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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환상”살며 묵상하며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 승인 2020.03.16 17:13
8 또다시 악마는 예수를 매우 높은 산으로 데리고 가서, 세상의 모든 나라와 그 영광을 보여주고 말하였다. 9 “네가 나에게 엎드려서 절을 하면, 이 모든 것을 네게 주겠다.” 10 그 때에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사탄아, 물러가라. 성경에 기록하기를 ‘주 너의 하나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 하였다.”(마태복음4:8~10/새번역)

세상 모든 나라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힘, 그것이 마지막 유혹이자 시험입니다. 권력의 유혹은 어떤 것일까? 음식 맛도 많이 먹어본 사람이 안다고, 권력의 맛도 휘둘러본 사람이나 아는 것인지, 어떤 유혹인지 감이 잘 오지 않습니다. 엄청나게 욕을 먹어도 저렇게 정치인이 되려고 안달인 것을 보면 분명 대단한 유혹이겠지 짐작할 뿐입니다. 마태복음에서도 누가복음과 달리 권력의 유혹이 최후의 유혹입니다. 마지막 유혹이 가장 강력한 유혹이 아니겠습니까.

회사를, 직장 부서를, 교회를, 가정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힘! 이렇게 크기를 줄여보니 좀 와 닿습니다. 가슴에 사표 한 장 품고 군입대하듯 출근하고 제대 기다리듯 퇴근을 기다리는 심정이라면 더욱 매혹적인 유혹이겠죠.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을 수 있는 힘, 자기 뜻대로 사람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힘이라면 어찌 매혹적이지 않겠습니까?

▲ 「Hands of a Marionette Player」(Mexico, 1926). ⓒTina Modotti

악마는 자신에게 절하기만 하면 그 모든 것을 주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세상 모든 나라와 그 영광이 악마의 소유이긴 합니까? 그에게 그것을 넘겨줄 권한이 있기는 합니까? 이 한 가지 물음만으로도 환상이 드러납니다. 어떤 조직의 수장 자리는 어떨까요. 그 자리를 꿰차면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까?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고, 사람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그런 자리가 존재하기는 합니까. 그런 권력은 환상입니다. 힘이 크다면, 그만한 힘을 실어주는 이해관계가 존재할 것입니다 힘과 권력은 그 힘을 실어주는 모든 이해관계에 묶는 족쇄입니다. 그러므로 큰 권력은 큰 족쇄입니다.

하나님은 그렇게 하실 수 있을까요? 아니 하나님께서 그런 권력을 원하시기는 할까요? 권력은 사랑을 얻을 수 없습니다. 권력을 향하는 열망은 사랑이 아니라 욕망과 두려움입니다. 사랑은 거절할 수 있는 자유를 전제할 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선하디 선한 권력이라면 어떨까요? 절대적으로 선해도, 주체에게서 자유를 빼앗고 힘으로 강제한다면 하나님의 길이 아닙니다. 사랑의 길이 아닙니다. 선함도, 사랑도, 사람도 결국 힘의 노예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마이스터 엑카르트라면 세상 권세와 그 영광은 순수한 무라고 말할 것입니다.

만물은 무에서 창조되었다. 그들의 근원은 무다. 때문에 이 고귀한 의지가 피조물에게 쏠릴 경우, 그것은 피조물과 함께 무로 흘러들고 말 것이다. … 모든 피조물은 순수한 무입니다. 나는 그들이 아무 가치도 없다거나 그들이 대수롭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피조물은 순수한 무일 따름입니다. … 왜냐하면 그들의 존재 여부는 하나님의 현존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매튜 폭스 해제•주석, 『마이스터 엑카르트는 이렇게 말했다』, 김순현 역 (경북 왜관: 분도출판사, 2006), 315, 316.

주님의 대답은 그러므로 당연한 귀결입니다. 세상 권세와 영광은 순수한 무입니다. 그것을 얻기 위해 사탄에게 굴복하면, 피조물과 함께 허무로 휩쓸려 가버리고 맙니다. 때문에 오직 하나님만을 섬기라고 명하십니다. 영혼과 삶을 순수한 무로 채울수록 하나님의 현존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하나님의 현존이 그윽해질수록 허무는 사라질 것입니다. 바로 그때 진정한 권세를 누릴 수 있습니다.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을 힘이 아니라 불가능해도 자유로이 사랑하는 힘을!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devi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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