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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무너지고 다 빼앗겼는데 무슨 의미가 있느냐(호세아 9:1-17)천천히 걷자
여상범 목사(제주신흥교회) | 승인 2019.11.22 17:24

판사의 판결문에는 자신이 내린 판결의 정당성을 증명할 수 있는 논리와 증거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이 논증에 실패할 경우 사람들은 판사를 의심하게 되고, 판사의 권위는 추락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 세계의 법조인들 가운데에는 믿음이나 권위 따위는 크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오직 그 직책으로 인해 누리게 되는 권력과 이익에만 집중하는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자들은, 사실은 사법개혁이 법조인 전체에 대한 신뢰 회복의 실마리가 되고 결과적으로 법조인들의 권위를 세워주는 일이 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공고한 카르텔을 형성하여 현실적인 권력과 이권만을 보호하려 하곤 합니다.

이스라엘이 멸망하게 되었을 때, 성서에 등장하는 예언자들은 그것이 “하나님의 판결”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신들의 전쟁에서 야훼 하나님이 아시리아나 바벨론의 신들에게 패배한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이 지은 죄 때문에 하나님께서 벌을 내리신 것이라는 판결문을 낭독한 것입니다.

그런데 형량이 어마어마했습니다. 포로가 되어 타국으로 끌려가고(3절), 이전처럼 평화롭게 농사를 지어 하나님께 제물을 바칠 수 없게 되며(4-5절), 여기저기 팔려 다니는 노예 신세가 될 것이고(6절), 잔인한 자들의 손에 넘겨져서 아이들까지도 죽임을 당하게 되었습니다(13절).

이 환난 가운데에서도 야훼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이어가고자 했던 예언자들은 고뇌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도대체 이스라엘이 지은 죄 중에 어떤 죄가 이처럼 무거운 형벌을 불러온 것인가 하고 묻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 호세아 예언자가 심판을 선언하고 있다. ⓒGetty Image

호세아는 우상숭배의 죄가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배신임을 분명하게 알려둡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을 대하실 때 마치 사막에서 포도나무를 발견한 것처럼, 무화과나무에서 첫 열매가 맺히는 것을 발견한 것처럼 그렇게 소중하게 아끼셨는데 이스라엘이 그 사랑을 배신했다는 것입니다(10절).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면 사랑의 배신자를 사형이나 유배형에 처하는 것이 옳지 않겠지만, 하나님과 사람의 관계에서는 가장 중요한 법을 어긴 것이 됩니다. 하나님과 사람의 관계(사랑)에서는 믿음, 곧 신뢰가 전부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언자들이 읽어내려간 판결문이 결과적으로 논증하게 되는 것은, 하나님의 사랑은 그것을 배신한 백성에게 참혹한 고난을 겪게 하시더라도 반박할 수 없을 만큼 크고 깊은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하나님께서 부어주신 사랑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자기 자신을 돌아보았을 때 ‘맞아도 싸다’고 여기는 것이 옳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이른바 ‘단물’을 취하는 세대에 속하고 싶어 할 것입니다. 환난의 시대에 태어나면 ‘왜 나는 하필이면 이런 시대에 태어났을까?’하고 억울하게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사야 같은 예언자는 바로 그때가 하나님을 만날 만한 때이고 가까이 계실 때라고 선언했습니다(사55:6).

모든 것이 다 무너지고 다 빼앗겼는데 신앙을 지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예언자들은 대답합니다. 그 “모든 것의 모든 것”이 바로 믿음이기 때문에 다른 것을 다 잃더라도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지킨다면 모든 것을 지킨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는 환난 가운데서도 자랑을 합니다. 우리가 환난은 인내를 낳고, 인내는 품격을 낳고 품격은 희망을 낳는 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롬5:3-4)

여상범 목사(제주신흥교회)  uptig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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