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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도 가야할 길NCCK 2020년 부활절 맞이 묵상집(2월26일)
NCCK | 승인 2020.02.25 17:21

우리 민족의 근현대사에서 한국전쟁이 남긴 상처만큼 그 골이 깊고 오랜 시간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 사건도 없을 것입니다. 1950년 시작하여 약 3년에 걸쳐 일어났던 그 전쟁으로 남과 북은 서로가 다시 치유될 수 없을 것 같은 상 흔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상처는 서로의 정신을 이데올로기라는 허울 속에 가두어 놓은 채 모두 의 삶을 ‘냉전’이라는 소리없는 전쟁터로 만들었습니다. 그 속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휴전이라는 임시적 평화 조치는 아무런 힘도 발휘할 수 없었습니다.
냉전은 그 상황을 이용하고자 했던 불의한 권력들이 기생하기에 너무도 좋 은 환경이었고, 그로 인한 민족의 분열은 그 도를 더하여 갔습니다. 그리고 결국 우리는 다시 1980년 광주의 아픔을 겪게 되었습니다. 불안전한 임시적 평화 조치인 ‘휴전’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20년 한국전쟁이 일어난 해로부터 70년이 되었고, 광주의 아픔을 겪은지 40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냉전이라는 유령은 우리의 삶을 사로잡고 놓아주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 평화를 향한 우리의 노력이 소중한 시간입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영원히 평화가 허락되지 않을지도 모르기에 말입니다.
2020년 화해와 평화의 기운이 선포되기를 바랍니다. 사순절에서 부활절까지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에 참여하며, 한국전쟁 70년, 5.18민주화운동 40 년이 우리 민족의 삶과 역사에 던지는 의미를 성찰하여 ‘정전(停戰)’을 넘어 ‘평화’로 나아가는 한 해로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 윤보환
총무 이홍정
위원장 황선엽

 

누가복음서 1:79

그분은 해를 하늘 높이 뜨게 하셔서,
어둠 속과 죽음의 그늘 아래서 사는 사람들에게 빛을 비추게 하시고,
우리의 발을 평화의 길로 인도하실 것이다.

아는 것과 믿는 것은 다른 듯합니다. 우리는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고, 공 격과 비난으로 평화를 얻을 수 없음을 의심치 않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빛의 힘보다 어둠의 힘을 두려워합니다. 공격과 비난 앞에서 평화를 말하는 것은 바 보 같은 짓이라고 먼저 절망합니다.

예수님께서 깊은 고뇌 속에 받아든 고난의 잔은 평화의 길을 여는 성배입니 다. 새로운 길은 언제나 막다른 길목에서 열립니다. 빛은 언제나 어둠 속에서 제 힘을 드러내고, 평화는 언제나 고통 한가운데서 그 이름이 소환됩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하나 님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방법으로 하늘의 뜻을 드러 내시기 때문입니다. 다만 인간이 제 욕심에 눈이 어두워 외면하거나 알기를 거 부하고 다른 허상을 좇아 헤맬 뿐입니다.

예수님께서 걸으신 평화의 길은 고난의 신을 신지 않고 걸을 수 없는 길입니다. 어둠이 짙게 깔리고 죽음의 신음소리에 둘러싸여도 제 혼자라도 내디뎌야 하는 고독한 길입니다.

이제는 우리가 함께 걸어야 할 길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지금 그 출발점에 서 있습니다. 그분과 함께.

ⓒ김두홍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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