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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어린 경청 prayerful listening”살며 묵상하며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 승인 2019.12.23 16:50
38 마리아가 말하였다. “보십시오, 나는 주님의 여종입니다. 당신의 말씀대로 나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39 그 무렵에, 마리아가 일어나, 서둘러 유대 산골에 있는 한 동네로 가서, 40 사가랴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문안하였다. 41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인사말을 들었을 때에, 아이가 그의 뱃속에서 뛰놀았다. 엘리사벳이 성령으로 충만해서, 42 큰 소리로 외쳐 말하였다. “그대는 여자들 가운데서 복을 받았고, 그대의 태중의 아이도 복을 받았습니다. 43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내게 오시다니, 이것이 어찌된 일입니까? 44 보십시오. 그대의 인사말이 내 귀에 들어왔을 때에, 내 태중의 아이가 기뻐서 뛰놀았습니다. 45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질 줄 믿은 여자는 행복합니다.”(누가복음 1:39~45/새번역)

절망의 한 가운데 쓰러져 있을 때, 기도하고 기도해도 길이 보이지 않을 때, 더 이상 기도할 힘도 남아있지 않을 때, 한 사람의 기도가 얼마나 큰 힘이 되었던가. 하나님께서 버리지 않으셨구나, 그 누군가를 통해 기도의 불씨를 살려주시고 함께 해주시는구나, 깨닫습니다. 그 이의 기도가 나의 기도만큼 간절할 수야 있겠습니까. 그 기도라고 더 신통해서 더 잘 들어진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그러나 밤하늘이 어두울수록 별빛은 더욱 밝습니다. 그 영혼의 기도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칠흑 같은 어둠을 밝히는 힘이 되고 위로가 됩니다. 말이, 기도가 너무 무기력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말과 기도가 큰 힘이 되는 자리가 분명 있습니다.

▲ 이태근 작가,「바람 불어 좋은 날」 ⓒU.H.M.Gallery 단해기념관/사진 하태혁

천사는 두려워 말라고 했고 마리아는 주님의 말씀대로 되기를 원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마리아에게 두려움과 불안이 없었겠습니까? 번지점프가 안전한 걸 안다고 두렵지 않습니까. 벅찬 결단의 순간과 현실의 직면은 전혀 다릅니다. 현실 앞에 선 마리아에게 엘리사벳의 말은 얼마나 큰 위로였겠는지. 성령이 충만해서 큰 소리로 외치는 그 말이 곧 하나님의 위로였을 것입니다.

감동시키려고 기교를 부리는 노래는 대단한 실력이라 해도 억지스럽게 들리기 쉽습니다. 진심이 담긴, 소박한 그대로가 더 감동스럽습니다. 하나님의 위로를 억지로 전하려 할 때 오히려 강압적 폭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욥의 친구들도 나름대로는 위로하고 도움을 주려했습니다. 다만 자신들이 경험한 하나님, 자신들이 틀 지은 하나님의 도움에 갇힌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위로는 하나님이 하시는 게 당연합니다. 엘리사벳이 그랬듯이, 뱃속 아이가 그랬듯이 하나님의 영이 이끌어주실 때 가능합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위로해주시기를 원한다면, 당연히 하나님의 임재와 사랑에 그대로 열어드려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원하는 것을 원하는 때 원하는 방식으로 하실 수 있도록 열어드려야 합니다.

기도어린 경청 prayerful listening은 들을 귀 있는 자의 태도입니다.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대답, 자신의 경험, 두려움, 욕망, 편견에 기초한 무의식적 반응으로 듣지 않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영을 향한 비움이자 기다림입니다. 듣는 순간순간 하나님께 다 열어드리려 합니다.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열어 드리면서 듣습니다. 그렇게 맡기며 들을 때, 영혼의 중심에서 절로 움직이는 무엇인가를 만납니다. 때론 슬피 울고, 때론 기뻐 뛰는 영혼의 움직임을 만납니다. 그 자연스러운 흐름을 따라 진심을 담아 듣고 때론 이야기합니다. 엘리사벳은 지금 마리아에게 하나님의 혀가 되고 입이 되고 있습니다. 그 말씀을 전하며, 그 말씀으로 위로받는 마리아를 보며 자신도 행복합니다. 주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질 줄 믿는 이도 행복하지만, 주께서 그 순간 말씀하시게 하는 이도 또한 함께 행복합니다.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devi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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