네 심중/ 물결에 흔들리고/ 눈물 보태며/ 심장이 뛴다”(두만강)

또한 이 에필로그는 다소 처연하기도 하다. 연변의 5월은 여전히 춥다고 고백한다. 독립을 꿈꾸던 조상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면, “겨울 같은 봄은/ 외로워 죽겠네/ 얼어 죽겠네“(연변 5월)라고 노래한다. ”길은 멀고/ 꿈은 깊어라/ 낙엽처럼 날리며/ 예까지 왔노라/ 그대/ 뜨거운 눈물/ 찻잔에 진다“(이방인)는 마지막 시에서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렇다. 현재 그에게는 뚜렷한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만나는 이들은 언제나 출구가 없는 이들이었다. 인도의 달리트와 아디바시가 그랬고, 지금 만나는 연변의 조선족들, 역사 속에서 만난 용정의 수전민들, 이름 없는 독립군, 의병들이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집의 첫 시의 제목이 ‘희망’인 것은 의미심장하다. ‘전쟁이 지나간 자리의 아이들처럼 굶주리고 싶다.’고 한다. ‘문명을 받치는 잡초들처럼 목마르고 싶다’고 한다.’ ‘이윽고/ 피도 살도/ 다 마른 어느 날/ 별빛 아름다운/ 고향의 흙으로/ 부서지고 싶다.”(희망)고 노래한다. 그는 죽음과 절망의 십자가에서 희망을 노래한, 갈릴리 예수의 제자가 맞다.

육순종 목사(성북교회, 기장총회 총회장)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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