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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감과 결단(호세아 14:1-9)천천히 걷자
여상범 목사(제주노회) | 승인 2019.12.06 20:23

회개란 자아 성찰을 통해 득도의 경지에 이르는 과정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죄를 깨달음으로써 우리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식하고 그 깨달음과 인식을 통해 온전하신 하나님께로 나아가는 지속적인 거듭남의 과정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물론, 깨달음은 깊을수록 좋고, 인격은 온전할수록 좋을 것입니다. 깨달음이나 인격 같은 것을 다 필요 없는 것으로 치부해버리고 오직 믿음만 있으면 된다는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됩니다. 다만, 모든 신앙적 연단의 과정, 특히 회개와 같은 거듭남의 과정에서 절대로 생략될 수 없는 핵심이 ‘자비로우신 하나님께 돌아감’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회개는 결단의 연속이다. ⓒGetty Image

그런데 이 돌아감에는 과거의 잘못들을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단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말씀을 가지고 여호와께로”(2절) 돌아오는 까닭은 그 결단이 주관적 결단이 아닌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한 결단이어야 함을 표현하는 것이고, “입술의 열매”를 드린다는 것은 말만 한다는 뜻이 아니라 마음에 맺힌 보석 같은 깨달음을 입술로 고백하여 드린다는 뜻입니다.

공동번역은 2절 뒷부분을 “우리가 수송아지와 함께 우리 입술로 서원을 갚겠습니다.”라고 번역합니다. “입술의 열매”라고 하면 말을 통해 뭔가 업적을 이루어서(예를 들어, 전도 같은) 그것을 하나님께 드리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게 아니라 그냥 “입술”(싸파, שָׂפָה)을 드리는 것입니다. 즉, 변화된 마음과 행실 그 자체를 드린다는 뜻인 것입니다.

본문 3절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네다바, נְדָבָה) 사랑하시도록 하는(4절) ‘수송아지’와 ‘입술’이 무엇인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잘못된 과거와의 단절’과 ‘자비로우신 하나님과의 연합’입니다.

어떤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 되려면 ‘내가 주고 싶은 것’을 주는 사랑을 넘어 ‘상대방이 받고 싶은 것’을 살펴서 줄 수 있는 능력(사랑의 기술)을 갖추어야 합니다.

주님께서 받고 싶어 하시는 사랑(헤쎄드, חֵסֵד)은 신실함, 거룩함, 정의로움 같은 것들입니다. 이것은 호세아 뿐 아니라 모든 선지자를 통해 한결같이 표현되고 있는 그분의 마음입니다.

이와 같은 것들은 사람이 쉽게, 빠르게, 혹은 온전하게 이루기 어려운 것들입니다. 그러므로 내가 드리고 싶은 것, 드리기 쉬운 것을 드리면서 생색내는 신앙인이 아니라, 부족하더라도 하나님이 진정으로 원하시는 것을 드리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준비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여상범 목사(제주노회)  uptig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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