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 옮긴 히브리어 ‘미쉬파트’는 ‘판결’, ‘재판’, ‘법’, ‘정의’ 등을 의미합니다. 그렇기에  여기서 정의는 그의 법에 부합하는 행위들로 이해됩니다. 그런데 이 말과 함께 사용된 ‘겸손한’이란 말은 그들이 실제로 억압당하고 이를 견뎌내는 자들이어서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점을 감안하고 보면 이것은 야훼의 정의를 행하기 때문에 고난을 받는 사람들에게 향한 말씀입니다. 이들은 하나님의 경고에도 마음이 찢어지지 않고 하나님의 구원을 갈망하지 않고 부끄러움이 없는 세대 가운데 살고 있습니다. 이들이 지배하는 사회의 모습을 우리는 우리 역사 경험에 비춰 어느 정도 그려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정의를 기대하며 그 정의가 요구하는 법을 따라 살지만 억압은 계속되고 그 강도는 더 강해지고 해방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 시대입니다. 그 속에서 억압당하는 자들의 절망도 더 깊어져 갑니다. 어쩌면 그 절망에 비례하여 변절의 유혹도 커져갔을 것입니다. 이때 그들이 어떤 삶의 태도를 취할 수 있고 또 취해야 하는가요? 그들의 엄중한 상황에 비해 그들에게 주어지는 말씀은 너무나도 평범하게 들립니다.

▲ 상하이와 같은 중국의 대도시들은 더 이상의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모든 것을 정지시켰다. ⓒReuters: Aly Song

야훼를 찾아라! 야훼의 자취가 보이지 않고 야훼를 멀리하는 시대입니다. 야훼의 정의를 따라 사는 자신들조차 억압당하는 때입니다.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야훼를 찾아야 하는지요? 그러나 야훼는 사물이 사람을 찾듯 그렇게 해서 찾을 수 있고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 이사야는 “악인은 그의 길을, 불의한 자는 그의 생각을 버리”는 것이 야훼를 찾는 길목임을 알려줍니다(55,6).

그렇다면 패배의식과 유혹을 거절하고 야훼의 말씀에 머무는 것이 이 시대에 야훼를 찾는 것 아닐까요? 그것은 고난 속에서도 야훼의 법에 따라 정의의 삶을 계속 사는 것입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이를 잠시 미루면 여기에 작은 변화가 있습니다. 야훼를 찾으라는 말 다음에 ‘공의’(쩨덱)를 찾으라는 말이 이어집니다. 공의가 무엇인지요? 정의와 무엇이 다른지요? 그것은 우선 공적인 하나님의 질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하나님의 법에 부합하는 행위들로서의 정의는 (보다 개인적인 것으로) 공의를 위한 것이 됩니다. 공적인 하나님의 질서 안에서 사람들은 불의의 염려없이 평화를 누릴 것입니다. 평화 가운데 서로를 존중할 것입니다. 지난 날의 상처를 기억하며 너의 상처를 씻어줄 것입니다. 억압을  인내하는 겸손이 아니라 자기를 낮추는 겸손으로 서로를 높일 것입니다.

정의와 공의는 이 희망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말씀은 그 희망으로 그 시대의 부조리를 이겨내라는 응원의 말씀입니다. 그렇게 하면 하나님께서는 희망에 희망으로 응답하십니다. 하나님께서 그 시대를 심판하실 때 그들에게 그의 날개 아래 피할 곳을 마련해주실 것입니다. 그 하나님은 지금 우리의 반석으로 그 위에 공적인 하나님의 질서를 세우고 확대하는 정의의 삶으로 우리를 부르십니다.

야훼의 법을 따라 정의를 행하고 공의를 위해 일하는 겸손한 자 되는 오늘이기를. 악의 유혹과 위협을 이기게 하는 희망이 우리 속에 단단히 뿌리내리는 이날이기를.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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