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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바뀌었고 무엇이 바뀔 것인가2019년 무기한 단식 농성을 정리하며 (2)
이신효(단식자, 한신대 학부 민중신학회) | 승인 2019.12.05 01:50

2017년 싸움으로 학내 민주주의 담론(신임평가)을 생성하였고, 2018년 싸움으로 그 담론의 실현성을 확보했으며, 마침내 오늘 이 싸움을 통해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냈다. 그 뿐이 아니다. 수많은 이권으로 점철된 학내 권력구도에서 자유롭거나 혹은 불리한 위치에 있는 학생들의 대의민주주의가 활성화되지 않을 때, 얼마나 힘든 길을 걸어야 했는지 몸소 느꼈다.

다시 묻는 질문, “우리는 승리하였나?” - 2017년 협약의 절반 확인

물론 그 어려움은 우리 스스로 좌초한 것과 동시에 학내 구성원의 자유롭고 평등한 아고라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권력의 속성 때문일테다. 어찌되었든 이번 싸움은 학생자치의 중요성을 깨닫게 했고, 학생자치의 힘을 보여주었다. 분명 이 싸움은 학생들이 이룬 성과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승리하였다.

그러나 이번 싸움의 한계를 인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 2017년 11월 <한신대학교 발전을 위한 협약서>의 1번은 다음과 같다.

“총장은 임기 내에 4자협의회가 결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신임평가를 받고, 총장은 그 결과에 따른다.”

이 합의안에서 파악할 수 있는 것은 ‘4자협의회’와 ‘신임평가’이다. 교수·직원·학생·학교본부로 이루어진 4자협의회는 합의제 구조로서 하나의 직역이 개회를 요청하면 다른 직역들은 응답해야 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합의’는 지난 2년 동안 학교당국이 4자협의회 개회를 방해한 명분이 되었다. 본부 또한 4자협의회의 한 주체로서 의견은 개진할 수 있다는 논리로 말이다. 대학 사회에서 학내구성원의 협의로 총장의 거취를 결정하는 최초의 ‘신임평가’는 결국 이 4자협의회가 개회되지 않는 이상 가능하지 않다.

▲ 한신대 학생들의 18일간의 단식으로 이루어낸 학생들과 학교 본부와의 합의 ⓒ에큐메니안

총장과 본부는 이를 간파하고 있었다. 이번 싸움은 4자협의회 개회라는 성과를 달성함으로서 신임평가의 현실성을 극적으로 높였다는 평가가 가능하지만, 동일하게 신임평가를 확실히 보장하는 그 어떤 진전도 없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이번 협의문에 ‘총장신임평가 등을 포함한...’이외에 신임평가를 보장하는 강제하는 문장을 찾을 수 없다는 점도 그것이다.
  
당국과의 합의는 신뢰할만 한가?

⑴ 번복과 부정의 역사

앞서 개진한 한계의 근원에는 학생들의 능력부족이나 앳된 정치력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는 당국에 대한 강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이번 합의가 결정된 지난 28일, 협상을 휴회하는 중에 학생들과 함께 하는 교수 한 분과 처장단 중 한 명의 짧은 대화가 있었다. 분부 교수는 학생들이 우리에 대한 불신이 깊다며 한탄했다고 한다. 그러자 익명의 교수는 “역사가 있지 않느냐?”며 농담조로 말을 던졌다고 한다.

그렇다. 2017년 협약에서도, 2018년 합의에서도 그리고 오늘 이 싸움에서도 마찬가지로 학생들은 자신들의 전력의 최선을 투입하였다. 그리고 투입한 전력 대비 최상의 결과를 달성했다. 그러나 합의의 결과는 언제나 당국이나 때때로 교수 사회 등 학교 권력의 중심에 있는 집단들에게 부정되었다. 이러한 교육의 반복 때문인지는 몰라도, 필자는 이번 싸움의 결과 또한 신뢰할 수 없다. 이것은 우리의 무능력이나 정치력을 불신하기 때문이 아니라 지난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교훈이기 때문이다.

⑵ 학교구성원들의 정치세력 재편

학교당국은 현 총장 체제 유지를 위해 언제나 싸움의 시기를 학기말로 선택했다. 그것은 학생을 비롯한 학내 구성원들의 투쟁 동력을 최소화시키기 위해서다. 이번 합의 과정에서 당국이 12월 15일 이후를 강조한 것은 “각 직역의 새로운 집행부를 위해서”라는 명분 뒤에 “각 직역의 세력 안정화”를 경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런 의미에서 12월 4일 4자협의회 예비모임과 그 모임의 회의록을 이어가는 4자협의회 개회는 당국의 전략 하나를 효과적으로 방어했다고 할 수 있겠다.

당국은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고 있다. 부총장과 기획처장을 겸직할 한 교수를 벌써 선임하였다. 이로써 앞으로 4자협의회 내에서의 신임평가 논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할 수 있다.

남은 과제

⑴ 교수협의회 집행부 선거

4자협의회 개회는 확정되었다. 이제 총장신임평가를 위해 남은 것은 4자협의회의 직역 중에서 유일하게 집행부 선거를 진행 중인 교수협의회이다.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교수협의회는 올해 4자협의회 개회를 가장 효과적으로 막아냈던(?) 직역이다.(교수님들을 비난할 의도가 아님을 밝힌다.) 총 7명의 교수협의회 집행부 중 1명의 궐위는 교협의 독소조항 5:2 결의를 위력을 몸소 체험하게 했다. 총장을 지지하거나 현 총장 체제에 동의하는 소수의 교수들은 끊임없이 학생 자치에 문제를 제기했다. 요지는 대의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선출직이 아니므로 학생 전체의 대표가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들은 자신이 속한 교수협의회 내부 결의에 대해서 선출직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는 모순을 보였다. 심지어 교협 결제 시스템의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연락을 두절하는 등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였다. 결국 이 모든 일들로 4자협의회는 개회되지 않았고, 총장과 학교당국은 교수협의회 몇몇 집행부 교수들에게 큰 은혜를 입었다.

그러나 이제 판이 바뀌었다. 1명이 보선된 교수협의회 집행부는 학생들의 단식을 지지하고 당국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표의장의 무책임함을 상쇄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번에 교수협의회 집행부 선거철이 다가온다. 여기에 힘을 집중하려는 당국의 의지가 보인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과 다른 학내구성원이 어떻게 난관을 헤쳐 나가는가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⑵ 신임평가 절차·방법·일정

교수협의회 선거가 옳은 방향으로 흘러갔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가장 중요한 과제가 남아있다. 바로신임평가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들이다. 각 직역들의 투표는 언제 진행할지, 그리고 각각의 비율은 어떻게 반영할지, 최종 신임평가 결과 논의는 언제할지, 마지막으로 신임평가의 결과에 대해 당국과 총장이 어떻게 수긍하게 할지 등의 세부논의들이 남아 있다.

어제(4일) 오후 4시 장공관 3층 회의실에서 ‘4자협의회 예비모임’을 진행했다. 학생 직역에서는 총학생회 구대표와 당선인 1인이 회의에 참석했다. 어제 예비모임은 신임평가의 세부 사항들을 결정할 그 시작이자 가장 중요한 회의가 되었다.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교회력의 마지막 주에 우리는 4자협의회 개회라는 큰 성과를 들고 싸움에서 승리했다. 그리고 우리는 대림을 맞이했다. 그리스도의 탄생과 재림을 기다리는 대림은 교회력 중 필자가 가장 사랑하는 절기이다. ‘기다림’은 그리스도인 뿐 아니라 인간이라면 아니 생명이라면 누구나 설레 하기 때문이다.

성과를 가지고 대림을 맞이하는 필자에게 대림은 더욱 특별했다. 결과가 내 손에 있는데 나는 무엇을 또 기다리는 것일까? 더 큰 승리를 바라는가? 마치 예수가 재림할 때 나팔을 불며 화려하게 등장하는 것을 기다리는 것처럼, 내 속에 있는 야망의 한 컷을 기다리는 것일까?

이번 싸움을 시작하던 1학기, 개교기념일예식에서 필자는 학우들과 함께 난동(그들이 그렇게 말하더라)을 피웠다. 그리고 그 사건으로 신학대학은 “민주한신을 위한 신학대학 특별위원회”를 인준하였다. 신학 특위에서 우리는 이런 말을 서로에게 했다.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할 수 없다고 지레 낙담하지 말고, 너의 무게가 가볍다고 비난하지도 나의 무게가 무겁다고 자랑하지도 말자. 우리의 힘은 모두가 하나가 될 때 나타난다.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이번 학내민주화를 위한 싸움이 아주 작아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점차 바위가 되고 있다. 자갈보다 작은 마음부터 산보다 큰마음까지… 민주화를 위한 다양한 무게를 가진 학우들이 모였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씩 바위를 만들고 있다.

그 바위는 산맥을 만들 것이고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할 것이다. 우리는 패배하였고 패배하고 패배할 것이다. 우리에게 가진 것이라곤 돌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승리하였고 승리하고 승리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런 존재인 것 같아요.
작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이
열흘이 넘는 시간을 굶어야 하는 만큼
작은 존재들이었던 것인데
오늘만큼은 우리가 참 커 보입니다. 
진짜 고생 많으셨고 보식 잘하시고
4자협의회 성사로 신임평가 진행 해봅시다, 한번.
오늘을 축복하게 될 것입니다. 
투쟁. 수고하셨습니다”
- 최종 합의 후 농성장으로 내려 온 건수가 우리 모두에게 한 말, 그리고 우리 속에서 함께 한 말

이신효(단식자, 한신대 학부 민중신학회)  shinhyo100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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