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는 하나님께 말씀의 불꽃을 받은 사람입니다. 예언자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일러주는 점쟁이가 아닙니다. 사람들은 ‘미리 예(豫)’ 자를 쓴 예언자(豫言者, 미리 말해주는 자)와 혼동하곤 합니다. 예언자(預言者)는 ‘맡길 예(預)’를 써서 말씀을 맡은 사람을 말합니다. 맡길 예(預)는 ‘맡기다, 참여하다, 관계하다’라는 뜻을 지녔습니다. 그렇다면 예언자는 지금 여기에서 이루고 계시는 하나님 나라, 그 뜻과 말씀을 맡아 전해주는 사람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 나라와 의를 이뤄 가시는 일에 참여하는 사람입니다. 하나님 하고 계시는 일을 밝히 보고, 하고 계신 말씀을 듣고 그대로 전해주는 사람입니다. 말뿐 아니라 삶으로 전합니다. 말을 살아갈 뿐 아니라 삶으로 말합니다.

▲ Vladimir Kush, 『Candle』

신앙인 역시 주님 주시는 말씀을 맡아서 삶으로 전해줘야 합니다. 또한 지금 여기에서 하나님 나라와 뜻에 동참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신앙인은 모두 예언자가 아니겠습니까. 신앙은 빛으로 타올라 하나님의 빛깔을 보여주는 불꽃입니다. 신앙으로 숨 쉬는 사람은 그 삶이 하나님의 빛깔을 감출 수 없습니다. 함께 계신 하나님도, 품고 따르는 말씀의 빛도 어찌 감출 수 있겠습니까.

내세의 영생이라는 공수표만 붙드는 신앙은 무력하기 그지없습니다. 지금 함께 계시는 임재와 음성이 신앙인의 삶을 연주해야 합니다. 신앙인은 주님의 피리요, 오르간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숨결이 흐르며 연주하는 선율입니다. 기뻐하는 이를 위해 춤곡을 연주하고 슬퍼하는 이를 위해 조곡을 연주합니다. 불의를 향해서는 주님의 분노를 격정적으로 연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장 피에르 드 코사드(1675~1751)는 매 순간마다 하나님 뜻에 오롯이 순복하는 신앙을 강조합니다. 그는 말합니다. “하나님의 뜻은 언제나 둘도 없이 소중한 것이다. 하나님의 뜻이 빠진 떡은 독약과 같고, 하나님의 뜻이 담긴 떡은 진정한 생계의 수단이 된다. 하나님의 뜻에서 벗어난 독서는 우리를 눈멀게 하고 혼란시킬 뿐이지만, 하나님의 뜻대로 하는 독서는 우리의 어두운 눈을 밝힌다.”(리처드 포스터, 『신앙고전 52선』, 391) 하나님 나라가 지금 여기에 이미 이뤄지고 있다는 복음을 믿고 따른다면 이상할 게 없습니다. 이렇게 보면 예언을 전하는 특별한 순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매 순간이 다 특별한 예언입니다. 매 순간이 하나님의 실재와 말씀을 드러내는 예언입니다.

마지막 절이 예언을 살아내는 삶의 목적을 보여줍니다. “착한 행실을 보고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5:16b) 착한 행실, 너무 막연하게 들립니다. 메시지 성경은 환대와 베풂을 통해 하나님께 마음을 열게 하는 것으로 풀었습니다. 매 순간 하나님 뜻을 깨달아 순복하는 것 역시 하나의 길일뿐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빛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중심입니다. 좀 부족할 수도 있고 때로 실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랑은 방향을 잃지 않고 자기 길을 갑니다. 결국은 하나님 나라를 드러냅니다. 사랑은 비록 작은 불꽃이어도 결국 빛을 내고 온 삶을 태울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하나님의 빛을 본다면, 그 아름다움에 반해 전해주고 싶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사랑에 빛나기 시작합니다.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devi3@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