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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설거지: 죄가 아닌 길을 묻다”살며 묵상하며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 승인 2020.02.24 16:26
예수께서 길을 가시다가, 태어날 때부터 눈먼 사람을 보셨다. 제자들이 물었다. “랍비님, 이 사람이 눈먼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누구의 죄 때문입니까? 이 사람 때문입니까, 이 사람의 부모 때문입니까?”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탓할 사람을 찾으려고 하니, 너희의 질문이 잘못되었다. 이 일에 그런 식의 인과관계는 없다. 차라리 너희는 하나님께서 어떤 일을 하시는지를 주목해 보아라. 우리는 나를 이 세상에 보내신 분을 위해 해가 비치는 동안 활기차게 일해야 한다. 밤이 되면, 일할 시간이 끝난다. 내가 이 세상에 있는 동안은 빛이 풍성하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고, 흙에 침을 뱉어 그것으로 반죽을 이겨서 눈먼 사람의 눈에 바르고 말씀하셨다. “실로암 연못에 가서 씻어라.” 그 사람이 가서 씻고 앞을 보게 되었다.(요한복음 9:1~7/메시지성경)

어릴 적 비가 내리면, 가끔씩 창문을 살짝 열어 놓고, 그 밑에 누웠습니다. 부드러운 바람에 실려 오는 빗소리에 안기는 게 좋았습니다. 이제는 비가 내리면 비설거지를 나갑니다. 비가 내릴 듯 할 때 준비하는 일을 비설거지라고 합니다. 장독을 닫고 마당에 펼쳐둔 곡식, 빨래 같은 것을 걷는 일입니다. 비설거지는 비가 내리기 전도 좋지만, 비가 내릴 때도 필요합니다. 어디에 물이 고이는지, 넘치는 지 비 내릴 때, 살펴야 정확히 알 수 있으니까요. 비가 그치면 단도리할 부분이 어디인지, 그래서 비 내릴 때도 확인해야 합니다.

코로나 19에도 비설거지가 필요합니다. 특히 신앙에 있어서 단도리할 비설거지는 무엇일까요? 코로나19로 인해 드러난 신앙의 빈틈이나 막힘은 무엇일까요? 코로나19는 방역망의 빈틈만이 아니라 신앙의 왜곡과 어긋남도 보여줬습니다.

▲ Vladimir Kush, 「To the Safe Haven」

코로나19는 하나님의 징벌이라는 말이 여러 강단에서 선포되었습니다. 교회를 핍박한 사람에 대한 징벌이라는 음모론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둔갑했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신성모독이 선포되고 아멘으로 화답되는 참담한 현실이 드러났습니다. 질병으로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 아파하시고, 그들을 돕기 위해 싸우는 이들과 함께 싸우시는 하나님이 폭력적 하나님으로 가려졌습니다. 안타깝게 고통 받는 이들에게는 죄인이라는 낙인까지 더해졌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눈먼 사람의 이야기는 정반대의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누구의 죄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느냐, 는 물음 자체를 묻게 합니다. ‘굴뚝 청소를 한 두 사람 중에 얼굴이 깨끗한 사람과 더러운 사람 중에서 누가 세수를 하겠느냐?’ 깨끗한 사람이 씻을 것이라는 뻔한 대답보다 중요한 것은 물음 자체에 대한 물음입니다. 어떻게 한 사람은 얼굴이 깨끗할 수 있는지 물음 자체에 의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그처럼 누구 탓인지를 묻는 물음 자체를 물어야 합니다. 누구 탓인지를 묻는 물음은 징벌의 하나님을 전제합니다. 전염병을 하나님의 징벌로 보는 전제가 범죄자라는 2차 피해자를 낳습니다.

물음의 물꼬를 돌려야 합니다. 누구의 죄 때문이지가 아니라 무엇을 하라고 부르시는지. 징벌의 하나님이 아니라 치유와 사랑의 하나님을 통해 바라보면 물음이 바뀝니다. 벌어지는 일들 속에서 주님 무엇을 하실까?  그러면 밤이 되기 전에 부지런히 일하시는 주님처럼 하나님 하시는 일에 주목하여 동참하게 됩니다. 낮이라는 한계 안에서 일 하시듯, 자신이 할 수 있는 한계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참여합니다. 건물주가 몇 달 간 가겟세를 낮춰주고 심지어 받지 않겠다는 분의 소식이 들립니다. 그가 누구인지 어떤 신앙을 가졌는지 모르지만, 분명 하나님 기뻐하실, 하나님의 동역자 아니겠습니까. 주일 예배를 가정예배로 돌리는 일도 쉽지 않았겠지만, 방어적 자세에서 그칠 수밖에 없는지, 하나님과 함께 묻게 될 것입니다.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devi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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