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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베 정권의 위기와 앞날2019년 일본 정치 톺아보기
이헌모 교수(일본중앙학원대학교 법학부) | 승인 2019.12.30 18:22

연말이 되면 기다리는 TV 프로가 있다. 최근 일본 TV 그중에서도 민영방송의 한국 때리기와 편파적 보도가 목불인견인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에도 공영방송 NHK 의 다큐멘터리는 귀중한 데이터와 자료 분석을 토대로 구성되는 좋은 프로가 많다. 또한 내용의 전개가 흥미롭기에 관심 분야의 다큐멘터리는 예약 녹화를 하며 챙겨보곤 한다. 연말이 되면 한 해를 정리하는 성격의 프로가 많아 관심 있게 살펴보게 된다. 엊저녁 NHK에서 아베의 최장 정권을 되돌아보는 50분짜리 다큐멘터리가 방송되었다.

아베 정권의 위기

제목은 증언 다큐멘트 ‘나가타쵸·권력의 흥망’으로 ‘최장 정권 그 빛과 그림자’라는 부제를 달았다. 내용은 2012년 아베가 정권을 탈환한 후, 7년간에 걸친 정권 운영을 다루면서 이 기간에 3번에 걸친 정권의 위기를 겪는데 그 원인과 극복 과정을 당사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생생하게 재구성하고 있다.

첫 위기는, 2015년의 소위 ‘안보법' 관련 법률 제개정.이는 기존의 전수방위(専守防衛)개념에 따른 '개별적 자위권’에서 자위대의 활동 영역을 확대하는 ‘집단적 자위권’으로 전후 죽 이어져 온 일본 정부의 안보정책 기저를 크게 바꾸는 과정. 이른바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헌법의 해석을 변경함으로써 개헌과도 같은 의미를 갖는 ‘해석 개헌’ 을 당시 들끓는 비난 여론을 무시하고 강행 돌파하며 후속으로 안보법제를 정비했던 시기. 여기서 해석 개헌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내각 법제처 장관의 인사를 통한 아베의 집착과 강경 돌파가 소개되는데 흥미롭다. 절대적 인사권을 쥔 총리의 의향에 따라 헌법 해석이 바뀌는 과정을 여실히 드러내 준다.

▲ 아베 정권의 핵심 인물들 ©NHK방송 캡쳐

두 번째 위기는 2017년 모리카케 학원 문제 스캔들 등으로 비난 여론에 지지율이 급락하고 현 고이케 도쿄도지사를 중심으로 한 야권 연대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정권교체에 관한 기대가 고조되었던 시기.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고이케와 민주당(당시)의 공조가 어긋나면서 아베가 기사회생하듯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아베 1강 구도를 더욱 확고히 구축하게 된다. 이때 야권 공조의 키맨으로 픽셔 역할을 맡은 것이 오자와 이치로. 오자와 이치로가 일본 정치의 고와시야 ‘壊し屋,파괴자’ 라는 별명대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 결과적으로 아베 정권의 연명으로 이어진다.

세 번째는 2018년에 불거진 재무성의 공문서 개찬(改竄: 글의 뜻을 달리하기 위하여 글의 일부 구절이나 글자를 일부러 고침) 사실이 드러난 시기. 일본 정부의 신용이 이 문제로 크게 추락함은 물론 정권 붕괴의 위기를 자초하는데, 당시 재무대신이며 부수상인 아소 다로의 사퇴를 만류하며 붙잡은 게 아베 본인이었다는 사실과 그 이유가 인터뷰를 통해 생생히 드러난다.

아베를 떠받치는 두 축. 즉 스가 관방장관과 아소 부수상의 쌍두 체제로 상호 견제와 협조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정권 운영을 위해 필수 불가결하단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내리고 난관을 돌파하는 아베의 정치력이 돋보인다. 물론 방송에선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이런 스캔들 이후 계속되는 지지율 하락과 야당의 날 선 공세에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던 아베 정권과 이런 여론의 향방이 한국 해군 함정의 초계기 조사(照射)문제가 불거지면서 한국 때리기로 시프트되는 시점이 묘하게 겹치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사쿠라를 보는 모임’ 스캔들로 인한 위기를 맞고 있는 아베 정권이 소개되며 방송은 마무리된다.

아베 정권의 앞날

해가 바뀌면 일본은 본격적인 올림픽 무드로 들어가 달구어질 것이고 아베 정권에 대한 비판 여론의 관심과 예봉은 무디어질 것이 예상된다. 그러나 아베의 장기 집권에 의한 사회적 피로도가 정점에 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최근 공산당까지 포함한 야권 공조의 움직임이 줄기차게 회자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 총선거에서 아베와 자민당이 낙관할 수 없는 기운도 느껴진다.

아마 이런 흐름을 감지한 것일까? NHK가 비록 노골적인 정권 비판이 아닌 그간의 정국 분석과 소개에 불과한 프로였지만 살아 있는 현 정권을 테마로 특집을 기획하고 방송했다는 것은 향후 일본 정치의 변화를 예견하는 심리가 작용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일본 정계를 몇 번에 걸쳐 뒤엎고 새판짜기를 주도했던 일본 정치의 ‘파괴자(壊し屋)’ 오자와 이치로가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고 등장하는 회수가 늘어난다면 1993년 반 자민당 연립정권의 탄생 같은 정치판의 큰 변혁이 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방송의 내용에 색다른 것은 없었다. 왜냐하면 방송에서 취급된 내용은 거의 전부 본인의 『도쿄 30년, 일본 정치를 꿰뚫다』에서 다룬 내용이기 때문이다. 난 실제로 방송 PD가 내 책을 보고 다큐멘터리를 구상했나 착각을 할 정도로 기시감을 느꼈다(절대 자랑이 아님). 그러나 책에서는 놓친 부분도 있었다.

예를 들어 2017년 고이케 도쿄도지사와 민주당 마에하라 대표와의 연합 공조 과정에 오자와 이치로가 깊숙이 개입했으나, 중간에 역할을 할 기회를 실기하면서 이는 결국 야권의 분열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정권 교체의 기대가 높았던 총선에서 패하며 아베를 회생시켜준 결과로 이어진 점이다. 이런 비화는 실무 담당자나 일선 기자가 아니면 알기 어려웠던 내용이다. 당시 나는 책을 쓰면서도 풀리지 않는 의문점과 납득하기 어려웠던 당시 상황 변화를 이번 다큐멘터리 방송을 통해 해소할 수 있었으며, 그로 인해 비로소 한쪽 구석에 밀쳐두었던 퍼즐을 맞출 수 있었다.

암튼 다사다난했던 2019년도 저물었다. 이제 2020년의 새해가 밝는다. 새해에는 도쿄 올림픽 패럴림픽이 열린다. 일본은 올림픽을 계기로 다시 한번 도약하고자 하는 소망이 있다. 과연 올림픽이 과거처럼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정권의 안정적 기반 구축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전전 전후를 통틀어 최장수 총리 기록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아베의 독주가 언제까지 계속될까? 해산 총선거는 언제? 헌법 개정을 위한 액션은 언제 본격화될까? 또한 한일 문제의 해결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내년에도 일본 언론의 자뻑주의와 한국 때리기는 계속 이어질 것인지....앞으로도 관심을 두고 지속적으로 리서치를 해나갈 예정이다.

이헌모 교수(일본중앙학원대학교 법학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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