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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주의자 마르크스“민중신학자가 읽는 세상” (1)
강원돈 교수(한신대 신학부/사회윤리와 민중신학) | 승인 2020.01.06 00:11

생태주의자 마르크스는 최근의 마르크스 연구에서 크게 주목되는 주제이다. 기독교윤리학은 말할 것도 없고 신학의 여러 분과들도 이 주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마르크스가 생태학적 관점에서 경제를 규율하고자 했다는 것은 이미 오래 전에 『1844년의 경제학-철학 초고』, 『정치경제학 비판 요강』, 『자본』 1권과 3권을 연구하는 사람들에 의해 인식되었고, 생태계 위기가 전면에 부각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에 이르렀다.

노동가치론을 갖고서는 대안사회를 전망할 수 없다

마르크스의 사상에서 핵심적인 개념은 노동이다. 그는 노동을 인간과 자연의 신진대사로 규정했다. 마르크스가 말한 노동을 조금 더 넓게 생산이나, 경제로 풀어도 그 의미는 바뀌지 않는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노동자들과 자연을 무덤에 파묻고 있다고 날카롭게 비판했고, 도시의 팽창이 도시와 농촌의 생태학적 연관을 깨뜨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교환관계를 매개하는 가치 개념을 갖고서는 자본주의 사회 너머의 대안적인 사회를 구축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유로운 개인들이 맺는 결사가 인간과 자연의 신진대사를 이성적으로 규율하는 자본주의적 생산관계 이후의 사회를 전망했다.

마르크스는 생산력의 발전을 중시하였지만, 그가 말하는 생산력은 인간이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발전시키는 생활 능력이라는 넓은 의미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그는 성장주의자가 아니었고, 인간과 생태계를 위험에 빠뜨리는 경제 운영 방식을 결코 옹호하지 않았다.

마르크스는 정치경제학자들이 옹호하는 가치론의 틀을 버리고, 인간의 욕망을 실질적으로 충족시키는 재화와 그것의 집적을 의미하는 ‘부’의 개념을 고려했다. 가치론은 자연이 ‘가치’를 생산하는 데 기여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 못하는 데 반해서, ‘부’를 생산하는 데에는 인간과 자연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기여한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 마르크스의 생각이었다. 이러한 획기적인 발상을 발전시키게 되면, 경제 활동의 결과로 쌓인 ‘부’ 가운데 자연의 몫과 인간의 몫을 구별하고, 각각의 몫을 인간과 자연에 공정하게 배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마르크스는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부’는 개인의 생활과 공동체의 유지, 위기 회피 비용, 미래의 경제를 위한 투자 등으로 배분되어 사용되겠지만, 그 결정은 어디까지나 일하는 사람들의 주권 아래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노동은 생태학적 친화성을 가져야 한다

마르크스는 인간이 노동을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도리어 자기 개발을 위해 한가한 시간을 더 많이 가져야 한다고 믿었다. 그는 개개인이 자신과 공동체를 위해 일하는 노동 시간을 최소화하고, 그 노동도 타율적으로 주어진 노동 분업에 묶이는 것이 아니라, 각 사람이 아침에 밭을 매고 오후에 사냥을 하고, 저녁에 시를 짓는 방식으로 개인의 주권을 관철하는 방식으로 일하고 생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노동자들이 생활의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일자리를 가져야 한다. 그 일자리는 자본의 지배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 인간의 노동은 인간의 존엄성을 해쳐서는 안 되고, 인간 자신과 생태계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어서도 안 된다. 인간의 노동은 살기 위해서 필요하지만, 인간이 일하는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모든 것에 앞서는 절대적인 요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면, 핵산업이 제공하는 일자리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핵산업이 인간과 자연을 송두리째 파괴할 수 있고, 지구의 일부나 전부를 생명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 수 있는데도,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하면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없어져서 원자력 발전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사실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당장 전면적으로 중단한다 할지라도, 핵산업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핵발전소를 해체하는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그 일에 종사할 수 있을 것이고, 그 작업만 해도 몇 십 년 동안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방사능 폐기물 관리는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다. 핵산업의 미래가 어둡기 때문에 전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직업교육을 받게 하는 등 다양한 사회계획을 수립하여 집행하면 될 것이다.

이처럼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 중지가 핵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당장 없애지도 않는데, 노동자들이 나서서 원자력 발전소 가동 중지 결정을 철회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들이 핵산업을 통하여 이익을 얻는 거대자본가들과 관료들에게 휘둘리고 있다는 인상을 자아낼 뿐이다. 그들의 주장과 행위는 핵산업 복합체를 구성하는 일원인 보수 언론 매체들까지 나서서 크게 보도하고 있지만, 핵산업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의 동의나 공감을 전혀 얻지 못할 것이다.

인간과 자연의 신진대사를 이성적으로 규율하는 세계를 전망하는 사람들은 경제가 인간과 생태계를 보호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원자력 발전소 가동을 전면적으로 중지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믿는다.

참고문헌

오래 전부터 생태주의자 마르크스의 진면모를 명석하게 분석해 온 철학자는 Wolfdietrich Schmied-Kowarzik이다. 그가 오랫동안 연구해서 얻은 성과는 다음의 책에 집대성되어 있다.

Wolfdietrich Schmied-Kowarzik, Das dialektische Verhältnis des Menschen zur Natur: Philosophische Studien zu Marx und zum westlichen Marxismus(München: Verlag Karl Alber, 2018).

강원돈 교수(한신대 신학부/사회윤리와 민중신학)  wdkang55@h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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