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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岸破義信’(안피의신), 일본 정치의 극심한 인물난포스트 아베를 점쳐보기 1
이헌모 교수(일본중앙학원대학교 법학부) | 승인 2020.03.12 16:29

코로나 19 위력이 수그러지기는커녕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의 관심이 온통 코로나 방역에 쏠리고 있는 시점에 남의 나라 수상이 누가 될 것인가를 점쳐보는 것 따위 한 줌의 의미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가 일본이라면 사정은 좀 다르다.

일본은 일의대수(一衣帯水)라 불리는 이웃 나라기도 하지만, 근래 한일관계 악화로 인한 짜증과 피로를 느끼며 그 근본 요인의 제공자였던 아베 정권이 하루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자국의 대통령도 아닌 일본 수상으로 인해 스트레스와 피로감을 느끼고 있을 한국인도 많을 것이라 감히 추정하는바, 스트레스 해소의 염원을 담아 과연 포스트 아베는 누가 될 것이며, 어떤 인물이라야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바람직할 것인가를 점쳐보는 것은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더구나 이번 코로나 19 방역을 둘러싼 아베 정권의 무능이 부각되는 바, 지금까지 각종 스캔들과 정치적 위기를 요리조리 미꾸라지처럼 잘 빠져나온 아베지만 이번 코로나로 인한 대응 결과 여부에 따라서는 정권을 내놓아야 할 가능성 또한 높아지고 있기에 포스트 아베를 점검하는 일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일본 정치의 극심한 인물난

결론적으로 말하면 지금의 일본 정가에는 예전과는 달리 극심한 인물난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으나, 가장 크게는 아베가 자신의 후계자를 키우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베는 약 8년에 걸쳐 집권하면서 과거 자신이 고이즈미에 의해 자신의 타고난 용량에 비해 크게 업그레이드되고 키워졌다는 수혜의 사실은 까맣게 잊고 천상천하유아독존의 태세를 견지해왔다. 비근한 예로 자민당 내의 최대 라이벌이며 차기 총리로 국민적 기대치가 높은 이시바 시게루 같은 경우는 아베에 의해 철저히 경계, 봉쇄되어 운신의 폭을 넓힐 수가 없었다.

▲ ‘총리로 해서는 안 되는 정치가 랭킹’, ‘일본을 망칠 「레이와의 총리」 후보’ ⓒ이헌모 교수 제공

두 번째로 자민당의 일당 지배가 너무 오랫동안 장기화하다 보니 새로운 정치 신인을 발굴하여 양성하는 리크루트 시스템이 거의 기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저 아비 잘 둔 부잣집 도련님과 양갓집 규수가 아비의 지역구와 후원회를 물려받아 세습의원으로 손쉽게 정계에 입문하여 오야의 후광으로 승승장구하며 당내 리더 그룹을 이루게 되었고, 이들이 훗날 일본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세력을 형성하며 세습=거물 정치가란 기이한 등식이 자리 잡게 되었다. 특히 자민당 내의 세습의원의 비율이 높은 것과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거물 정치가들 대부분이 이런 세습의원이다.

각설하고 요즘 포스트 아베를 가르키는 용어로 ‘岸破義信’(안피의신)라는 말이 널리 회자되고 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아는 사람은 일본 정치에 상당히 조예가 깊은 사람이라 하겠다. 이는 ‘기시바요시노부’라 읽으며 자민당 내의 유력 정치가 네 명을 일컫는다. 순서대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그리고 ‘가토 가츠노부(加藤勝信)’ 현 후생노동대신이다.

여기서 일본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은 “잉? 이상하잖아?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는?” 하고 궁금해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포스팅은 포스트 아베, 바꿔말해 아베 퇴임 후의 자민당 총재 즉 총리대신(물론 자민당이 계속 집권한다는 전제 하에)을 점치는 것이므로 유감스럽게도 고이즈미는 차기가 아닌 차차기 이후의 주자로 생각하므로 말미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岸破義信’(안피의신) 1 - ‘岸’(기시다 후미오)

그럼 한 사람씩 해부해 보도록 한다.

우선 첫 주자인 ‘기시다 후미오’ 현 자민당 정조회장이다. 자민당은 총재(수상)을 필두로 당 집행부 주요 간부로 당 3역이라 불리는 간사장, 정무조사회장, 총무회장을 두고 있다. 근래에는 여기에 선거대책위원장과 부총재를 포함하여 당 5역이라고도 한다. 하여간 이들이 자민당을 좌지우지하는 주요 정치가다. 그중의 정조회장을 맡고 있는 것이 ‘기시다’ 씨다.

기시다는 자민당 내 최고참 파벌인 고치카이(宏池会)의 회장 즉 보스다. 비록 최대 파벌은 아니지만 중의원 33명, 참의원 13명을 거느리는 파벌의 영수로 포스트 아베에 가장 근접해 있는 인물이라 하겠다. 나이도 아베와 같은 세대이고 정계 데뷔도 같은 시기이다. 이미 9선 의원으로 총리가 되기 위한 외무대신, 방위대신 등의 주요 포스트를 두루 걸치며 경륜을 쌓았기에 포스트 아베가 되기 위한 준비는 가장 완벽하다 할 수 있다.

지난 2018년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에는 입후보의 하마평이 무성했으나 결국 일찌감치 아베 지지를 천명하며 입후보를 포기하고 아베를 지원하여 3선에 공을 세웠다. 그때 아베와 주고받은 밀약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기시다가 ‘포스트 아베 넘버1’으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만 문제는 이번 코로나 대응을 비롯하여 아베 정권의 말기가 꽤 험난할 것으로 예상되는바, 거대 보수 정당인 자민당을 통괄하며 이런 난국을 돌파할 수 있는 리더쉽과 그릇이 되느냐가 문제다.

기시다는 자민당 내에서도 ‘매파’ 가 아닌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또한 권력투쟁을 꺼려 아베와는 한 번도 부딪쳐 본 적이 없다. 아베의 총재직 양위(譲位)를 해바라기처럼 바라고 있다고 알려진다. 즉 투사가 아닌 선비 같은 인물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민당 내에서도 언제나 차기 수상으로 적합한 인물 랭킹에서는 이시바 시게루, 고이즈미 신지로에 밀리어 겨우 3위에 걸쳐있다. 즉 기시다 같은 인물은 평화로운 정권교체 시기라면 문제없이 아베의 뒤를 이을 수도 있겠으나, 아베의 말로가 난국일 경우에는 기시다라는 카드로는 2% 부족하다는 점이다.

또한 기시다 파의 명예회장이며 정계 은퇴 후에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고가 마고토(古賀誠)’ 전 의원이 공공연히 포스트 아베로서 ‘스가’ 관방장관을 입에 담고 다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가 씨는 스가 다음에 기시다라는 도식을 그리고 있는 듯하다. 과연 ‘고가’ 씨 같은 은퇴한 거물 정치가가 자민당 내 총재선거에 있어 얼마나 픽서(조정자)의 역할을 하느냐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아무튼 아무리 인재난에 시달린다고 해도 일국의 재상이 된다는 것은 천지인(天地人)의 조화가 필요한 자리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누가 아베의 뒤를 잇고 꼬일 대로 꼬인 한일 관계를 풀어갈 것인가를 주목하고자 하는 바이다.

아무래도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를 하도록 한다. 다음은 현 관방장관으로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스가 요시히데에 대해 분석을 해보고자 한다.

이헌모 교수(일본중앙학원대학교 법학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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