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나라는 분명하게 규정되지 않지만, 그 말에 담긴 의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를 말할 때 먼저 무엇을 떠올리는지요?

이 본문의 앞뒤 문맥을 보면 하나님 나라라는 말은 좀 생뚱맞게 들립니다. 바울은 고린도 교회의 일부 사람들을 책망하면서 이 말을 합니다. 그들은 바울이 그들에게 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추정컨대 고린도 교회에서 자신들을 높이고 바울의 가르침을 잊었거나 무시하고 자신들의 가르침을 내세웠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바울은 그들의 말을 직접 문제 삼기보다는 그들의 능력을 알아보겠다고 합니다. 이 문맥에서 이 구절을 읽는다면, 그들이 하는 말의 중심은 하나님 나라였을 법합니다. 그 내용은 알 수 없지만, 그것은 구체화하면 할수록 사람들을 유혹하는 힘이 커지는 그런 류의 것으로 그에 비례하여 위상도 높아지고 교만해졌을 것 같습니다.

▲ 황금률을 묘사한 일러스트 ⓒGetty Image

하지만 그렇게 하면 할수록 하나님 나라를 말하는 이유와 목적에서 멀어집니다. 이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예수의 가르침이 대체로 비유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면 이해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그 나라가 언제 올지는 예수 자신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하나님 나라는 살짝 드러난 상태이기에 여러 말들이 있을 수 있지만 상당한 절제가 따라야 합니다.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증언은 숨겨진 하나님 나라를 밝힐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비밀을 간직하고 사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하나님 나라는 품고 기다리고 살아야 하는 것이므로 그 나라는 말에 있을 수 없고 오직 살 수 있게 하는 능력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 능력은 하나님 나라를 사는 삶에서 드러납니다. 삶의 모습이 각자 다르고 삶의 장이 같지 않으므로 그 실현 모습도 다른 양상을 보이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보면 하나님의 나라는 능력에 있다는 바울의 말은 하나님 나라를 사는 삶을 보이라는 요구와 같습니다. 고린도교인들의 삶은 사실 하나님 나라와 거리가 멀었고, 바울은 바로 이에 대해 엄중한 말들로 낱낱이 비판합니다.

하나님의 나라를 사는 삶은 어떤 삶입니까? 그것은 탐심과 정욕을 십자가에 못박고 그 자리에 사랑과 ‘황금률’을 놓는 것이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로 하나님 나라를 사는 우리의 오늘이기를. 하나님 나라의 씨앗을 뿌리고 자라게 하는 이날이기를.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