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우상숭배도 축제분위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은가?

답: 그렇기는 하다. 어떤 축제나 어떤 잘못된 열심은 경건한 가면을 쓰고 있는가 하면 그것으로 인해 매우 불쾌한 것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들 가운데서 “즐거운 기독교!”라는 구호를 외치고 기뻐하겠지만 그것 역시 가면일 뿐이다. 강요된 미소에서 슬픈 기색이 엿보인다. 강요된 웃음은 즐겁게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하나님께로부터 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미소이기보다는 비웃음이다.

문: 하지만 왜 진짜 축제와 진짜 열심이 아닌가? 진짜 축제와 진짜 열심으로 그리고 쾌활하게 아폴로나 팔리스라고도 하는 여신 아테네를 섬길 수 없었단 말인가?

답: 틀림없이 그렇게 할 수 있다. 다신숭배가 단순히 우상숭배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분이신 하나님이 알려진 이상 예배와 우상숭배 사이에는 선택만이 있을 뿐이다. 선택을 하고 나면 하나님의 뜻으로부터 우리가 지금 계속 신경을 쓰고 있는 그런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율법이 생길 수 있다. 즉 인간의 규정으로써 종교가 하나님을 대신한다. 그러면 신앙심을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신앙은 광신적이 되기도 한다. 열광주의는 하지만 항상 음울하다. 그리하여 신앙심은 자연적이지 못한 것이 된다. 부자연스러움이란 종교에 대한 저주이다. 특별히 가식없는 자연으로부터 멀어져야만 하는 기독교에 대한 저주이다. 그러나 자연으로부터 멀어지는 이런 일을 기독교는 곧잘 그릇된 방식으로 행한다. 바라는 바대로 사람들에게 알려진다는 것도 당연히 자연스럽지 못한 일이다. 모든 것이 그런 것으로 인해 잘못된다. 남들에게 될 수 있는대로 돠시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될 가장 거룩한 것이 과시될 때 그만큼 더 잘못되어가는 것이다. 잘못된 것이 기쁨을 가져올 수는 없다.

우리는 산상설교의 기본 주제이며 전체 복음의 기본 주제에 속하는 한 가지 특징을 잊지 말자. 우리는 법규를 모두 지킬 수 있다. 종교적 법규도 역시 지킬 수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그것은 ‘소유’가 된다. 소유는 하지만 교만하게 만든다. 소유는 다른 사람을 멸시하게 한다. 그러나 그러자면 다른 한편에 (멸시받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서유란 (그들에게) 보여주지 않을 수 없다. 소유는 과시로 이끈다. 우리는 서유하고 있는 것을 지켜야만 한다. 여기서 이런 식으로 경건한 사람들에게 특유한 행동양식인 다른 행동에 대한 방어가 나오게 되고, 이것을 다시금 남에게 뚜렷이 보여주게 되고, 가면이 된다. 이런 소유는 항상 순수하지 못한 것임을 생각하자. 왜냐하면 하나님 자신은 결코 그런 소유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사실에서 재차 위선이 자라난다. 또한 종교의 끔찍한 해악이 나타나고 그래서 이것은 개인에게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종교에 대한 저주로 되는 것이다.

문: 그렇다면 여기서 예수께서 이룩하신 혁명의 내용은 무엇인가?

답: 그것은 언제나 같은 것으로써, 종교 대신에 하나님 나라가 들어선다는 것이다. 도덕과 관련해서도 그렇지만 종교와 관련해서도 하나님 자신이, 하나님과의 직접적인 관계가 율법을 대신한다. 그래서 모든 것이 바뀐다. 과시는 끝난다. 예수께서는 하나님은 은밀히 드러내시는 분이며, 은밀한 것을 보시는 분이며, 은밀히 갚아주시는 분이라고 하나님에 대해 세 번씩 말씀하신다.

문: 그것은 무슨 뜻인가? 하나님은 태양처럼 분명히 알려진 분이 아닌가?

답: 그러나 하나님은 또한 숨어계신 하나님이시며, 은밀한 것을 보시고 은밀하게 갚아주신다. 하나님은 과시의 대상이 되고자 하지 않으신다. 왜냐하면 그는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하나님은 사람들이 그에게 구하기를 원하시며, 몸소 가치 있는 존재이고자 원하시며 그렇게 함으로써만 사람들에게 실제로 주님이시오, 아버지이신 하나님일 수 있고, 또 그런 하나님이고자 원하시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이름이 거룩히 여겨져야만 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하나님으로서 인간의 가장 깊은 지성소이다. 그래서 그는 태양처럼 공개된 하나님이시지만 그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는 최후의 비밀이요, 가장 깊고 가장 섬세한 비밀임에 틀림없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우리가 은밀한 가운데 그를 찾기 원하시며 또 은밀히 자신을 드러내시고자 하시고 그러기에 은밀한 곳을 보시고 은밀히 갚아 주신다.

▲ 고대 그리스에서의 다신숭배축제와 그리스도교의 축제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Getty Image

문: 하지만 이 거룩한 비밀 역시 신앙고백이라는 말과 행실로 나타나야 좋은 것이며 또 응당 그렇게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예주 자신이 그것을 요구하지 않으셨는가?

답: 신앙고백으로 나타내는 것에 대해선 찬성이지만 과시하기 위해서 나타내는 것은 찬성할 수 없다. 이 둘은 천양지차이다. 신앙고백이란 우리가 세상과 맞서서 하나님 앞에 서는 것을 뜻하며 과시란 현실에서 하나님을 포기하는 것이다. 과시의 동기가 사라지고 또한 모든 악의 뿌리가 절단된 것은 예수께서 행하신 방향전환과 주님이시오 아버지이신 하나님께서 인간을 만든 것이요, 인간의 규정인 종교를 대신함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다.

하나님과의 관계는 더 이상 우리가 남에게 보여주고 전하는, 우리의 업적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사요, 은혜이다. 하나님과의 관계는 또한 소유가 아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늘 다시 찾아가야만 한다. 하나님 앞에서 우리는 늘 가난하며, 우리가 가난할 때만 우리는 그를 찾을 수 있다. 주님이시며, 위대하고 거룩하신 분인 하나님을 우러러 볼 때 우리는 겸손해진다. 아버지시며 선하신 분인 하나님과 관계를 가질 때 우리는 그의 자녀가 된다. 이것은 더 이상 밖에서부터 오는, 부담이 되는 어떤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가장 깊은 자유이다. 하나님은 자유이며 자유를 주신다. 자유가 우리를 기쁘게 한다. 그러므로 슬픈 기색은 사라지고 거짓 축제나 거짓 열심도 멈춘다. 이런 것들은 주님이시며 아버지이신 하나님 앞에서 유치하고 가소로와진다. 왜냐하면 하나님 앞에서 삶은 진지해지고 어린 아이와 같이 천진난만하게 되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 같아진다는 것은 자연스러워진다는 것이다. 종교는 자연과 멀어지지만 하나님은 자연으로 다시 인도하신다. 공허한 종교에게 곧잘 일어난 세상에 대한 갈망도 멈춘다. 율법이요, 인간의 업적으로서 종교는 영혼을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의 영혼에 그의 무한한 생명과 풍요로움을 주시며 그에 의해 창조되고 구속된 세계를 선물로 주신다. 명예에 대한 추구도 그친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가장 고귀한 명예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과시를 통해서가 아니라 말과 나아가서 행실로써, 신앙고백을 통해서 하나님의 명예를 추구한다. 이것을 위해 세상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세상의 명예, 권력, 혹은 세상의 돈까지도 필요없다. 이것이야말로 하나님을 부정하는 것이리라. 하나님의 명예와 권능은 하나님 자신께서 돌보신다. 왜냐하면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명예가) 세세토록 아버지의 것이기 때문이다 – 진심으로!”

문: 그러나 우리도 그것을 위해 책임을 져야만 하지 않는가?

답: 물론이다. 그러나 과시(Schaustellung)가 아니라 명시(Darstellung) 하는 것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바로 사람들 앞에서 자주 치욕을 당하거나 공박을 받고, 박해받고, 또 십자가를 짊으로써 하나님의 명예와 권세를 위해 일해야지, “철십자 훈장”이나 그밖에 다른 장식적인 십자가를 위해 일해서는 결단코 안 된다.

이것이 예수의 의한 종교의 혁명이다.

문: 그러나 예수께서는 보상도 약속하지 않았는가?

답: 그것은 예수께서 무언가 말씀하신 것을 우리가 때때로 몰이해한데서 생긴 커다란 장애(거침돌: Anstoß)이다. 이 몰이해가 복음에는 보상욕구가 있다고 비난한다. 그리고 어리석게도 보상에 대한 기대 때문이 아니라 의무의 정언적 명령 때문에 선을 행하는 칸트의 순수도덕이나, 미덕의 보상을 미덕 자체라는 스피노자의 말과 복음을 대립시킨다. 보상욕에 대한 투쟁은 사실 예수의 투쟁의 중심에 속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보상욕은 바리새주의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포도원의 일꾼들과 그들의 품삯에 대한 비유(마태복음 20장 1-16절)를 생각해보기 바란다. 예수는 종종 보상에 대해 말씀하시지만 그것은 항상 역설이다. 우리가 지금 있는 이 곳에서 그것은 항상 역설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은밀한” 보상이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러한 보상은 단지 하나님 자신뿐일 것이며 그의 인정과 그의 칭찬뿐일 것이다.

하나님의 보상은 하나님 자신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보상은 그의 넉넉함이요, 그의 기쁨과 그의 자유이다. 반면에 종교의 보상은 세상이다. 바로 그런 것이다. 우리가 은밀히 하나님을 섬길 때 우리에게 주어지는 보상은 과시를 하게 될 때 사라져 버린다. 과시를 하게 될 때 모든 것은 무가치하게 된다. 사람들에게 차고 넘치게 보수를 받은 모든 것들은 하나님에게는 아무 보상도 받지 못한다. 반대로 가장 높이 평가받는 것은 정의를 행하다 받는 고난이다. 이것은 중요한 진리이다. 세상이 주는 보상이 아니라 바로 예수께서 뜻하신 보상이다. 이처럼 예수는 경건한 사람들에 대항해서 하나님 나라로 종교를 해체시키고자 하는 종교의 혁명을 수행한다.

문: 감히 이런 질문을 해도 된다면 – 그런 투쟁에서 예수는 불공평하지 않았는가? 경건한 사람들이 예수께서 묘사한대로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예수 당시에도 그들은 확실히 그렇지는 않았다. 이스라엘이 이교도로 융해되기 전에, 그리고 사두개인의 손아귀에서 순수하게 예식만 남은 종교로 굳어버리는 위험에 처하기 전에, 예언자들의 뒤를 이어서 이스라엘 지켰던 사람들은 바로 바리새인들이었다는 것을 우리가 알고 있다. 율법의 울타리가 이 두 가지 위험을 지켜냈는지 모른다. 그러나 바리새인들은 바로 생동적인 믿음의 옹호자들이었고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은 매우 도량이 넓고 자유로왔다. 예수 역시 바리새인들을 (그들은 종종 서기관들이기도 했는데) 부당하게 대하진 않았는가?

답: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예수의 표현은 무엇보다도 도덕과 일반적인 “정의”의 잣대로 잰다면 부당하다. 예수의 표현은 아무튼 일방적이다. 그것은 객관적인 판단이 아니며 엄격한 역사적인 판단이 아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근본적으로는 부당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예수의 그런 태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예수와 유사하게 행동한, 한 위대한 제자가 교정(Korrectiv)의 역할에 대해서 한 말을 명심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죄렌 키에르케고르는 말하기를 진리는 때때로 큰 해악이 되어버린, 만연된 편파성과는 타협이나 유화나 중재 없이 강경한 편파성으로 맞서야 한다고 했다. 단지 그렇게 할 때만 진리는 효력이 있다. 그럴 때만 진리는 소금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여기에 진리의 권리가 있다. 그렇게 본다면 그런 진리는 부당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숭고한 정의이다. 그것은 심판이다. 교수는 “객관적으로”, “역사적으로” 조심스럽게 조정하면서 원만하게 말하지만 예언자는 인간적으로 “불공평”하나 진리의 이름으로 말한다. 엘리야에서 세례 요한에 이르기까지 이스라엘의 모든 예언자들은 그렇게 말한다. 모두 일반적이고 모두 인간적으로 불공평하다. 그러나 모두 하나님의 진리의 참된 대변자로서 말한다. 모든 예언자들과 마찬가지로 예수께서 하나님의 이름으로 싸운 것은 사실 모든 세상적 존재들에게는 끔찍한 위험이며 엄청난 권능이었다. 이런 소금이 효력을 잃는다면 즉, 종교와 성전에 대한 예언자들의 이런 투쟁과 경건한 사람들에 대한 예수의 이런 투쟁이 효력을 잃는다면, 하나님의 일, 그리스도의 일은 쇠퇴하고 부패할지도 모른다.

예수께서 그때 올바로 이해되고 인정되었다면 얼마나 훌륭한 혁명과 구원이 있었겠는가!

레온하르트 가라츠/신요섭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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