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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탄압이라 외쳐도 아무도 믿지 않는다민중신학자의 눈으로 세상 읽기 (13)
강원돈 교수(한신대 신학부/민중신학과 사회윤리) | 승인 2020.03.30 16:35

현장 예배집회 금지 명령이 쟁점이 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COVID-19, 이하 ‘코로나19’)이 전세계에 퍼지면서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무엇보다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큰 위협에 직면하게 되었다. 무서운 전파력을 가진 코로나19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하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철저한 방역에 나섰고, 전국민에게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

교회의 예배집회는 감염병 확산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이를 인식한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는 지난 2월 22일 개신교 교단들 가운데 가장 먼저 교단장의 이름으로 각 지교회가 자발적으로 교회당 예배집회를 삼가고 온라인 예배, 가정예배 등 대안적인 형태의 예배를 드릴 것을 권고하였고, 총회 산하의 지교회들은 대체로 그 권고를 따르고 있다. 지난 2월 26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회원교단장 공동명의로 교회가 사회적 거리두기의 모범을 보여서 코로나 19의 확산을 저지하는 데 동참할 것을 호소하고, 코로나19의 위기 상황 속에서 “교회의 공동체적 정체성의 표현인 집회를 철저하게 전체 사회의 공적 유익을 우선시하면서 재구성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일부 개신교 교회들은 교회당 예배를 강행했고, 이로 인해 집단감염의 진원지가 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일어났다. 이러한 사태에 대응하고자 대통령, 국무총리,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나서서 예배집회를 삼갈 것을 호소하였고, 특히 지난 3월 23일 국무총리는 방역 수칙이 정한 요건들을 충족시키지 못한 채 예배집회를 강행하는 교회들에 대해서는 예배당 건물 폐쇄와 예배 금지까지도 명령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일부 목사들이 공권력의 예배 금지는 종교탄압이고 인권 유린이라고 맞서기 시작했고, 급기야 예장통합 총회장, 고신교단 총회장, 한국교회총연합 등도 이를 거들고 나섰다.

이렇게 되니 코로나19가 불러일으킨 국가적 재난은 국가와 교회의 관계를 깊이 고찰하지 않으면 안 되게 만들었다.

교회는 코로나 19 확산저지 위한 국가의 예배집회 금지명령을 수용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감염병 확산을 예방하기 위하여 예배집회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것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 2항 2문이 보건복지부장관과 지방자치단체장에게 “흥행, 집회, 제례 또는 그 밖의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것”을 허락하였기에 합법적이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감염병 예방 및 관리법을 갖고 있는 나라들에서도 운동경기 관람이나 집회는 말할 것도 없고, 예배집회까지도 금지되고 있다.

▲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1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무리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해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배집회 제한이나 금지는 교회에 대한 국가의 간섭을 금기시하는 정교분리 원칙에 익숙한 목사들과 교인들에게 낯선 일이고,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더욱이 예배는 신앙고백과 마찬가지로 국가가 건드릴 수 없는 교회의 고유한 관심사로 여겨져 왔기에 예배집회 제한이나 금지에 대한 교회의 반발은 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종교개혁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개신교 교회는 국가가 감염병 확산을 저지하여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하여 예배집회를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인정하여야 한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개신교 정치신학에 근거한 판단이다. 교회는 하나님이 세상을 다스리기 위하여 교회와 국가를 세우셨고, 하나님의 두 통치기관이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하면서 서로 협력하도록 하셨다는 것을 고백한다.(로마 13:1-7) 하나님은 한편으로 교회에 복음을 맡기셨고, 교회는 하나님 앞에 서 있는 사람에게 복음을 선포하여 그를 구원으로 이끈다. 다른 한편으로 하나님은 국가에 법과 칼(=공권력)을 맡겨서 국가로 하여금 세상의 질서를 세우고 정의와 평화를 구현할 목적으로 법을 집행하고, 법의 요구에 따르지 않는 자들을 공권력으로 응징하도록 만드셨다. 교회와 국가가 하나님의 세상 통치를 위해 하는 일이 다르다 보니, 교회는 국가가 하는 일을 떠맡으려고 하거나 국가의 일에 직접 개입해서는 안 되고, 국가 또한 교회가 하는 일에 개입하거나 교회의 일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 하나님이 국가에 엄청난 권한을 맡기신 것은 오직 그럴 때에만 국가가 질서유지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과 복지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질서 유지는 교회가 교회의 일을 제대로 수행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다.

따라서 코로나19 같이 전파력이 강한 감염병이 돌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전면적으로 위협할 때, 국가는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감염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서 사람들이 공동생활을 꾸릴 수 있는 질서를 회복하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감염병 확산의 매개체가 될 수 있는 모든 것을 단호하게 봉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교회당, 실내체육관, 광장 등과 같은 물질적 공간에서 모이는 현장 예배집회가 감염병 확산의 매개체가 된다면, 국가는 그 예배집회의 제한이나 금지를 명령해서라도 감염병 확산 가능성을 차단하고 공동체 성원들을 감염의 위협으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

감염병 확산 저지를 위해 국가가 교회를 설득하여 자발적으로 현장 예배집회를 제한하거나 삼가도록 하는 절차를 거친 뒤에 이를 따르지 않는 교회들을 대상으로 해서 현장 예배집회 제한이나 금지를 명령한 것은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상황이고 최후의 수단이라고 간주될 수 있다. 하나님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보장되는 공동생활의 질서를 수립하기 위하여 국가에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셨다는 것을 인정하는 교회는 국가가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할 경우, 현장 예배집회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코로나19 확산방지 위한 국가의 현장 예배집회 제한이나 금지명령이 종교탄압인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감염병 확산을 예방하기 위하여 예배집회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것이 종교의 자유를 유린하는 일이라는 일부 목사들과 교인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들여다보아야 할 것이 있다. 종교의 자유는 양심과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과 함께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권적 기본권의 핵심이다.(대한민국 헌법 제20조) 국가는 자유권적 기본권을 확인하고, 이를 침해해서는 안 되며, 이를 보장하여야 할 책무를 갖고 있다. 따라서 국가가 나서서 예배집회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무엇보다도 먼저 유의할 것이 있다. 종교의 자유는 종교적 신념을 가질 자유와 종교 행사의 자유로 구별된다. 종교적 신념을 가질 자유는 종교의 자유의 본질을 이루며, 따라서 불가침이다. 누구도 종교적 신념을 갖도록 강제되어서는 안 되고, 종교적 신념을 포기하도록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 국가는 각 사람과 종교단체의 종교적 신념에 대해 간섭하지 말아야 하고, 바로 이 점에서 세계관적 중립의 의무를 지켜야 한다.

그러나 종교 행사의 자유는 종교적 신념의 자유와는 다른 차원을 갖는다. 종교 행사의 자유는 무제약적 자유가 아니라 실정법의 한도 안에서 존중되는 자유이다. 종교 행사의 자유가 집시법을 위반한다든가, 건축법에 저촉된다든가,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 등등에 충돌한다면, 그 종교 행사의 자유는 제한되거나 실현될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37조 2항의 자유권적 권리들의 제한 규정과 부합한다.

그 다음, 종교의 자유와 종교 행사의 자유가 생명을 보장하고 존중하는 것을 전제한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비록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대한민국 헌법이 생명권을 ‘모든 기본권의 전제로서 기능하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으로 인정한다는 것은 헌법재판소 결정을 통하여 확인되고 있다.(1) 그 어떤 자유권적 기본권의 행사도 생명권과 충돌해서는 안 된다.

교회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교회는 세상과 만물과 사람을 창조하신 하나님이 생명을 축복하고,(창세 1:28) 생명의 역사를 주재하신다는 고백에 충실해야 한다. 생명의 하나님을 찬양하고 고백하는 교회는 현장 예배집회를 강행함으로써 코로나19 확산의 매체가 되는 방식으로 종교 행사의 자유를 고집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세계교회협의회가 전세계 개신교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이고, 지난 2월 26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회원교단장 공동명의로 채택한 성명서의 핵심적인 메시지이다.

교회의 주장은 시민사회에 수용될 수 있어야 한다

시민사회가 발전되어 있는 우리 시대에 교회의 의견 표명은 시민사회에 의해 수용될 수 있어야 한다. 교회의 선포는 교회의 울타리 안에 머무르지 않고, 그 울타리를 넘어 시민사회에도 전달된다. 교회의 의사가 시민사회에 전달되고 시민사회의 공론 형성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의식한다면, 교회는 의견 표명을 할 때 겸손하여야 하고 신중하여야 한다. 교회는 그 어떤 특권적 권위를 갖고서 시민사회를 마주 대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교회의 의견은 시민사회에 제출되는 여러 의견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교회의 의견은 시민사회에 의해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고, 타당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져 거부될 수도 있다. 교회의 의견 표명이 시민사회에서 존중받기 위해서는 그 의견 표명이 현실에 부합하여야 하고, 설득력 있는 논거들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한다.

코로나19가 확산되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는 시기에 일부 목사들과 교인들이 교회당에 모여 예배를 드려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 주장은 시민사회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고 도리어 비웃음과 신랄한 비판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 주장은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사람들의 모임을 피해야 한다는 과학적 지식에 바탕을 둔 시민사회의 현실 인식에 전혀 부합하지 않고, 감염병 확산에도 불구하고 대안적인 예배 형태를 활용하지 않고 현장 예배집회를 고집하는 까닭을 설득력 있게 밝혀주는 논거들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회는 파수꾼으로서 ‘방역국가’의 등장을 비판해야 한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재난의 시기에 국가와 교회의 관계를 되새길 때, 교회가 국가에 대해 파수꾼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가 가져 온 재난과 위기는 인간과 시민의 자유보다도 방역과 보호를 최우선시하는 국가를 등장시키고 있다. 사람들의 위기의식과 불안은 ‘방역국가’와 ‘보호국가’의 등장이 갖는 문제의 심각성을 가리고 있지만, 교회는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국가가 자유권을 존중하는 법치국가의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지적하여야 한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대한민국 헌법 제37조 2항은 자유권을 제한할 때 두 가지 요건을 충족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나는 자유권의 제한이 오직 법률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법률에 의한 자유권의 제한이 자유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이제까지 국가는 스마트폰 위치 추적, 신용카드 사용내역 등 광범위한 개인 신상 정보들을 활용하여 감염혐의자를 색출하고 접촉자들의 동선을 파악하고 이를 공개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로써 방역을 효율적으로 수행하여 세계가 놀랄 정도의 탁월한 방역 성과를 거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사생활 보호의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할 여지가 있고, 조지 오웰의 ‘빅브라더’처럼 국민을 전면적인 감시와 통제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괴물’ 국가의 탄생과 발전에 대한 깊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감염병 확산을 예방하고 저지하기 위한 개인 정보 활용은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2항 2문과 3문, 24조 1항 2문,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조 2항 14문 등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그러나 국가는 이 법률에 근거하더라도 목적에 맞게 한도를 지키며 공권력을 행사하여야 할 것이다.

만에 하나 사태가 급속히 악화되어 국가가 유럽 국가들과 미국처럼 외출명령이나 조업중지 명령 같은 극단적인 조치들을 취할 경우, 그러한 행정명령은 반드시 법률의 뒷받침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행정부가 입법부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 되어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빚을 것이다.

코로나19 같은 엄청난 재난 상황에서 교회는 한편으로는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취하는 합법적인 조치들을 지지하여야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파수꾼처럼 깨어서 자유권을 존중하는 법치질서의 틀을 뒤흔드는 ‘방역국가’와 ‘보호국가’가 등장하지 않도록 경계하고 이에 저항하여야 한다.

미주

(미주 1) 헌법재판소ᅠ1996. 11. 28.ᅠ선고ᅠ95헌바1 결정: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고, 이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인간존재의 근원이다. 이러한 생명에 대한 권리는 비록 헌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다 하더라도 인간의 생존본능과 존재목적에 바탕을 둔 선험적이고 자연법적인 권리로서 헌법에 규정된 모든 기본권의 전제로서 기능하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라 할 것이다.”

강원돈 교수(한신대 신학부/민중신학과 사회윤리)  wdkang55@h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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