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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증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아모스 8:1-14)천천히 걷자
여상범 목사(제주노회) | 승인 2020.01.10 18:06

이스라엘은 끝물에 수확한 과일바구니와 같이 겉보기에는 풍성해 보이지만 더 이상 맺을 열매도 없고 누릴 영화도 없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이 당면하게 된 가장 큰 비극은 그들을 향한 하나님의 자비마저도 끝물에 이르렀다는 점입니다(2절).

역사적으로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밥처럼 여기는 사회는 어느 시대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비참한 종말을 맞이했습니다. 하물며 하나님께서 제사장으로 삼으신 나라(출19:6) 이스라엘이 불의와 불평등으로 가득한 사회가 되었다면, 그들의 허물은 마지막 한 조각까지 행위대로 갚음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7절).

▲ 풍요로운 것 같지만 하나님의 말씀이 없는 기근이었다. ©Getty Image

아모스를 통해 선포된 하나님의 심판 가운데 “말씀의 기갈”(11절)은 이스라엘을 향한 하나님의 절교 선언에 해당하는 무서운 심판의 말씀이 되겠습니다. 이 심판은 계약의 파기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로도 볼 수 있고, 질서를 잃어버린 세상이 겪게 될 혼돈으로도 이해할 수 있을 듯합니다.

‘말씀’이란 성경의 글자들이나 종잇조각을 가리키는 개념이 아닙니다. ‘말씀’이란 하나님께서 아브라함 이후로 자기 백성에게 주신 축복의 언약이며, 모세를 통해 내리신 계약의 대상자가 지켜야 할 조항들이고, 선지자들을 통해 요청하신 ‘돌아오라’(회개하라)는 명령을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그러므로 말씀의 기갈이란 하나님과의 모든 관계가 근본적으로 단절됨을 의미하며, 하나님과의 단절은 사람들을 혼돈에 빠져 헤매고 탈진하여 쓰러지게 하는 심판 그 자체가 됩니다(12-13절). 즉, 하나님과 단절된 백성들은 복잡한 장소에서 부모의 손을 놓친 어린아이가 겪게 되는 혼란과 두려움을 맛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신적인 존재에 대한 맹목적 의존밖에 모르는 사람은 결국은 두려움에 사로잡혀서 아무 신에게나 맹세하는 우상 숭배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14절). 세상과 인생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이기는 힘은 하나님과의 구체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을 강조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너는 그날이 몇월 며칠이냐?’고 묻던 분들이 있었는데, 그런 행동은 오히려 자신이 하나님과 매일의 구체적인 관계 안에 있다는 확신이 없는 데서 비롯된 행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력한 체험, 선명하게 기억나는 전환점 등이 필요한 사람은 역으로 보자면 항상 마음이 불안한 사람일 수 있고, 믿음이 부족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살아계심에 대한 체험은 특별한 사건인 기적에서뿐 아니라 오히려 일상의 모든 사건 가운데에서 가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믿음을 바르게 하면 삶이 바르게 변하고, 삶을 바르게 하면 믿음이 바르게 성장합니다. 그리고 삶과 믿음을 바르게 하는 모든 연단 자체를 하나님과의 관계 맺기라고 합니다.

여상범 목사(제주노회)  uptig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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