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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TV 방송의 한국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자기 눈의 들보는 못보고 남의 티만 보는 바보들
이헌모 교수(일본중앙학원대학교 법학부) | 승인 2020.02.04 01:05

일본 방송계에 거의 독보적인 위상을 갖는 ‘이케가미 아키라(池上彰)’라는 사람이 있다. NHK 방송인 출신의 경력을 살려 지금은 왕성한 저술 활동은 물론 특집 방송의 캐스트 및 진행자로 각광을 받고 있다. 보통 이런 사람을 가리켜 세간에선 ‘박학다식(博学多識)’ 하다 평하지만, 난 이 사람을 ‘박학다문薄学多聞’으로 평한다(漢字주의). 여기저기 다니며 부지런히 귀동냥한 덕분에 다양한 분야에 대해 많이 아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 깊이가 얕은 전형적인 지식인(?)척 하는 사람이다.

지난 2월 2일 일요일 저녁 8시부터 두 시간에 걸쳐 이케가미가 진행하는 ‘이케가미아키라 스페셜’ ‘한국 반일주의의 행방’이란 타이틀의 방송이 있었다. 일요일 저녁 시간은 말 그대로 골든타임. 방송은 후지산케이 그룹의 ‘후지 텔레비전’이니 보지 않아도 무슨 의도와 내용일지는 불문가지. 해서 예약 녹화만 하고 실제로 보지 않았다.

그러다가 2월3일 일본에 사는 SNS친구의 포스팅을 보고 대략 내용을 알게 되어 ‘저열한 일본 미디어와 사회적 영향’이라는 거창한 테마를 천착하는 연구자의 심정으로 두 시간 동안 끓어오르는 부아를 제어해가며 구도자의 심정으로 리서치 했다. 내용을 간단히 방송 순서대로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 이케가미 아키라 스페셜, 한국 반일주의의 방향, 2020 이케가미 아키라가 긴급취재 ⓒ이헌모 교수 화면 캡쳐

우선 방송 진행 메인은 이케가미 씨. 그리고 그 옆에 찰싹 붙어 보조 진행을 맡는 장식품 같은 여자 아나운서. 게스트로 나온 손님은 장년 가수와 젊은 아이돌 가수 남녀 1명씩과 코미디언 한 명과 베테랑 여성 뉴스 캐스터 이렇게 5명으로 구성. 이들은 방송 꼭지마다 소개되는 한국의 어마어마한(?) 실태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며 한 마디씩 추임새를 넣는 역할을 담당한다. 한국 정세에 밝지 않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이들이 담당하는 셈이다.

1. 첫 오프닝 꼭지가 문재인 대통령의 “일본에 이길 수 있을 겁니다” 하는 대국민 성명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러면서 전후 최악이라는 한일관계라는 자막과 함께 그 원인을 문 대통령 집권에서 찾는다. 의도적이다. 아베 7년 집권 기간 동안의 책임은 전혀 언급이 없다. 일방적이다. 이어서 한국 역대 대통령들이 ‘반일’ 노선을 채택하며 국민 지지를 관리해 왔다는 밑도 끝도 없는 뻔한 스토리를 전개해 간다. 이에는 한국의 보수 진보 구분 없이 통일되고 일방적인 ‘반일’ 노선만이 존재할 뿐이다.

2. 사회자 이케가미와 여성 아나운서가 한국에 긴급취재를 다녀왔다고 한다. 작년 무역 보복조치 이후 전개된 한국의 일본 보이콧 운동으로 인한 일본 관광지(대마도와 규수지방) 등의 타격이 있었음을 소개한 후, 갑자기 한국 경제가 지금 ‘과거 50년 중 최악’이라는 소개를 한다. 이유는 문 대통령의 경제 정책 실패로 인하여 그렇다며 최저임금 인상을 소개한다. 아무리 미워도 그렇지 과거 50년 동안은 너무 나갔다.

3. 도쿄 올림픽에 대한 한국의 방사능과 욱일기 게양에 대한 반대를 소개하며 남의 잔치에 재 뿌리는 못된 자들로 방향이 흘러간다. 그러면서 징용공 문제로 바뀌면서 지금까지의 전개와 대법원의 판결에 이르는 과정을 소개한다. 물론 1965년의 한일협정에 대한 상세한(?) 점검도 빼놓지 않는 철저함을 보인다. 당연히 게스트들은 놀랐다는 듯 한 마디씩 추임새를 넣는다. “이런 식의 막무가내가 통하게 되면… 세상이 두렵… 블라블라 … 이래서야 어디 법치국가라 할 수 있겠는가… 블라블라…” 이케가미는 만족한 듯한 표정을 지어가며 고개를 끄떡여주며 ‘너희들 잘하고 있다’는 격려의 메시지를 보낸다.

4. 한국과 일본의 차이를 비교 설명한다. 일본은 ‘준법’의 나라인데 비해 한국은 ‘정의’를 중시하는 나라. 이에는 80년대 민주화 운동에 성공한 사례가 ‘준법’보다 ‘정의’를 중시하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냈다고 한다. 즉 독재정권하에서 만들어진 악법이나 국제조약 등은 민주화된 이후 ‘정의’에 의해 개정하거나 무시해도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에는 ‘국민정서법’이라는 단어가 존재한다는 식으로 마무리한다. 이 부분은 자기들도 조심스러웠는지 “그렇다고 한다”는 전언식으로 처리하는 영민함도 보인다.

5.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반일 교육의 현장에 대한 소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한국 고등학생에 의한 영상을 소개하며 한국 학교에서 역사교육이란 미명 하에 반일 교육이 얼마나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소개된다. 이를 본 아이돌 가수 왈 “이러면 아까 말한 정의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건가요?” 라며 백치미를 한껏 어필하는 코멘트. 나아가 코미디언이라는 작자는 “반일 교육이야 말로 한국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는 정말 코미디 같은 발언을 해준다. 그래 네가 원래 코미디언이었지. 잠시 잊고 있었다 고멘.

그러면서 압권은 이런 보도가 한국 국내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로 “무슨 힘이 작동하고 있는 걸까요?”란 백치미 아이돌의 질문에 이케가미가 기다렸다는 듯이 “동조 압력”과 “공기를 읽는” 언론의 분위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그래 그거였다. 바로 너희들 아베 정권에 동조하고 공기를 읽는 너희 일본 언론의 참모습…. 잠시 고해성사를 듣고 있는 줄 착각했다. 그러나 그 대상이 한국이었다.

6. 후반부에는 한국의 과거 일본 문화 통제에 관한 소개가 있은 후, 현재 한국에서 일고 있는 일본 소설의 인기 등에 대해 소개하면서 이렇게 좋은 일본 작품과 제품은 아무리 사회적 제재가 있어도 팔리게 된다며 메이드 인 재팬 넘버원 식의 은근히 국뽕을 강조하는 시간이 이어진다.

▲ 오른쪽 위 자막: “거짓의 역사” 자국비판에 충격받은 한국, 일한 베스트셀러 “반일종족주의” / 아래 노란색 글자: 화제의 책 ⓒ이헌모 교수 화면 캡쳐

7.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이번 방송의 압권이며 백미는 ‘이영훈’의 ‘반일종족주의’였다. 후반부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이영훈과의 인터뷰를 상세히 전하면서 한국 사회의 반일정서와 반일 교육에 대한 소개가 이어진다. 거짓으로 점철된 반일 교육현장을 용산역 앞에 설치된 징용공 동상 앞에 가서 소개하기도 하고, 이영훈의 ‘이승만 학당’을 찾아 강연하는 모습을 소개하기도 하며, 이케가미와 이영훈의 직접 대담이 이루어진다. 이영훈의 말 중에 와 닿은 말은 “한국의 역사는 거짓으로 만들어진 기억이 많습니다.”, “한국인이기 위해서는 반일 감정에 충실한 인간이어야 한다.” 등등 ….

8. 그러나 무엇보다도 압권이었던 것은 용산역의 징용공 동상 앞에서 일본의 젊은 여자 아나가 “이런 조작된 역사에 의한 동상 따위를 만드는 것 간코쿠와(한국은) 창피하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에 이영훈이 유창한 일본어로 “하즈카시이데스네(네. 쪽팔립니다)”라며 대답하는 장면이다. 여자 아나운서의 당돌한 질문에도 놀랐지만 그에 대한 이영훈의 솔직 담백한 고해성사와 같은 진솔한 대답에 많은 일본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을 것이라 확신한다.

봐라! 한국이란 나라가 얼마나 엉터리고, 반일 교육으로 어려서부터 세뇌되어 어른이 되면 무조건 반일반일하고 일본하고 관계되는 것은 무엇이든 부정하고, 룰을 파기하고 지키지 않아도 ‘정의’라는 이름으로 용서가 되는 법치국가가 아닌 국가에서 자행되는 추악한 실태에 대해 한국 최고의 엘리트인 전 서울대 교수께서 “쪽팔립니다”라고 인정하지 않던가? 니혼 고쿠민노 미나상(일본 국민 여러분) 다들 보았지요?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장면이었다. 뭐 더 이상 쓸 것도 없겠다.

9. 난 한국인이므로 한국을 무자비할 정도로 난도질하는 이런 방송은 당연히 보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몸으로 연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찾아보는 경우이다. 아마 일본에 사시는 한국인들이 보면 이건 또 다른 형태의 헤이트 스피치라고 느낄 것이다. 거리에서 우익들이 몰려다니며 “한국인 물러가라!”, “조선인 죽어라!”를 외치는 것만이 헤이트 스피치가 아니다.

휴일 저녁 황금시간에 두 시간에 걸쳐 일방적인 한국 비방과 깎아내리기를 방송하여 많은 시청자들에게 편향되고 일방적인 정보전달을 통해 세뇌해가는 사악한 의도가 감지되는 너희들 같은 언론(이라고 하기도 뭐하니까 マスゴミ[쓰레기]라 하자)들의 행태가 공중파를 이용한 헤이트 스피치임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 오른쪽 위 자막: 금단의 책이 지적 “징용공상”, 왜곡된 역사인식 / 왼쪽 파란 글자: 강제징용 노동자상 / 오른쪽 빨간 글자: 징용공상 ⓒ이헌모 교수 화면 캡쳐

10. 한국이 일방적으로 피해자이고 뭐든 올바르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한국 정부와 사회에도 한일관계에 있어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으며,그 또한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렇듯 일방적인 관점에서 편파적으로 전달하는 방송은 그 자체가 악의적이며 너희들이 비판적으로 입에 자주 올리는 ‘이미지 조작(印象操作)’에 다름 아니다.

마지막 엔딩 멘트로 이케가미는 그 교활한 입술을 놀려가며 그럴듯한 요설로 향후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포장된 멘트로 마무리를 하지만 이는 단지 일방적 한국 비방 방송이라는 비난의 ‘면피’를 위한 고식적인 멘트에 불과하다. 너희들이 앞으로도 이런 방송이나 기획하고 방영하는 한, 일본의 정체는 더 심화될 것이며 고립을 재촉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티’만 흉보는 바보들…

이헌모 교수(일본중앙학원대학교 법학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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