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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 종교와 진리를 되묻다‘캐서린 켈러’의 『길 위의 신학』(박일준 옮김, 동연, 2020)
이정훈 | 승인 2020.03.28 17:21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 과정에서 우리는 잘못된 신앙이 왜 무서운지를 절감하고 있다. 기독교의 메시지를 자신들만의 아집으로 전용하여 절대적 진리를 주장하는 신천지 등의 사이비 종파는 이번 일로 종교적 절대주의의 도착이 얼마나 무섭게 사람들을 몽매하게 몰아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다른 한편으로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점점 더 종교혐오증이 증가해가고 있다. 사회의 모든 잘못과 오류와 착오를 일부 사이비 혹은 유사종교 집단의 잘못으로 단정한 다음, 그를 일반화시켜 모든 종교나 진리 주장에 투사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회 전체가 안고 있던 문제에 대한 대안의 성찰보다는 이 잘못을 저지른 원흉을 특정한 사람 이나 집단에게 전가하며, 분노를 표출하는 일에 몰두한다.

제3의 길, 탐구와 성찰

그런 의미에서 이런 미혹의 시대에 올바르게 신의 지혜를 찾자는 켈러의 『길 위의 신학』은 2020년의 대한민국 사회에 중요한 물음을 던진다. 오랫동안 신앙과 충돌해온 궁금증에 대해 켈러는 이원화된 두 목소리(진보와 보수) 중 하나를 택하라 종용하지 않는다. 탐구와 성찰이라는 제삼의 길을 열어 보일 뿐이다.

신앙과 신학에 도전하는 듯 보였던 “질문”들에 제삼의 길은 매우 흥미로운 시각으로 독자들을 이끌어간다. “전능한 하나님의 개념과 이미지 남용을 넘어서, 사랑의 하나님을 성찰하고자 함”이 저자가 제시하는 제삼의 길이자 출간의 목표이다. 이 성찰의 길은 끝없는 탐구의 길이기도 하다.

저자가 마련한 탐구의 길은 신앙에 관련된 수많은 궁금증과 몸소 부딪 치는 길이다. 이 기회를 통해 독자들이 때로는 시원한 해소감을, 때로는 진지한 성찰의 실마리를 얻게 되기를 희망한다.

비판적 되물음의 잠재적 능력

본서는 미국 감리교의 여성신학자이자 세계적 지성인 캐서린 켈러가 2008년 ‘조직신학 개론’ 혹은 ‘신학개론’ 수업의 교재를 염두에 두고 저술한 책이다. 당시 켈러는 미국 기독교계에 만연한 고질적인 병폐인 진 보/보수, 창조/진화, 아가페/에로스 등 여러 신학적 이분법을 극복해야만 진정한 신학적 대안을 창출할 수 있다고 통찰했다. 자신만의 신학을 ‘절대적 진리’로 고집하며, 다른 사람들을 정죄하는 신학적 보수는 역설 적이게도 그 어떤 다른 이의 진리 주장도 인정하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의 욕망을 차이와 다양성의 이름으로 합리화하려는 세속적 방탕주의와 묘하게 닮았다. 그래서 종교적 절대주의와 세속적 방탕주의는 마치 서로를 적으로 삼다가도 필요로 하는 애증의 커플처럼 공생한다. 시대적 상황 속에서 올바르게 신학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면서 켈러는 과정신학적 관점을 도입해 진리로 나아가는 길이 신학임을 주장한다.

진리는 존재하지만, 그 진리에 이르는 길은, 보스턴 대학교 신학부의 웨슬리 와일드만의 이야기처럼 ‘비판적 피드백 포텐샬’(critical feedback potential)의 방법론을 적용하여, 늘 비판과 성찰의 작업을 통해 찾아져야 한다. 그것은 곧 공부의 길이고, 올바른 길과 진리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지적 성찰의 작업을 동반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지적 성찰이란 오로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작업에만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 시대의 아픔과 고민과 절망에 ‘함께-고난당하는-열정’(com/passion)을 가지고 사랑으로 다가가지 못하는 지적 성찰은 메마른 추상의 공허한 탁상공론에 그칠 뿐 아니라 나아가 진리로 나아가는 길을 차단하고 만다. 켈러는 ‘함께-고난당하는-열정’(com/ passion)이 곧 ‘긍휼’의 본래적 의미라고 해석한다.

본서는 신학적 성찰이 부재한 한국 기독교와 교회가 어떻게 진정한 교회, 사회를 변혁하는 교회로 거듭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스승과 제자의 멋진 콜라보

저자인 케서린 캘러는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와 미국 에덴신학교에서 신학을 배우기 시작해 클레아몬트 대학원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6 년부터 드류대학 신학부에서 신학을 가르쳐왔다.

캘러의 이 책은 현재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객원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박일준 교수에 의해 번역되었다. 박 교수는 감리교신학대학교 종교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을 거쳐 보스턴대학교(S.T.M.)와 드류대학교(Ph.D.) 에서 학위 과정을 마쳤다. 종교학, 철학과 신학 의 접경 지역들에 대해 학문적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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