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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는 사람들(요나 3:1-10절)천천히 걷자
여상범 목사(제주노회) | 승인 2020.01.24 17:09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신앙이 ‘시대정신’의 옷을 입도록 요청하십니다. 각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게 하나님을 섬겨야 합니다. 몸은 항상 현재에 살고 있는데 정신이 과거에 묶여있으면 하나님을 바르게 섬길 수 없습니다. 정확하게 말해서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할 수 없습니다.

요나(이스라엘)의 모습이 그러했습니다. 변화된 상황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에 도망치기도 했고(1장) 불만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4장). 그 변화된 상황이란 ‘하나님의 직접적인 통치 영역의 확장’이라는 말로 설명해 볼 수 있을 듯합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만 역사하시는 것이 아니라 이방인들에게도 역사하시기 시작하신 것입니다.

처음에 하나님의 부르심과 인도하심을 따라 시내산으로, 광야로, 가나안으로 갈 때 이스라엘에게 필요한 거룩함은 구별됨이었습니다. 할례와 안식일을 비롯한 율법의 명령들은 이스라엘의 구별됨을 보증하는 징표들이었고, 그 구별됨이 구원의 보증수표였습니다. 당연하게도 할례받지 않은 사람들과 율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은 구원에서 배제되어야 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스라엘이 그처럼 까다로운 율법들을 지킬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 요나의 이야기를 들은 니느웨 백성들은 하나님께 회개한다. ⓒGetty Image

율법은 할례받지 않은 사람을 포함하여 이른바 ‘정상인’의 범주에서 벗어난다고 판단되는 사람은 모두 배제하도록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신앙적으로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하나님의 뜻대로 사는 사람들의 모형을 성취해야 할 이스라엘에게는 매우 중요한 시대적 과제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루살렘의 멸망과 함께 시작된 포로기 이후로 숙제가 바뀌었습니다. 이전에는 구별짓기 자체에 몰두하도록 하는 것이 이스라엘의 과제였다면, 이제는 그 구별짓기의 유익함이 무엇인지를 입증해야 하는 더 어렵고 복잡한 과제가 주어진 것입니다.

이스라엘끼리만 뭉쳐 살 때, 야훼 하나님과 율법의 내용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거룩한 척하는 일은 비교적 쉬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율법을 지키는 일의 가치를 증명하고,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선포하는 일은 훨씬 어려운 일입니다. 이전에는 이런 일을 하도록 요청받은 적이 없었는데, 뿔뿔이 흩어지고 붙잡혀 간 시대적 상황에서 하나님의 새로운 요청이 이스라엘에게 주어진 것입니다.

니느웨가 하나님의 메시지를 받은 후에 두려워하는 마음으로(경외하는 마음으로) 자신들의 잘못에서 돌이켜서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게 된 사건은 이스라엘에게 들려주시는 하나님의 경종이었습니다. 주여주여 하는 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자가 구원을 받는다는 중요한 사실이 선포된 사건인 것입니다(마7:21).

믿는 사람들끼리 모여있는 교회에서 믿음 좋은 척하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생활 속에서 믿음의 가치를 증명하는 일이 더 어렵고 중요한 일입니다. 그리고 변화된 시대의 시대정신에 맞는 신앙인으로 사는 것은 훨씬 더 어렵고 중요한 일입니다.

이 시대의 시대정신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서 무관심한 신앙인이 되지 맙시다. 완벽한 성인이 되자는 말씀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신앙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시대정신의 옷을 입기를 요청하시기 때문에, 이 시대를 향해 요청하시는 그분의 명령에 대하여 “들을 귀”를 가지고 살아가자는 말씀입니다. 정의, 생명, 평화, 공존, 존중, 배려 등등의 문제에 대해 깊이 묵상하며 살아갑시다.

여상범 목사(제주노회)  uptig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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