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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죽음을 막아서다김상기 목사와 함께 하는 <성서와 위로>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 승인 2020.04.02 00:37
아론이 모세의 말대로 (향로를) 가지고 회중 가운데로 달려갔다. 백성 사이에 염병이 이미 퍼지기 시작했다. 그가 향을 피우고 백성을 위해 속죄하였다. 그가 죽은 자들과 산 자들 사이에 서니 염병이 그쳤다.(민수기 16,47-48)

모세는 광야에서 여러차례 위기를 겪습니다. 이번에는 아론도 함께 위기에 처했습니다. 고라와 다단이 지휘관 250명과 함께 모세와 아론에게 반기를 들었습니다. 그들은 모세와 아론이 ‘야훼의 총회’ 위에 군림한다고 비난했습니다. 모세는 야훼에게 이 사건을 의로했고, 야훼는  그들을 심판하시고 모세와 아론의 편을 들어주셨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죽음을 목격한 이스라엘 회중은 더 격분했습니다. 그들은 모세와 아론이 ‘야훼의 백성’을 죽였다고 하며 이들을 쳐죽이려고 했습니다. 그들은 스스로를 야훼의 백성 또는 야훼의 총회라고 하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은 그 자부심을 누가 흠짓냈다고 생각하면 그가 누구이든 그를 용납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자신들의 불만과 분노를 정당화하는 말로 그 말들을 사용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그 말이 요구하는 내용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 고라와 단 자손의 멸망 ⓒGetty Image

하나님은 이 상황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모세와 아론에게 이 백성 가운데서 ‘일어나라’고 하십니다. 그들을 멸망시키시려는 것입니다. 여기서 놀라운 광경이 벌어집니다. 모세와 아론이 땅에 얼굴을 대고 엎드렸습니다.

모세와 아론은 일어서라는 하나님의 명령과 정반대의 행동을 했습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모세는 아론에게 향로에 제단불을 담아와 향을 피우고 분노한 회중을 위해 속죄하라고 합니다. 하나님은 염병으로 이스라엘 회중을 치기 시작했고 아론은 달려갑니다. 모세는 그 가운데 엎드린 채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신음과 비명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 사건의 발단은 여하튼 자신들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자신들에게 반기를 든 사람들이 이 사건의 원인이라 해도 또 하나님이 전적으로 자신들을 편드신다 해도 그들은 몹시 불편했을 것입니다. 그들은 여전히 그들 가운데 있었습니다.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곧 깨달았습니다. 저들을 위해 속죄하는 길을 찾았습니다.

향을 피우고 속죄하는 것은 대제사장이 지성소에 들어가서 하는 일입니다. 마치 죽음이 퍼지기 시작한 그곳에 지성소가 세워진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지성소는 꼭 정해진 공간만은 아닙니다. 지성소의 기능, 곧 속죄와 살림이 행해지는 곳에 지성소는 있습니다.

아론은 산 자들에게 죽음이 미치지 않도록 죽은 자들과 산 자들 가운데서 온 몸으로 죽음을 막고 서 있습니다. 마침내 죽음의 행진이 멈췄습니다. 이것이 모세와 아론이 할 일이었습니다. 회중의 반란조차도 그들을 향한 두 사람의 일을 멈추게 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이스라엘 회중과 함께 죽음의 상처를 딛고 일어나 다시 행진을 시작할 것입니다.

두 사람에게서 이 시대의 거울을 발견하는 오늘이기를. 자신들을 죽이려고 했던 자들을 위해 자기들을 편드신 하나님의 명령조차 어긴 그들을 용납하신 하나님의 너비를 깨닫는 이날이기를.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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