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신참변(간도참변, 간도대학살)

3∙13 만세시위 후, 간도에 조직된 30여개에 이르는 무장독립단체들과 독립군의 잦은 국내침입과 전투는 일본의 식민지 통치에 적지 않은 위협이 되었다. 일본은 1920년 5월초에 조선총독부의 경무국장 아까이께를 봉천에 파견하여 동북군벌 장작림과 “일지협동수사반”을 편성하여 봉천성과 간도일대의 한인항일부대를 토벌하기로 협의하였으며 2차 봉천회의에서는 “일지협동수사” 이름으로 일본군이 직접 항일단체에 대한 검거를 하기로 결의하였다. 그러나 “일지협동수사”는 당시 항일무장투쟁의 중심지였던 북간도지역에서는 중국 지방당국의 거부로 계획대로 추진되지 못하였다.(1)

일제는 8월 5일, 중국 외교총장에게 중국 지방당국이 한인들의 항일무장투쟁을 제대로 단속하지 않으면 자신들이 직접 간도로 들어가서<불령선인>들의 소굴을 초토하겠다고 협박하였다. 1920년 8월, 일제는 “경성회의”를 개최하여 일지협동토벌을 적극 추진키로 결의함과 동시에 “간도지방불령선인초토계획”을 작성하고 세부적인 행동방안을 준비하였다.

1920년 10월 2일 일제는 “훈춘사건”을 조작하고 이를 계기로 2만5000명(2)에 달하는 대부대를 출동시켜 경신년대토벌을 감행하였다. 토벌에 동원된 일본군은 조선주둔 제19사단과 제20사단의 78연대, 블라디보스토크파견군 제11, 13, 14 사단, 북만주파견대의 안자이지대, 관동군 제19연대와 기병 제20연대의 대병력이었다. 일제는 동, 서, 남, 북 사면으로 포위망을 좁히면서 한인집거지역에 침입하여 살인, 방화, 약탈하며 파괴하는 대 만행을 서슴지 않고 저질렀다.

일제군은 봉오동과 청산리에서 패배당한 분풀이로 독립군의 모체인 한인사회와 항일단체∙학교∙교회 등을 초토화하기 위하여 임의로 ‘불령선인’으로 지목하여 참살하고 집중적으로 그들의 가옥과 학교, 그리고 교회당을 불태웠으며 그런 만행을 1921년 5월말까지 계속하였다.(3) 일제가 대학살을 자행한 경신참변은 10월 2일부터 잔류 부대가 완전히 철거한 1921년 5월 9일까지 대략 8개월간 지속되었다. 북간도에 대한 일제의 토벌은 3단계로 진행되었다.

▲ 1919년 3월 13일 만주 용정의 독립만세 시위 부상자들을 치료했던 제창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들. 당시 시위는 2만 명이 참가해 17명이 숨질 정도로 격렬했다. ⓒ김재홍 규암김약연기념사업회 사무총장 제공

제1단계는 10월 14일부터 11월 20일의 ‘제1기 토벌’ 종료까지며 이 단계는 주로 항일단체들과 항일기지가 있는 마을, 학교와 교회당에 대한 대대적인 소탕이 감행되었다. 제2단계는 11월 21일부터 12월 16일 주력부대 철거까지이며 대체로 잔당숙청이란 명분하에 1차에 토벌한 마을들과 부근 산림들에 대한 반복적인 수색을 포함하여 비행대와 국경수비대를 동원한 무력시위였다. 제3단계는 12월 17일부터 1921년 5월 9일, 일제군의 완전철수까지이며 간도파견대를 기반으로 경찰분서의 증설과 총독부 경찰력의 증가, 친일세력의 육성 및 확대 등 일련의 조치를 취하여 간도지역에 새로운 질서 확립을 꾀하였다.(4)

제19사단의 이소바야시지대는 훈춘에 집결하여 다시 3개의 토벌대로 나뉘어 10월 14일 밤부터 훈춘과 나자구일대 한인마을에 대한 제1차 토벌을 시작하였다. 제1토벌대는 훈춘을 출발해서 사도구∙ 남별리∙ 연통라자∙ 삼도구 방면으로 제2토벌대는 대황구 방면으로 제3토벌대는 훈춘부근 마을들을 각각 포위, 습격하였다. 제1토벌대는 훈춘동북부지역의 28개 한인마을을 소탕하였고 28명을 체포하고 그 중 4명을 사살하였으며, 제2,3토벌대는 3명을 사살하고 4명을 체포해 훈춘에 납치하였다. 2차 토벌에서는 나자구∙삼도구∙노흑산 등지에서 러시아 원도지구로부터 투입된 제11사단, 제13사단과 함께 지속적인 토벌을 하였다.(5)

기무라지대는 10월 20일 온성부근에서 두만강을 넘은 후 22일 서대파∙ 십리평∙석두하자 일대에 대한 토벌을 개시하여 49명을 사살하고, 십리평의 무관학교와 부근 마을들을 소각하였다. 일본 측의 조사에 의하면 기무라지대의 전과는 사살 86명, 설복귀순 132명, 소각학교 2개, 소각 가옥 103동으로 집계되고 있다.(6)

일본군 국경수비대는 주로 두만강연안의 수비를 강화하는 한 편 헌병대 및 경관대와 수시로 두만강 대안의 한인마을을 습격하였다. 회령수비대는 10월 19일에 학성∙송언∙무관툰을 습격하여 무고한 한인주민 10명을 사살하고 시체를 석유로 불태웠다. 종성수비대는 대안의 한인마을들을 습격하여 주민 17명을 사살하였다. 일본군의 통계는 국경수비대가 10월 17일에서 12월 20일 사이에 간도를 침입하여 한인 107명을 학살하고 민가 94채, 학교 3개소를 소각하였음을 보여준다.(7)

아즈마지대는 10월 15일 부대를 편성한 후 주력부대를 이끌고 이도구로 이동하여 남∙북 완루구에 있는 홍범도 연합부대를 포위하였다. 그러나 10월 21일부터 26일까지 청산리와 어랑촌 일대에서 아즈마지대는 홍범도 연합부대와 북로군정서군의 매복전과 기습전에 걸려서 참패를 당하였다. 청산리전투에서 대패한 후 일군은 잔악무도하게 한인마을들을 습격하였다. 10월 26일 일군은 <항일마을 및 항일학교 조사표>에 근거하여 연길현의 동불사∙태평구∙와룡동∙소영자∙의란구를 비롯한 23개 마을과 흥동학교∙영신학교∙명신학교 등 18개 학교, 화룡현의 상광포∙어랑촌∙류동∙청산리∙청파호∙장재촌∙걸만동 등을 비롯한 12개 마을과 명동학교∙창동학교∙광동학교∙정동학교 등 19개 학교, 왕청현의 류수하∙대감자∙덕원리∙서대파∙봉오둥∙합수평∙라자구 등을 비롯한 11개 마을과 명동소학교∙원동소학교 등 5개 학교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소탕과 학살을 감행하였다.

중국지방관원인 장순수와 포대수 등이 1920년 11월 5일에 외교총장에게 보낸 서한(8)에는 “간민들이 모여 사는 부락을 한당들의 근거지라고 하면서 온 마을을 불살라버렸으며 한민들 대부분이 살해 되였다.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마을을 골라서 몇 집 또는 몇 십 집씩 불살랐고 몇 명 또는 몇 십 명씩 죽여 버렸는데 가는 곳마다 불타버린 집과 시체가 널려있었다. 이들은 태반이 밭가는 농부들이였지 결코 무기를 들고 떼를 지어 소란을 피우는 무리가 아니었다. 이렇게 마음대로 참살하는 것은 실로 인간성이라고는 털끝만치도 없는 일이다.”라고 일제의 만행을 규탄하였다. 이처럼 일군은 무고한 한인들을 “독립군”이라는 혐의로 대대적인 학살을 자행하였다. 일군에 의해 이렇게 북간도지역과 서간도지역 그리고 장백현지역의 한인마을과 학교, 교회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처참한 수난을 당하였다. 그러나 본 글은 19개 교회당이 소실 당했다고 기록되어 있는 북간도지역의 참변을 중심으로 다루므로 나머지 지역의 참변은 생략한다.

피해 상황 

최근에 발굴된 중국의 ⌜연길도윤공서당안⌟ 자료는 세 가지 사실을 말해 준다. 일군의 토벌은 한인들이 집거하고 있는 연길, 화룡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으며, 피해자 대부분이 독립군이 아닌 무고한 백성이었으며, 한인 대량학살과 함께 한인들의 생활기반인 가옥을 소각했다는 점이다. 이는 경신참변이 항일무장단체에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한인사회 초토화시켜 항일무장투쟁의 근원을 제거하려는 것이 궁극적 목적임을 여실히 보여준다.(9)

상해임정이 발표한 피해상황은 인명피해는 피살 3,664명, 체포 155명이었고 재산피해는 민가 3,520동, 학교 59개교, 교회당 19개소, 곡물 59,970섬이 불에 탔다고 하였다. 임시정부 간도파견원은 <독립신문> 87호에서 인명피해가 피살 2,626명, 체포 46명이었고 재산피해는 민가 3,208동, 학교 39개교, 교회당 11개소, 곡물 53,265섬이 소실되었다고 보도하였다. 피해당한 교회는 훈춘현에 7개, 화룡현에 2개, 연길현에 10개, 왕청현에 7개로 나온다.

위의 통계에 나오는 살해당한 사람이나 체포당한 사람들 대부분이 간도국민회에 관련된 사람들이었고, 마을들은 국민회 지회가 설치되어 있는 곳이었으며 학교는 독립운동과 계몽을 위해 지도자들과 교회가 세운 민족학교 였으며 교회는 민족의식으로 한인들을 일깨우며 민족교회들이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간도국민회는 캐나다장로교의 교구를 그대로 적용하여 5개의 지방총회를 만들었고 그 아래 100여개의 지회를 두었다. 그리고 각 지역의 목사와 교구 순회목사들이 지방총회와 지회의 회장을 맡았다.(10)

우리는 일군의 토벌이 국민회와 깊은 연계가 있는 캐나다장로교에 집중되었음을 아래의 글에서 알 수 있다.

“일제토벌군은 가는 곳마다에서 교도들을 학살했고 교회당과 학교를 불살랐다. 하여 장로교는 전례 없는 재난을 당했다. 장로교의 외국선교사들은 일본침략군의 잔인무도한 죄행을 국외보도계에 폭로했으며 제창병원을 이용하여 교도 부상자를 치료해주었고 교도들을 구제해 주었다.”(11)

참변지역과 항일무장단체와의 관계

제19사단의 이소바야시지대가 토벌한 사도구, 남별리, 연통라자, 삼도구, 대황구, 훈춘부근 마을들, 훈춘동북부지역의 28개 마을들, 나자구, 삼도구, 노흑산 등지는 <훈춘기독교우회>와 <훈춘한민회>를 세운 훈춘지역의 기독교장로교(캐나다 장로교)파 지도자인 황병길, 오병묵, 이명순의 활동무대였다. 기무라지대가 토벌한 서대파, 십리평, 석두하자, 십리평의 무관학교와 부근 마을들은 서일, 계화, 현천묵이 주로 활동하였으며 대종교의 영향이 컸다. 간도국민회는 왕청현에 북부총회를 두어서 관리하였다.

일군 국경수비대가 토벌한 회령의 두만강 대안 마을들은 간도국민회 제1남부지방회 설치된 지역으로 삼합을 거쳐서 용정으로 통하는 주도로에 위치해 있고, 종성의 대안 마을은 백룡과 개산툰을 지나 용정, 연길도 나갈 수 있고 동쪽으로 가면 도문과 왕청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 마을들로 캐나다장로교의 영향력이 큰 곳이었다. 이 지역에 학교와 교회를 세운 사람들은 간민교육회 회장으로 활동한 이동춘을 비롯하여 강백규, 백유정과 김약연, 마진, 정재면, 강구우 등이었다.

아즈마지대가 토벌하러 들어간 이도구는 간도국민회의 제2남부지방회가 관할하고 있었고 어랑촌을 중심으로 왕집행신시장, 수남, 달내박골, 중앙촌, 북완루구, 남완루구, 널푼골, 야지골 등 마을들이 산재해 있었다. 국민회는 8월부터 그 일대에서 군사기지를 개척하였다. 청산리가 속해 있는 삼도구 일대 청파호에는 대종교 총본부가 자리 잡고 있었으며 북로군정서 또한 이곳에 지방조직을 만들었다. 당시 그곳에는 동쪽으로 십리평, 라월평, 송월평, 연수평, 대진창, 충신장(현 화룡시)이 있었고, 서쪽으로 평양촌, 증봉리, 백운평, 싸리밭데기 등 마을이 산재해 있었는데 대다수가 대종교 신도였기 때문에 북로군정서는 대원을 파견하여 군사기지 창설을 시도하였다. 삼도구에도 국민회지회가 있었으며 청산리에는 캐나다장로교에서 세운 교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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