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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아파서 더 큰 삶살며 묵상하며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 승인 2020.02.06 17:18

9 스스로 의롭다고 확신하고 남을 멸시하는 몇몇 사람에게 예수께서는 이 비유를 말씀하셨다. 10 “두 사람이 기도하러 성전에 올라갔다. 한 사람은 바리새파 사람이고, 다른 한 사람은 세리였다. 11 바리새파 사람은 서서, 혼자 말로 이렇게 기도하였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나는, 남의 것을 빼앗는 자나, 불의한 자나, 간음하는 자와 같은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않으며, 더구나 이 세리와는 같지 않습니다. 12 나는 이레에 두 번씩 금식하고, 내 모든 소득의 십일조를 바칩니다.’ 13 그런데 세리는 멀찍이 서서, 하늘을 우러러볼 엄두도 못 내고, 가슴을 치며 ‘아, 하나님, 이 죄인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하고 말하였다. 14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의롭다는 인정을 받고서 자기 집으로 내려간 사람은, 저 바리새파 사람이 아니라 이 세리다.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사람은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높아질 것이다.(누가복음 18:9~14/새번역)

14  “하나님과 바른 관계가 되어 집으로 돌아간 사람은, 다름 아닌 세금 징수원이다. 너희가 고개를 쳐들고 거만하게 다니면, 결국 코가 납작해지고 말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너희는 자기 자신보다 큰 존재가 될 것이다.”(메시지성경)

세리로 살아가는 삶, 살아남으려고 제국의 노예로 동족을 괴롭히는 삶이기 쉽습니다. 그런 사람이 하나님 앞에 참으로 가슴 아파하는 마음이라면, 그것만으로도 하나님 의롭다 해주십니다. 제국에 맞서 싸우거나 주님 곁에서 하나님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따르는 삶은 아닙니다. 그저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 알고 아파하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삶입니다. 가족을 살리기 위해,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연약함입니다.

▲ Eduardo Kingman(Ecuadorian, 1913 - 1998), 「Figura Afligida」

세리처럼 살아도 의롭다 해주신다고 그렇게 살라는 권면이겠습니까. 하나님 나라를 위해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 초대하신 주님입니다. 그러나 그러지 못하는 연약함도 안아주십니다. 그러지 못해서 너무나 아파하는 마음에 함께 울어주십니다. 의롭게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힘겨운 상황, 사회구조적 문제의 책임까지 개인에게 추궁하지 않으십니다. 하나님 나라를 믿고 살아가는 공동체를 통해서 의롭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십니다.

불의해 보이는 사람, 그를 그렇게 몰아세우는 구조의 죄를 놓치지 말아야겠습니다. 그 사람이 그것을 핑계로 당연히 여긴다면 모르겠지만, 그것을 아파한다면 함께 아파할 일입니다. 함께 길을 찾아볼 일입니다. 그러나 불의한 구조 속에서도 자신만은 죄 없이 살아갈 수 있다고 안심하며 감사하기만 한다면? 그럴 수 없는 이웃들 앞에 아픔과 죄스러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 감사 안에서 메말라 가는 게 아닙니까. 그럼에도 그것이 자신의 능력인 양, 의로움인 양 으스댄다면, 눈이 먼 죄인이 아닐지. 의도적으로 저지르면, 죄가 무겁고, 모르고 저지르면 가볍다 여깁니다. 그러나 죄인인줄 모르는 죄가 때론 더 깊은 죄를 낳습니다.

세리는 오롯이 자신의 죄로 여깁니다. 사실 식민지니까 어쩔 수 없다고 합리화할 수 있습니다. 사회 구조의 문제이니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방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변명을 내려놓고 자신의 죄로 아파합니다. 사랑은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로 가져옵니다. 그래서 자신보다 큰 존재가 됩니다. 주님께서 십자가에서 모든 책임을 가져오신 것처럼. 회개는 개인의 구원을 위한 것만이 아닙니다. 이웃의 고통까지 자신의 책임으로 가져오는 돌이킴입니다. 어쩔 수 없더라도, 자기 책임이 아니더라도 사랑은 아프지 않을 수 없어 회개합니다.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devi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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