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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외 및 고속버스 9,096대 중 비로소 10대13년 만에 이루어진 장애인들의 시외 및 고속버스 탑승의 꿈
이정훈 | 승인 2019.10.29 14:51

13년 동안 꾸어온 꿈은 희망이었을까 절박함이었을까. 꿈이 꿈으로 끝날 때가 더 많은 세상에서 13년은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닐뿐더러 그 꿈을 버리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박수 받아 마땅한 일이다. 어쩌면 그 절박함이 그 긴 세월을 견디게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꿈은 장애인들도 명절이든 언제든 시외나 고속버스를 타고 고향이나 가고 싶은 곳을 갔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왜 굳이 시외나 고속버스여야 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현실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꿈이 괜한 꿈이 아님을 알 것이다.

필자가 장애인인권단체에서 활동할 동안 매년 돌아오는 큰 명절, 설 명절과 추석 명절에 어김없이 진행했던 행사 아닌 행사가 “버스타기 투쟁”이었고 일명 “장애인도 버스 타고 고향 하고 싶다”는 부르짖음이었다. KTX라는 빠르고 편리한 교통수단이 존재하지만 갈 수 있는 곳보다 갈 수 없는 것이 더 많았기에 장애인인권단체들은 한국사회 구석구석을 누빌 수 있는 고속 및 시외버스에 장애인이 탑승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 설치를 요구했다. 이러한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퍼포먼스가 “출발하려는 버스를 점거”하고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전무한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표를 예매하고 버스 타기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사건·사고도 많았다. 즉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활동가들이 다치거나 쓰러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한번은 경찰이 체루액을 인권활동가들의 안면, 즉 눈으로 직사하는 경우가 있어 이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고 손해배상까지 요구했었다.

▲ 28일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탑승구에서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고속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비마이너 박승원

해마다, 명절마다 장애인인권단체들이 이러한 투쟁을 진행하는 것을 각 매체들도 알고 있으니 “버스 타기 투쟁”이 진행되는 날이면 각 언론사의 취재 기자들은 장애인 활동가들만큼 모여들기도 했다. 그렇게 취재하는 기자들 중에는 국가의 처신이나 경찰이나 버스 터미널 운영 관계자들이 고용한 민간 위탁 경비원들의 행태에 같이 분노하기도 했고 눈물도 흘리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속된 말로 이 사안으로 장애인들이 이렇게까지 폭력적 진압에 노출당해야 하고 고생해야 할 일인가 하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던 것이다.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 아니 어떤 이들은 별생각없이 이용하는 버스가 왜 장애인들에게는 특별한 것이 되어야 하는가 하는 물음이 저절로 상기되는 장면이었다. ‘왜’라는 물음이 또한 끊임없이 제기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특히 각 언론사별로, 그리고 방송사별로 장애인 이동권의 현실과 장애인이 이용할 수 없는 고속 및 시외버스에 대한 문제를 특집으로 편성하는 경우도 많았다. 오랫 동안 장애인들의 투쟁을 취재해온 기자들은 잘 아는 현실이었지만, 소위 신입 기자들은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고속 및 시외버스가 전무하다는 현실에 놀라기도 했었다. 장애인의 현실과 사회가 얼마나 단절되어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또한 버스를 점거하고 버스 터미널에서 해결을 요구하며 농성을 진행할 때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가 찾아왔었다. 그 자리에 참석해 보면 어떻게 매년 토시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은 말만 읊조리는지 신기한 일이었다. 여기에 “연구 용역을 진행 중에 있다.”는 언급은 국토교통부 관계자가 제시한 단골 메뉴이기도 했다.

장애인인권단체들은 이와 더불어 국가와 버스 사업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은 국가의 책임은 사실상 제외한 채 버스 사업자들에게만 그 책임을 떠넘기기도 했었다. 교통수단이라는 공공재를 민간 사업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기괴한 장면이 연출되면서 장애인들의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2001년부터 시작된 “장애인 이동권 투쟁”은 장강처럼 긴 세월과 우여곡절 끝에 2019년 10월 28일 또 한 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비록 시범운영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환영해야 할 일이다. 또한 시범운영 되는 차량 대수가 10대에 불과하고 각 차량 당 휠체어 혹은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2명밖에 탑승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감개무량 한 일이다.

2019년 7월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발표한 “2018 버스통계편람”에 따르면 지난 한해에만 시외버스를 통해 운송된 인원은 206,365,344명이었고, 고속버스는 31,932,711명이었다. 그리고 시외버스 72개 운송회사가 7,078대를 운행했고, 고속버스 11개 회사 2,008대였다. 그간 9,086대의 시외버스와 고속버스를 통해 이동한 장애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저 9,086대의 시외버스 및 고속버스 중 이제 적어도 10대는 2명의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게 플러스 되었다. 산술적으로 문제는 여전히 나머지 9,086대는 어떻게 할 것이냐만 남았다. 그리고 각 지역별로 이동해야 하는 장애인을 고려하면 버스 한 대당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이 2명이라는 숫자는 너무 적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현재 각 시군구 별로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저상 시내버스 도입률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시로 전체 시내버스 중 43.6%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시는 현행 일반버스를 2025년까지 100% 저상버스로 교체한다고 발표했다. 국토교통부도 당초 저상버스 보급을 2016년까지 41.5%로 증가시키려고 했지만, 2018년에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5.3%에 그쳤다.

시내 저상버스의 현실을 감안해 보면 시외 및 고속버스에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이 구비된 버스의 도입률이 언제 적어도 30%에 이를지는 속된 말로 안개 정국이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제야 시범운영 단계에 들어갔으니 앞이 안 보이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제 속도전으로 나가주기를 국토교통부 관계자들께 부탁드린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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