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학교”는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는 시인 윤동주의 출신학교로 그리고 “서전서숙”을 이어서 일찍이 북간도에 세워진 반일민족교육을 실시한 근대적인 학교로 한국인들의 뇌리 속에 기억되고 있다.

간도 조선 사람들의 독립과 교육을 향한 의지

이 명동학교는 서전서숙의 교사였던 박무림과 학생이었던 김학연 그리고 소위 명동촌 인사들로 알려진 김약연, 문치정, 김하규, 남위언 등에 의하여 1908년 4월 27일 명동촌에서 “명동서숙”으로 설립되었다. 설립당시 학생은 42명이었다. 그 다음 해에 교명이 “사립명동학교”로 고쳐졌다.

1910년 3월에 중학부 증설에 이어 김약연이 교장에 취임하였다. 1911년 초에 이동휘가 명동에 온 후 동년 2월에 여학부를 증설하였다. 이는 북간도에서 처음으로 실시된 여성근대교육의 장이었다.

명동학교는 황의돈, 장지영, 박태환, 김철 등 쟁쟁한 교사진을 갖추었으며 여학교에도 정신태, 이의순, 우봉운을 초빙하였다. 그리하여 학교의 규모는 날로 커졌고 명성은 날로 높아졌다. 가장 활발했을 당시 중학부에 160명, 소학부에 280명, 여학부에 65명이 있었다.

1920년 10월 20일, 명동소학교는 일제 토벌군에 의해 전소를 당하였고 1923년 교장인 김정규가 기부금을 모아서 명동학교를 재건하였다. 그러나 1925년 경 명동학교 또한 용정에 불어 닥친 사회주의의 강한 바람에 들어갔다. 일제 탄압에 의해 문을 닫을 때까지 1,000여명의 학생들을 졸업시켜 독립운동의 인재를 양육하였다.

1912년 초에 북간도에는 명동학교 외에도 140여 개소의 사립학교가 있었다. 1916년 12월 조선 주재 헌병대사령부가 조사한 동북삼성지역에 조선족이 세운 학교와 서당 일람표에 의하면 조선족사립학교는 모두 286개소이고 학생은 63,000여명이었다. 그 중 북간도의 사립학교 수는 157개소, 학생 수는 3,879명으로서 요녕성과 흑룡강성과 북간도를 뺀 나머지 길림성의 숫자를 훨씬 뛰어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19년 용정 3.1만세 시위 이전에 세워진 많은 북간도 학교 중에 한국인들이 기억하는 학교는 헤이그 밀사 이상설이 세운 서전서숙과 명동학교 정도일 것이다. 좀 더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이동춘이 중국인과 함께 세운 “양정학당”, 남성우, 이병희, 오상근 등이 세운 “창동소학교”, 강백규, 강의선 등이 세운 “정동서숙”, 이동휘, 이동춘, 김하석, 김립, 윤해 등이 세운 “길동서숙” 정도를 어렴풋이 기억할 것이다.

1920년 10월 당시 ‘간도일본총영사관’이 왕청, 연길(용정 포함), 화룡 등 3개현에서 배일학교로 지명된 학교가 41개였고 연길현에 17개소, 화룡현에 19개소, 왕청현에 4개소였다. 뜻 있는 지사들과 종교단체에 의해 세워져서 반일의식을 고취시키며 독립군을 키워냈다. 이들 북간도의 많은 학교들은 일본군 간도출병과 함께 1920년 10월에서 1921년 5월까지 계속된 <간도지방불령선인초토계획> 속에서 잿더미가 되어 가슴 아프게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왕청현의 명동학교

일본의 탄압과 총칼에 수난을 겪은 사람들과 학교, 독립운동단체 등등의 이야기를 연변에서 발간된 독립운동사, 조선족사, 독립운동가에 대한 책들 속에서 찾아 읽으면서 왕청현에 용정 명동촌의 명동학교와 똑같은 이름의 “명동학교”가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또 하나의 “명동학교”가 나를 경악하게 만든 것은 학교가 처음부터 반일무장단체인 “중광단”과 같은 캠퍼스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즉 내심 무장독립군을 양성을 목표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 서일 장군

그리고 1920년 3월, 중광단을 모태로 해서 만들어진 북로군정서의 “사관연성소”의 1기 학생으로 입학한 학생들 300명 거의 다가 “명동중학교” 재학 중인 학생들이었다. 그 해 9월, 졸업한 298명 학생 중에 200명이 북로군정서 소속의 군인으로 배치되어 졸업과 동시에 서부전선으로 이동했다. 청산리에서 독립전쟁에 참여를 하였다는 사실이 내 심금을 울리었다.

김좌진 장군의 북로군정서 부대원 1,000여 명 중에 200명의 군인이 덕원리 “명동중학교” 출신이었다. 이 새로운 발견은 그동안 청산리전투에 참여한 독립군들 대부분이 신흥무관학교 출신이며 북로군정서는 신흥무관학교의 교관 출신인 김좌진이 주축이 되어 만들었다고 이해하고 있는 나의 기존의 지식과 생각을 흔들었다.

무장독립 전쟁을 준비하는 서일 장군과 “명동학교”

“명동학교”가 세워진 왕청현 덕원리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두만강 연안에 있지 않고 두만강 연안의 도시인 지금의 도문에서 동북쪽으로 90여km 떨어진 가야하와 왕청하가 합수되는 산기슭에 자리 잡은 마을이었다. 왕청현은 내륙 깊숙이 들어온 산악지대였던 관계로 19세기 말에야 조선인 이주민들이 들어왔다. 1910년을 전후해서 이주민들이 늘어나기 시작하였고 1917년에는 왕청현 총인구 3만 2,733명 중 조선인이 2만 2,281명이었다.

명동학교를 세운 서일은 1902년에 경성항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1910년 나라가 망할 때까지 10년간 고향 경원에서 교장으로 교편을 잡았다. 경술국치 후에 연해주에 가서 여러 독립운동가들을 만났으며 1911년 봄, 결단 끝에 고국을 떠나 독립운동을 하기 위하여 왕청현 덕원리에 망명의 둥지를 틀었다. 그의 뒤를 이어서 많은 망명, 이주자들이 덕원리에 들어왔다.

덕원리의 “명동학교”는 1911년 이른 봄, 서일의 이주로부터 시작이 되었다.  서일이 덕원리에 입주할 당시 덕원리는 30여 가호에 불과하였으며 2명의 선생이 꾸리고 있는 서당이 있었다. 이주자들이 많아짐에 따라서 마을 주민들은 서당을 기초로 해서 학교설립을 서둘렀다.

서일은 새로 개편된 학교에서 교장직을 맡았으며 “명동학교”는 6명의 교사들이 신학문을 가르치며 반일민족 교육을 실시하는 장으로 소리 없이 출발하였다. 서일은 독립을 위한 민족교육을 시작함과 거의 동시에 같은 해 3월에 반일의병들과 대종교인이며 동지인 현천묵, 리홍래, 계화 등과 손을 잡고 대종교 항일단체인 “중광단”을 만들었다. 중광단은 병농 일치를 추구하여 농업활동과 군사훈련을 겸하였으며 본영을 “명동학교”가 있는 덕원리에 두었다.

단장으로 추대된 서일은 군사훈련을 위해 교관을 모시는 일과 실제 무기로 군사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무기 구입에 정성을 기울여서 중광단은 점점 독립무장단체로서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1912년 겨울 중광단을 방문한 어느 지사가 “명동학교”라는 간판에 실망을 하자 서일은 “명동학교가 곧 중광단”이라고 대답을 하였다. 1917년에 중광단의 수는 1,000여 명에 이르렀으며 대원 중 따로 선발된 자 500명은 “명동중학교” 중학과정을 수료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후일 중광단은 “대한정의단”, “대한군정서”로 발전해가면서 독립운동사에 길이 남는 청산리전투를 치루는 “북로군정서”의 근간이 된다.

1913년, 명동학교는 수백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반듯한 교사를 짓고 4월 1일에 정식학교로 등록하고 새로운 출범을 하였다. 학생들은 대종교 신도들의 자녀들이 주류를 이루었으며 교사는 서일, 현천묵, 박기호, 계화, 채희연 등이 맡았다.  

1917년에는 명동학교의 상급학교인 “명동중학교”가 신설되었다. 과목은 수신, 국어, 한어, 작문, 국내외 역사, 기하, 삼각, 부기, 주산, 산술, 동식물, 화학, 법제, 경제, 실업, 농사, 창가, 체조 등이었다. 학생들은 모두가 대종교 신자로서 명동학교 졸업생 위주였으나 독립의지에 불타는 청년들과 다른 현의 청소년들, 연길도립중학교 재학생들이 몰려와서 금방 100명으로 늘어났다. 서일은 중학교의 교장을 맡았으며 명동소학교의 일부과목을 명동중학교 졸업반 학생들에게 맡기기도 하였다.

왕청현 명동학교와 독립만세 시위

1918년 명동학교 학생 중 500명은 기병대로 조직되어 교관 이홍래의 지휘아래 마상검술훈련을 받았다. 1918년 8월 이후 서일은 중광단 이름으로 독립선언을 발표하고자 대종교 2대 교주인 김교헌과 상의하였다. 김교헌이 작성한 무오년 ❮대한독립선언서❯ 초안이 나왔다.

이 초안은 김동삼과 조소앙의 대폭적인 지지를 받았고 교정을 거쳐서 39인의 독립투사들의 서명을 받았다. 11월 13일에 화룡현 삼도구에서 ❮대한독립선언서❯로 선포되었다. 1919년 왕청현의 네 차례 만세시위에 중학부 학생들은 대종교 신도들과 함께 만세시위를 주도하였으며 시위할 때마다 칼을 차고 나갔다.

“궐기하라! 독립군! … 육탄혈전함으로써 독립을 완성할 것이다!”

이 외침은 서일의 구호였으며 명동학교의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였다. 

❮대한독립선언서❯ 선포 후 서일은 1919년 4월 중광단과 대종교 교인들을 핵으로 하고 반일의병과 공교회(유림계통의 반일단체, 나중에 방향과 취지의 문제로 지도자 그룹 탈퇴)와 함께 “대한정의단”을 발족하였다. 또한 ❮일민보❯와 ❮신국보❯를 발행하여 무장항쟁을 고취시키면서 결사대원을 모집하였는데 등록된 결사대원이 1,037(자유공단?)명에 이르렀다. 당시 북간도에서 서일의 이름과 영향력은 막강하였다.

서일은 같은 해 8월 7일에 대한정의단 산하에 순 무장조직인 “대한군정회”를 조직하면서 임전태세로 돌입하며 창의문을 발표하였다.

“무기 있는 자는 무기를, 양미가 있는 자는 양미로, 금전이 있는 자는 금전으로 각자 힘을 다하여 내놓아서 공적 일본을 토멸하여 천하의 공분을 씻으며 우리 민족의 독립을 공고히 하며 만세에 영광을 남기리.”

이 창의문은 젊은이들을 독립무장단체로 몰려들게 만들었다. 서일에 의해서 연길현 국자가에서 만들어진 대종교 비밀결사단체인 “자유공단”의 15,000여 명의 청년들은 참전을 위해 무장하기를 원하였다. 

1919년 서일은 대한정의단과 대한군정회를 통합하여 “대한군정부”로 개편하였다가 상해 대한민국임시정부 지령에 의해 명칭을 “대한군정서”로 바꾸었다. 서간도의 대한군정서가 “서로군정서”로 명명되자 서일의 대한군정서는 자연스럽게 “북로군정서”라는 별칭을 가지게 되었다. 북로군정서의 간부 요원은 아래와 같다.

총   재  서   일
부총재  현천묵
참모장  이장녕
사단장  김규식
여단장  최   해
연대장  정   훈
연성대장 이범석
사관연성소장 김좌진

요원들은 총재 서일을 비롯하여 “대한군정의단” 출신의 대종교인들과 신흥무관학교 관련자로 구성되었다. 북로군정서는 당시 동북의 조선인무장독립단체 중 가장 규율이 있고 강력한 무장력을 갖춘 단체였다. 상비군 500~600명의 병력에 보총 500자루, 권총 40자루, 기관총 3정을 등을 가지고 있었다.

북로군정서의 본부를 왕청현 십리평 잣덕에 설치한 서일은 반일무장단체로서 무장투쟁을 위해 전투에 능한 인재를 키워야할 현실의 급선무를 해결하기 위해 군자금 마련, 무기 구입, 군인모집과 군사훈련 등등을 위해 노력하였다. 서일은 원 대한정의단을 위시한 지도계층 대부분이 체계적인 군사훈련을 받지 않았음을 염두에 두고 체계적인 군사훈련을 받은 신흥무관학교 교관과 졸업생을 교관으로 초빙하였다. 그리고 찾아오는 모든 장병들을 재 군사훈련을 받게 하기 위하여 잣덕에 “사관연성소”를 세웠다.

❮사관연성소❯는 1920년 3월 1일에 정식으로 개학하였다. 소장은 김좌진에게 맡겼으며 박영희는 학도단장을, 이장녕, 이범석, 김규식, 양림, 김홍국, 최상운 등이 교관을 맡았다. 사관생은 300여명이었는데 주로 대종교 산하의 청년들과 덕원리 명동중학교의 학생들로 이루어졌다. 나이가 보통 20세~40세였다.

한옹의 이름으로 정리된 ❮민국초기 왕청현 조선인 교육개황❯은 덕원리 명동중학교 학생들이 북로군정서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1920년 3월 1일, 반일민족독립운동의 수요에 의해 중학생은 거개 북로군정서의 사관연성소 학생으로 편입되어 왕청 십리평으로 갔다. 개별적 학생은 소학부 교원으로 남고 어떤 학생은 무기 운반대에 참여하여 북로군정서 총재 서일, 재무 계화의 지도 밑에 무기 운반임무를 성과적으로 수행하였다.”

일제와 중국군벌의 협공, 무장독립운동을 전후좌우 압박

북로군정서와 서로군정서를 중심으로 하는 동북에서의 반일무장투쟁에 타격을 입은 일본제국주의는 심각한 반응을 보였다. 1920년 5월에서 8월에 걸쳐 동북군벌 장작림과 협상 끝에 공동수색반을 두어 봉천성의 통화, 안동, 관정, 환인, 류하 등지에서 대대적인 체포를 하였다. 이어 길림성에서 조선인반일단체를 수색하려고 하자 봉천 교섭사 허정림이 강력히 거절하고 연변의 지방당국이 호응하지 않았다.

1920년 6월 봉오동전투에서 참패한 일제는 7월에 “간도지방불령선인초토계획”을 세우고 다시 장작림을 압박하여 중국군의 명의로 일본군의 출동을 허락받았다. 장작림은 일본군의 출병범위를 길림성 서남지구와 연변 4개의 현으로 규정하고 길림성 성장과 연길도윤에게 일본군과 협동작전을 하여 조선인반일무장근거지를 해체하라고 명하였다.

1920년 8월, 일본군은 정식으로 “간도지방불령선인초토계획”을 확정하고 9월에 전투태세에 진입하였다. 9월 5일, 중국지방당국에 의해서 중국측 토벌장관이 된 맹부덕은 토벌을 앞두고 산하의 중국군 160명을 십리평 잣덕에 보내 북로군정서의 부총재 현천묵, 사령관 김좌진을 만나서 독립군부대가 일본의 세력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퇴각할 것을 권고하였다. 비슷한 시기에 다른 반일독립운동단체들에게도 맹부덕의 권고가 전해졌다.

9월 7일, 러시아에서 무기를 구입하고 돌아온 서일 총사령관은 적정을 분석하고 수하 장령들의 회보를 듣고 맹부덕의 권고를 따르기로 하였다. 9월 9일에 사관연성소의 298명의 제1회 사관생 졸업식을 성대하게 치루었다. 9월 12일에는 북로군정서는 서일 총사령관의 명령대로 보병 1개 대대를 새로 편성하고 대대장 이하 각 중대장과 소대장을 임명하였다. 소대장 12명 중에는 사관연성소 1회 졸업생 10명이 들어 있었다. 제1회 졸업생들 200명은 교성대로 조직되었고 나머지 80여명은 다른 요직에 배치하였다.

9월 17일, 서일 총사령관의 명령을 따라서 북로군정서의 1,000여명의 독립군들이 서부전선을 향하여 십리평 잣덕을 떠났다. 9월 18일, 서일 총사령관은 일본군과의 조우전을 기획하며 북로군정서 기관과 가족, 그리고 후방부대로 편성된 독립군들을 이끌고 동으로 이동을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또 하나의 “명동학교” 학생들은 서일 총재와 더불어 독립투쟁을 위한 가시밭길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독립을 위해 그 뜨거운 젊은 피를 서부전선과 동부전선 아낌없이 뿌렸다. 후에 밀산에서 집결하여 노령으로 이동하고 다시 자유시로 이동하여 대참변을 당할 때까지 그리고 그 후에도 그들은 학교의 이름대로 동쪽의 밝은 빛으로 사명을 잘 감당하였다.

1911년 3월에 문을 연 또 하나의 덕원리의 “명동학교”와 같은 시기에 조직된 “중광단”이 북로군정서의 모체이고 서일 장군과 함께 독립운동에 헌신한 그의 동지들과 대종교 교우들이 북로군정서의 핵심이었다는 사실을 깊이 묵상하며 “마사다의 최후”와 같은 비장함을 느낀다. 조선의 독립을 위해 불꽃 속으로 사라진 덕원리의 “명동학교”와 학생들 그리고 “중광단”이 언제 우리 역사의 한복판으로 들어올 수 있을지 요원한 듯하여 가슴이 아프다.

이이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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