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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평범한 비범”살며 묵상하며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 승인 2019.10.31 17:15
1 예수께서 성령으로 가득하여 요단 강에서 돌아오셨다. 그리고 그는 성령에 이끌려 광야로 가셔서, 2 사십 일 동안 악마에게 시험을 받으셨다. … 13 악마는 모든 시험을 끝마치고 물러가서, 어느 때가 되기까지 예수에게서 떠나 있었다.(누가복음 4:1~13/ 새번역)

예수님께서 성령이 충만하여 인도를 받은 첫 번째 사건입니다. 성령 충만! 부흥회, 집회, 기도회, 설교에서 수없이 강조됩니다. 그러나 주님 보여주신 성령 충만의 결과는 전혀 뜻밖입니다. 감격, 감동, 평안, 기쁨이 가득해서 두려움이나 불안 따위는 사라지고, 기도의 능력이 기이한 일로 나타나는 모습이 아닙니다. 그 동안 교회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성령 충만의 모습입니다. 잃어버린 성령 충만입니다. 어느 때보다 회복해야할 성령 충만입니다.

▲ J. Kirk Richard, 「The Temptation」

예수님의 성령 충만 사건에서 성령은 시험을 향해 나아가게 합니다. 유혹을 알아채게 합니다. 오병이어로 수천 명을 먹이신 주님이십니다. 그러나 돌로 떡을 만드는 기적의 이면을 꿰뚫어 보십니다. 종교권력, 정치권력을 이용하고픈 현실적 요청도 꿰뚫어 보십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시험해보고 싶은 불안도 꿰뚫어 보십니다. 기적과 권력을 의지하고 싶은 욕망 이면에 도사린 불안과 불신을 놓치지 않으십니다. 당연히 여기는 현실적 요구 속에서 유혹과 시험의 덫을 알아채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수많은 기적을 행하셨습니다. 그러나 성령 충만으로 인해 보여주신 첫 번째 기적은 “기적을 거부하는 기적”이 아닙니까. 기적보다 말씀을 의지하는 기적입니다. 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말씀으로 문제 상황 그대로를 받아들이십니다. 돌로 떡을 만들고 싶을 만큼 심각했던 굶주림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습니다. 말씀으로 살아가는 삶은 생존의 문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기적도 가능케 합니다. 엘리엘리 라마사박다니 절규하면서도 십자가를 지는 받아들임의 기적은 이미 세 가지 시험에서부터 드러났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기적에 눈이 어두워,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하나님의 뜻을 이뤄가는 기적을 놓치지 않습니까?

주여 삼창, 부르짖고 감정을 부풀려서 열정을 쏟아내는 간구만이 성령 충만이라 착각하기 쉽습니다. 방언, 환상, 예언… 기이한 현상이 성령 충만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의지와 열정으로 하나님을 조정하려는 욕망이 순종의 길을 외면하기 쉽습니다. 하나님께 다 열어 맡기는 순종의 길을! 그로인해 일상 속에서 주님 뜻을 깨닫고 순종하는 삶의 열매는 가물어 갑니다. 신유, 기적, 능력 있다는 사람이 삶은 비릿한 악취로 가득한 이유가 아닐까요.

광야시험 속에서 예수님의 성령 충만은 기이한 일이 아닙니다. 지극히 평험한 태도에 깊이 스며든 비범함입니다. 그저 주어진 상황을 한 걸음 떨어져 다시 보며 말씀에 비춰보는 시선입니다. 신비한 일이 아닙니다. 유혹꺼리를 알아보고 그 문제 이면의 진실을 꿰뚫어 봅니다. 그리고 말씀에 비춰보며 순종합니다. 하나님의 뜻만을 향합니다. 성령 충만의 낭만적 신화를 걷어내고,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영성을 보여주십니다. 물론 40일간의 금식은 극단적인 상황입니다. 그러나 그 극단적인 한계상황을 돌파하는 길은 단순한 일상적 행위입니다. 기이한 기적보다 더 기적적인 일상입니다.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한 일상의 기적입니다. 늘 깨어서 주님을 향하는 일상의 습관이 맺은 열매 아니겠습니까.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devi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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