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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사상은 왜 민족주의를 강조했나북한 선교를 위해 꼭 알아야 할 주체사상 100문 100답(67)
정대일 연구실장(그리스도교-주체사상 대화연구소) | 승인 2020.01.02 16:59

Q: 주체사상의 종교 인식은 어떻게 변하여 왔나요?(4)_민족 복권기(1980~1990)의 종교 인식(1)

A: 이번 연재에서는 북에서 ‘민족’이 재발견되고 그 가치가 ‘복권’되던 시기인 1980년~1990년에 걸쳐 주체사상의 종교인식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북은 1980년에 조선로동당 제6차 당대회를 개최하였습니다. 북은 이 대회에서 새로운 통일방안인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을 제안하였습니다.

이 통일방안을 통해 주체사상은 ‘민족’의 가치를 재정립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함으로서 ‘민족’을 ‘복권’시킵니다. 1980년에 개최된 조선로동당 제6차 당대회 토론에서 당시 대남비서였던 김중린은 다음과 같이 발언하였습니다.

“김일성 동지께서 이번 대회에서 내놓으신 통일방안은 바로 민족문제에 관한 우리 당의 이러한 근본입장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 민족문제의 해결은 계급해방이나 인간해방 문제의 해결에 앞서야 하며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민족의 자주성을 실현하여야 합니다. 민족이 있고서야 혁명과 건설도 있을 수 있고 사상과 리념도 있을 수 있으며 민족을 떠나서는 그것이 다 무의미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민족주의를 하든 공산주의를 하든 그 어떤 사상과 리념을 신봉하든지 간에 무엇보다 먼저 민족을 찾아야 하며, 나라의 자주성을 지켜야 합니다.”

주체사상이 ‘민족주의’를 ‘부르죠아 반동사상’의 한 조류로 파악했던 당시까지의 평가에 비추어보면, ‘민족주의를 하든 공산주의를 하든’ 간에 무엇보다 먼저 ‘민족’을 찾아야 한다는 이 발언은 주체사상의 ‘민족’ 이해에서 커다란 전환점이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북의 사회과학원은 1985년에 『철학사전』을 출판하면서 ‘민족’ 항목에 대해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해나가는 혁명과 건설의 기본단위’라고 규정하였습니다. 이는 곧 사회정치적 생명체의 기본 단위가 민족이라는 설명입니다.

▲ 민족을 전면에 내세운 북한의 선전 포스터 ©Getty Image

즉, ‘수령과 당과 대중의 삼위일체’라는 내포를 지닌 ‘사회정치적 생명체’라는 개념이 현실 속에서 역사적 실체로 드러날 때에는 ‘민족’이라는 외연을 가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거쳐 주체사상은 ‘민족’을 ‘영생의 기본단위’로 이해하고 인정하게 된 것입니다. 이 시기 주체사상에서 ‘민족’은 완벽하게 복권되어 최상으로 격상되고 있는 것입니다.

주체사상이 민족을 강조하고 민족주의를 복권하게 되는 이 시기에, 북한의 종교인식은 급격한 변화를 보이게 됩니다. 이 시기 직후인 1991년에 출판된 『조선말대사전』은 이 시기 초기인 1981년에 출판된 『현대조선말사전』과 비교해 볼 때, 종교관련 항목의 설명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1981년에 출판된 『현대조선말사전』은 1970년대 반종교운동 심화기의 종교에 대한 주체사상의 입장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1991년에 출판된 『조선말대사전』은 1980년대 민족 복권기의 종교에 대한 주체사상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현대조선말사전』에 드러난 주체사상은 종교에 대해 배타적인 입장에서 강력한 비판을 가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조선말대사전』에 드러난 주체사상은 사상과 정견과 신앙의 차이를 용인하는 방향에서, 종교의 잘못을 지적하기 보다는 종교의 주장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는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1981년에 출판된 『현대조선말사전』은 ‘종교’ 항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신>, <하느님>등과 같은 자연과 사람을 지배하는 그 어떤 초자연적이고 초인간적인 존재나 힘이 있다고 하면서 그것을 맹목적으로 믿고 그에 의지해서 살게 하며 이른바 저승에서의 ‘행복한’ 생활을 꿈꿀 것을 설교하는 반동적인 세계관 또는 그러한 조직. 믿는 대상과 방식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다. 이것은 자연적 힘이나 사회적 힘에 대한 그릇된 인식에 기초하고 있는 환상적인 것으로서 력사적으로는 지배계급이 인민을 속이고 억압, 착취하는 도구로 리용되었으며 근대에 와서는 제국주의자들이 뒤떨어진 나라들을 침략하는 사상적 도구로 리용되고 있다. 종교는 인민대중의 혁명의식을 마비시키고 착취와 억압에 무조건 굴종하는 무저항주의를 고취하는 아편이다.”

1991년에 출판된 『조선말대사전』은 ‘종교’ 항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인간의 지향과 념원을 환상적으로 반영하여 신성시하며 받들어 모시는 초자연적이고 초인간적인 존재에 대한 절대적인 신앙 또는 그 믿음을 설교하는 교리에 기초하고 있는 세계관. <신>이나 <하느님>과 같은 거룩한 존재를 믿고 따르며 그에 의지해서 살아갈 때만 온갖 소원이 성취될 뿐만 아니라 래세에 가서 영원한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된다고 설교한다. 원시종교로부터 시작하여 불교, 기독교, 회교 등 수많은 종교와 크고 작은 류파들이 있다.”

이 두 사전을 비교해볼 때, 출판년도의 차이는 10년이지만, 종교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가히 상전벽해라고 일컬을 만 합니다. 이상에서 우리는 1980년대의 주체사상이 크게 인식의 변화를 보이는 두 가지 대상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그 하나는 ‘민족’이고 다른 하나는 ‘종교’입니다. 이 두 가지 대상에 대해 주체사상은 기존의 맑스-레닌주의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입장의 전환을 이루어내었습니다.

기존의 맑스-레닌주의가 민족의 소멸성을 지적하며 종교에 대해서는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였다면, 1980년대를 거친 주체사상은 민족의 실체성을 인정하고 종교에 대해서는 포용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었습니다. 민족 복권기인 1980년대에 도대체 북에서 무슨 일들이 있었기에 주체사상의 종교 인식을 변화시키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연재에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대일 연구실장(그리스도교-주체사상 대화연구소)  jungsc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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