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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제자리살며 묵상하며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 승인 2019.11.18 17:25

22 “인자가 반드시 많은 고난을 받고, 장로들과 대제사장들과 율법학자들에게 배척을 받아 죽임을 당하고서, 사흗날에 살아나야 한다.” 23 그리고 예수께서 모든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나를 따라오려는 사람은,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너라. 24 누구든지 제 목숨을 구하려고 하는 사람은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25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자기를 잃거나 빼앗기면, 무든 이득이 있겠느냐?”(누가복음9:22~25/새번역)

“누구든지 나와 함께 가려면 내가 가는 길을 따라야 한다. 결정은 내가 한다. 너희가 하는 것이 아니다. 고난을 피해 달아나지 말고, 오히려 고난을 끌어안아라. 나를 따라오너라. 그러면 내가 방법을 일러 주겠다. 자기 스스로 세우려는 노력에는 아무 희망이 없다. 자기를 희생하는 것이야말로 너희 자신, 곧 너희의 참된 자아를 찾는 길이며, 나의 길이다. 원하는 것을 다 얻고도 참된 자기 자신을 잃으면 무슨 유익이 있겠느냐?(메시지성경)

“인자가 많은 고난을 받고, 장로들과 대제사장들과 율법학자들에게 배척을 받아 죽음을 당하고서, 사흘째 되는 날에 살아나야 한다.” 예언의 말씀이지만, 제자들과 교회 공동체가 먼 후일 그 의미를 되새기게 된 말씀입니다. 고통스러웠던 그 사건들 속에 가득했던 사랑, 그 고통의 크기보다 더 깊고 넓었던 사랑을 어찌 잊겠습니까. 지우고 싶은 사건, 잊고 싶은 아픔은 그것을 통한 깨달음과 한 몸입니다. 너무 아팠던 사건 속에 가장 큰 사랑도 함께 있었을 수 있습니다. 함께 아파한 너무도 깊은 사랑이. 아픈 기억들을 쉬 지울 수 없는 이유입니다. 아파도 다시 곱씹게 되는 이유이자 아픈 만큼 감사한 이유입니다.

▲ 이수동, 「시인의 의자」

그날의 고난과 배척과 살해를 곱씹을수록 주님 말씀 그대로입니다. 그 모든 것이 필요했다,는 깨달음! 버림받았다는 절규, 하나님의 냉혹한 침묵도 필요했음을 깨닫습니다. 필요해서 악을 허락하셨다는 뜻은 아닙니다. 악해 보이는 그 모든 것들이 하나님 뜻에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선한 뜻을 이루시는데 디딤돌로 사용하셨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정녕 그렇다면, 생에서 버릴 것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오직 사랑하기만을 바란다면, 사랑을 위해 쓰일 수 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사랑이 전부일 때, 전부가 사랑이 됩니다. 사랑으로 받아들인다면 모든 것이 사랑의 실현입니다. 감사로 받아들인다면 모든 것이 거룩합니다. 십자가의 사랑 앞에서 모든 것은 제자리를 찾습니다. 생명을 살리고 사랑을 살리는 제자리를 회복합니다. 반드시 필요했던 제 자리를.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하덕규의 「풍경」이란 노래 가사입니다. 제자리를 찾을 때,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집니다. 아픔 속에 굳건히 지킨 사랑의 제자리! 제자리에서 참된 자기가 숨 쉽니다. 주님께서도 자기를 잃는 어리석음을 말씀하십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자기를 잃거나 빼앗기면, 무슨 이득이 있겠는가?” 그런데 자기를 찾고 지키고 꽃피우려는 사람이 얼마나 됩니까?

살기 위해, 인정받기 위해, 성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버리는 것이 혹시 ‘자기’는 아닙니까?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고 무엇으로 아프고 무엇으로 행복한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됩니까?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순간 직면하는 공허함은 자기를 잃어버린 상흔일 수 있습니다. 냉정하게 저울질 해봅니다. ‘자기를 다 잃고 얻은 온 세상’과 ‘온 세상을 다 잃고 얻은 자기’, 저울은 어느 쪽으로 기울까요. 그 저울의 한쪽엔 죽음이, 다른 한쪽엔 삶이 놓여있습니다. 가슴속 저울은 어느 쪽으로 기울어 있습니까?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devi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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