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예수께서 혁명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 예로 들었던 그 개별적인 실례들은 어떻게 이해될 수 있을까?

답: 제일 먼저 자선을 베푼다(구제하다)는 말이 나오는데 이것부터 의미심장하다. 종교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그릇된 방식으로 강조하는데, 예수는 모든 예언자들과 마찬가지로 인간과의 관계를 앞세운다.

문: 그렇다면 깊은 인정(Menschlichkeit)과 박애(Humanität)를 말하는 것인가?

답: 그렇다. 그러나 하나님으로부터 온 인간에 대한 애정을 말하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무엇보다도 먼저 지향해야할 하나님 나라의 정의이다. 희생제물이 아니라 사랑이 중요한 것이며(호세아 6장 6절 참조) 예배의식이 아니라 형제와 함께 드리는 예배가 중요하다. 주일이 아니라 평일이, 교회가 아니라 세상이 중요하다. 유대교에서는 이것을 알고 있었다. 자선은 이것을 알고 있다는 표시였다. 유대교에서 자선은 근본적인 역할을 했다. 사람들은 자선을 단순히 “정의”라고 부르기도 했었다.

문: 기독교에도 이와 견줄만한 어떤 것이 있는가?

답: 물론이다. 우리는 그것을 사랑의 활동(Liebestätigkeit)이라고 부른다.

문: 그것은 뭔가 훌륭한 것이 아닌가?

답: 그렇다. 특히 그 내력은 정말 훌륭하다.

▲ 이웃에 대한 무한책임 없는 자선은 그저 자기 과시일 뿐이다. 이 또한 종교혁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Getty Image

문: 그런데 왜 기독교의 사랑의 활동에도 적용되고 있는 과시와 위선에 대한 비난이 유대교의 자선에는 적용되지 않는가? 도대체 기독교의 사랑의 활동의 과시와 위선은 어디서 온 것인가?

답: 예수께서 볼 때에 위선이요, 연극이 그런 과시가 유대교의 경건한 사람들에게 있었다는 것을 예수의 말씀은 보여주고 있는데 이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과 분명히 일치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과시가 기독교적-시민적(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사랑의 활동의 전반적인 특징이기도 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고상하고 훌륭한 일이 이렇게 변질된 원인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설명한 바와 같다. 우리가 우리의 심정을 자선이라는 행위로 간략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처럼, 자선은 크게 율법의 업적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마음의 충동을 느껴서 자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하나님 때문에 즉 이런 경우에는 단지 종교 때문에 자선을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자선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이것은 은밀히 계신 하나님으로부터, 자발적인 필연성에서 나온 행동이 아니다. 게다가 자선을 역겨운 위선으로 만드는 보다 중요한 또 다른 것이 있는데, 그것은 양심의 가책 때문에 보여주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문: 왜 양심의 가책 때문에 자선을 하는가?

답: 왜냐하면 하나님의 뜻에 합치하는 사회질서인, 이를테면 정의의 세계처럼 원래 무언가 다른 것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사람들은 그런 것을 원치 않는다. 그래서 이런 사실을 종교라는 가면을 통해서 자선의 형태로 감추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점에 있어서도 율법의 울타리는 이중적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고려되어야만 한다. 율법으로 인해 가난한 자에 대한 의무는 넓은 뜻에서 당연한 것이 된다. 그러나 그 대신 이웃에 대한 무한한 책임이라든가 무조건적인 책임에서 면제된다. 우리는 가난한 사람에게 자신의 소유의 아주 작은 부분을 주고 그밖에 것은 절대적인 소유로 간직한다. 그러나 원래 모든 것은 하나님의 것이다. 이것이 성서의 견해이다. 이 견해가 전체 사회구조 속에서 표현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만이 실제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일단의 종교적인 사람들은 이것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열심 있는 사랑의 활동의 일부는-단지 일부만이-또 일부이기에 “자선”이 되는 것이다. “옳은 일이라면 뭐든지 다한다-그런 일은 이렇게 많다!” 이런 식으로 자선은 개인적으로는 선한 의도가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창한 과시가 되고 엄청난 객관적 위선이 된다. 그래서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알게 되는 것임이 틀림없다.

주님이시며 아버지이신 하나님께 우리의 마음을 두면 모든 것은 변한다. 그러면 율법의 울타리는 무너지고 형제에 대한 하나님의 요구의 무조건성과 무한성이 양심을 파고든다. 그렇게 될 때 단순한 사랑의 활동에서 사회정의와 사회의 개혁이 나온다. 그러면 모든 독선이 사라지고 남는 것은 무한한 책임이다. 이런 점에서 이것은 그리스도의 혁명이다.

레온하르트 가라츠/신요섭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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