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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부동산 풍경에 대한 교회의 역할과 책임NCCK신학위 <사건과 신학> 1월호 (2)
이성영(희년함께 학술기획팀장) | 승인 2020.02.10 13:01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신학위원회는 ‘사건과 신학’이라는 이름으로, 매달 시대적 요청에 대한 신앙고백과 응답을 신학적 접근과 표현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사건과 신학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 1월 사건과 신학 주제는 “1216 부동산대책”입니다. 이글은 모두 6편의 글 중에서 <희년함께 이성영 님>(클릭하면 원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의 글입니다.

공포심리가 만들어내는 대한민국 부동산 풍경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2년 반동안 서울 아파트 가격은 평균 40%, 2억 4천만 원이 상승했다. 부동산 투기 심리가 과열될 때마다 정부는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 대책을 내놓았고 집값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다시 급등하기를 반복했다. 더 이상 집 사기를 늦췄다가는 평생 집장만 못할 수 있겠다는 사람들의 공포심리가 다소 무리한 대출을 해서라도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해야겠다는 아파트 구매열풍으로 이어졌다. 2019년 서울 아파트를 가장 많이 산 세대가 30대라는 사실은 젊은 세대들의 집값폭등에 대한 공포심리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대한민국 한편에서는 집값 폭등을 환호하는 이들이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내 집값이 떨어질까 공포에 사로잡힌 이들이 있다. 지난 12월 탈북청소년 90여 명이 다니는 대안학교가 은평구로 이전하려 했지만 은평구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인해 이전이 무산되었다. 같은 시기 지난 12월 서대문구 연희동에서는 청년들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짓는다는 소식을 들은 연희동 주민들이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반대해 건설공사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2017년 9월 강서구에서는 장애학생들을 위한 학교가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장애아동을 둔 부모가 무릎을 꿇고 비는 일까지 벌어졌다. 열악한 주거환경과 높은 주거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생들을 위해 대학교에서 기숙사를 증축하려고 하면 서울, 인천, 부산, 울산, 경북 등 지역을 불문하고 대학가 근처 건물주들은 기숙사 건설 반대 시위를 펼친다. 이 모든 반대에는 내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공포심리가 자리하고 있다.

▲ 어떤 형태의 거주 공간이든지 간에 한국사회에서 이들 공간은 거주가 목적이 아니라 투기가 목적이 된지 오래 되었다. ⓒ연합뉴스

차려진 부동산 불로소득의 만찬에 북한 이탈주민, 장애인, 청년 등 사회적 약자들은 참여할 수 없고 오히려 만찬에 훼방을 놓는 존재로 건물주 근처에는 얼씬도 할 수 없다. 21세기 부자와 나사로를 보는 듯하다. 아니, 복음서 속 부자는 적어도 집 앞에 있는 나사로를 멀리 쫓진 않았다. 하지만 21세기 부자들은 나사로가 내 집 앞에 있어서도 안된다. 나사로 때문에 내 집값이 떨어질 수 있으니. 

대한민국 부동산 풍경에 대한 정부의 책임

2019년 하반기 집값 폭등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정부는 12월 16일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공시지가 현실화 및 보유세 강화, 15억 이상 대출 금지, 2020년 6월까지 부동산 매각 시 양도세 중과 완화 등 시장참여자들의 예상보다 강한 채찍과 당근을 제시하였다. 다행히 정책 발표 이후 한 달여 지난 지금까지 시장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흥분 심리는 가라앉아 아파트가격 상승세는 꺾인 상황이다.

하지만 2017년 8.2대책과 2018년 9.13대책처럼 효과가 얼마나 갈지 장담할 수 없다. 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도 올해의 부동산 전망을 ‘상저하고’, 상반기는 조용하지만 하반기는 부동산 가격이 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참여자들에게 정부는 부동산 정책에 관한 한 거짓말쟁이 양치기 소년으로 인식되어 있다.

오늘 대한민국의 부동산 풍경을 만든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 투기심리를 잠재우는 근본적인 처방은 토지불로소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보유세 제도를 강화해야 하는데 기득권의 저항 및 정책담당자들의 이해관계 등 다양한 원인들로 제대로 된 보유세 강화 정책이 나오지 못한 결과, 사람들을 비이성적 흥분 상태로 만들었고 집값이 모든 가치를 잠식하게 만들고 말았다.

대한민국 부동산 풍경에 대한 교회의 역할과 책임

오늘 부동산을 둘러싼 21세기 ‘부자와 나사로’ 사건에 대해 한국교회의 책임은 없을까? 복음서의 ‘부자와 나사로’ 사건보다 더 강한 ‘부동산 부자와 나사로’ 사건이 한국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음에도 오늘 우리 한국교회에서는 이사야 예언자처럼 땅과 집을 독점하려는 이들에게 저주를 퍼붓는 예언자적 메시지도, 사회적 약자들을 내모는 님비현상에 맞서 우리 지역에 청년, 장애인, 북한이탈주민들이 함께 사는 것을 환영한다는 성명서 한 장도 보이지 않는다.

'내 집값'이 대한민국의 블랙홀이 되어 모든 가치와 판단 기준을 빨아들이고 있는 현실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잠정적 동조자 또는 침묵하는 방관자로 머물다가는 심판의 날 왕을 만날 때 왕께서 지극히 작은 자의 고통에 반응하지 않은 죄로 어떤 형벌을 내리실지 모른다.

늦기 전에 부동산 불로소득의 만찬을 거부하고 땅과 집을 ‘투기상품’이 아닌 ‘삶의 터전’으로 되돌려 놓기 위한 전방위적인 시도에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 다주택자가 많은 부자동네 대형교회가 앞장서서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자’는 성명서가 나오고, 은평구, 강서구, 연희동처럼 사회적 약자들과 공존하지 않으려는 지역 이기주의가 일어나는 곳에서 해당 지역 노회나 시찰에서 ‘우리는 탈북청소년 대안학교, 장애인 학교, 청년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붙는 날이 오길 기원한다. 더 나아가 땅과 집을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으로 만들어 가려는 대안적 시도인 주택협동조합, 공동체토지신탁 운동이 교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날을 꿈꾼다.

이성영(희년함께 학술기획팀장)  kncc@knc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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