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협의회(NCCK, 총무 이홍정 목사) 신학위원회와 교회일치위원회, 교육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신학위원회 <사건과 신학>이 주관한 신학대담회가 4월 27일 한국기독교회관 에이레네 홀에서 진행됐다. 이날 대담회 주제는 “코로나 이후 한국 교회, 어디로 가는가?”였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발제자와 토론자 10여명, 언론도 제한적으로 참석한 대담회였다.

▲ NCCK신학위 지난 4월27일 종로5가 한국기독교회관 2층 에이레네 홀에서 “코로나 이후 한국교회, 어디로 가는가?”라는 주제로 신학대담회를 개최했다. ⓒ유금문

사회를 맡은 신학위 부위원장 양권석 교수(성공회대)는 인사말을 통해 “코로나19 상황에서 예배가 ‘악’이 될 수 있고 온라인이 일상화된 삶에서 예배나 교회의 여러 구조구조가 유지될까, 유지되는게 맞을까, 변한다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등의 여러 질문이 떠오른다.”고 운을 뗐다. 또한 “기업들처럼 이제는 작은 교회가 유지되기 힘들고, 합병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다.”고 교회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즉 “경험해보지 못한 여러 가지 일들이 발생되는 상황에서 앞으로 교회가 어떤 방식으로 대처해 나가야 할지 논의를 시작한다.”는 의미로 “대담회를 마련했다.”고 이날 대담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공공의 선에 대한 교회의 자각 필요

인삿말에 이어 대담회의 첫 발제를 맡은 장로회신학대학교 성석환 교수는 코로나19가 드러낸 문제들과 빈곤한 논의들을 지적했다. 즉 “지구사회의 모든 이들에게 ‘공동의 선(the Common good)’이 되는 ‘새로운 질서’를 수립하기 위해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보장되는 에큐메니컬 공론장을 준비해야” 하지만 이루어지지 않은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성 교수는 공론장 마련을 위해 국가(정치경제계), 지성(사회문화계), 기술(과학계), 영성(종교계)가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회의 모습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즉 ‘사회적 거리두기’에 협조한다는 명목으로 무리없이 협조하기도 하였지만, ‘신천지교회’라는 이단집단이 전염병 확산의 진원지가 되었다는 사회적 비난과 보수적 복음주의 교회들이 국가의 행정명령을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인식하여 부정적으로 대응한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특히 신천지 교회나 보수적 복음주의 교회들이 행정명령을 어기는 과정에서 종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공론화가 커졌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성 교수는 한국 사회의 공공성을 제고하는 역할로서 ‘공공신학’적 방법론을 제시했다. 성 교수는 이러한 방법론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이후 변화를 설명했다. 첫 번째로 정치적 측면에선 사회적 거리두기의 수용과 마스크 대란을 통해 ‘공동의 선’에 대한 실제를 경험할 수 있었으며, 이는 ‘조국 사태’이후 공정의 가치가 민주를 압도한 한국 사회에서 ‘민주적 공정성’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 번째로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코로나19’의 사회적 변동은 지구적 경제의 새로운 질서를 요청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장과 사무실의 필요성은 이전과 다른 정도로 감소할 것이고, ‘온-라인’ 업무환경 및 교육환경은 급속도로 발전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에 따라 노동자의 작업조건이 변화될 수밖에 없을 것인데, ‘4차 산업혁명’의 진전으로 인간의 노동에 대한 대안적 정책들이 제기되고 있었던 바, ‘코로나19’ 이후의 노동 가치에 대한 평가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에도 계속해서 지적되어 온 위험의 외주화와 비정규직 문제들을 지적했다. 특히 3월 10일 구로구에 있는 한 보험사의 ‘콜센터’ 직원 총 58명이 한꺼번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진단되면서 다시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 문제로 불거졌으며 이들 직원들은 원청이 아닌 도급청의 직원인 이들은 열악한 업무환경에서 집단감염을 피할 수 없었던 상황을 상기시켰다. 성 교수는 그렇기 때문에 현 교환가치 중심의 경제가 아닌 생명가치 중심으로 경제 변화를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문화적 관점에서 마스크 대란은 규제와 통제에서 점차 자유와와 소통의 형식으로 진화되었는데, 이는  ‘사회적 체계에 대한 순응’이라기보다는 서로의 생존을 위한 공존의 논리를 터득하는 사회적 경험이었다고 분석했다. 덧붙여 이는 한국 사회에서 결여되었던 다원성과 상호설득을 위한 경험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한국사회에서 대결해온 다원성이 상호설득의 다원성으로 전환되는 작은 사회적 경험이라고 분석했다.

▲ 신학대담회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장로회신학대 성석환 교수(사진 제일 왼쪽) ⓒ유금문

이어 성 교수는 코로나19와 한국교회의 대응을 살펴보았다. 특히 지난 예장 통합 교단과 NCCK의 목회서신을 비교했다. 먼저 7차에 걸친 총회장 서신 등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3월 24일 <예장통합총회>에서 발표된 목회서신을 통해 정부와 교계 사이의 대결구도가 조성되었지만 NCCK는 2월 21일 목회서신을 통해 “혐오와 차별이 아니라 상호 연대와 인류애의 정신으로 재난을 극복해야 한다”고 발표한 것을 언급한 것이다.

성 교수는 이 둘을 종합했을 때 개신교는 두 가지 의제에서 충돌하고 있다고 보았다. 첫째는 코로나19에 대한 신학적 혹은 신앙적 해석인데, ‘신의 섭리가 아니냐’라는 해석과 ‘혐오와 배제의 문제’를 드러내는 진보적 진영의 해석이 그것이다. 두 번째로는 공예배/예배당 집단예배 중단결정에 대한 신학적 정당성에 관한 것인데, 온라인 예배에 대한 예배신학적 정당성에 대한 질문과 신앙공동체의 공동체성 약화에 대한 우려에 따른 교회론적 논의 그리고 온라인 성찬식의 신학적 정당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토론이 전개되었다는 것이다. 즉 특정 장소에 국한된 예배만을 고집할 이유 없이 다양한 형태의 장소와 공간에서 상황에 맞는 방식으로 예배행위를 할 수 있다는 의견도 개진되었다고 했다.

성 교수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논의보다도 당장 개신교회 내부에서 나타나고 있는 종교경험의 새로운 양식에 대한 점검이 이루어지고, 이에 기반해 종교의 공적 역할과 시민사회의 공론장에 참여하여 공공성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 내적 자원을 명료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의 “코로나19로 인한 한국교회 영향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 신자들은 온라인 예배에도 적절히 적응하면서 일상의 공간을 교회중심이 아니라 새로운 신앙방식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는 사례를 들었다. 즉 이러한 새로운 신앙생활의 경험이 유의미하게 변화를 일으켰고 무엇보다 한국교회의 공적 태도에 주목했다는 것은 중요한 자산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논의들을 종합하며 ‘공동의 선’을 증진하는 사회문화적 자원으로서 창조적 역할에 함께 기여하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건전한 복음주의 세력이 극단적인 배타적 복음주의나 배타적 정치세력으로 변질되지 않기 위하여 에큐메니컬 진영이 미시적 생활신앙에 침투할 전략이 필요하고 이를 사전에 차단해야 하며 더불어 공존하는 새로운 질서의 토대를 놓는 일이 한국교회의 공적 과제이며 공공신학의 한국적 실천이라고 결론지었다.

코로나19 이후의 믿음 체계의 재구성을 위해

성석환 교수에 이어 발제를 맡은 크리스챤 아카데미 이상철 원장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역사철학적, 종교사회학적, 종교현상학적 세 가지 측면에서 접근했다. 우선 역사철학적 접근으로 중세 유럽의 페스트와 코로나19를 비교하며 페스트가 가져온 죽음의 그림자 뒤에 ‘합리주의’가 등장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역병과 재앙으로 인한 죽음이 불러온 존재론적 허무주의는 인식론적으로 기존의 질서에 대한 회의주의로 연결되었고 르네상스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페스트로 인해 중세가 무너지고 근대라는 새로운 시대로 나아갔듯이,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다른 삶의 패턴과 의식의 고양을 요구하며 새로운 미래를 향한 준비를 재촉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것이 코로나19에 대한 역사철학적 의미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 종교사회학적 접근에서 코로나19 이후 현장예배 중단과 온라인예배를 둘러싼 개신교인 인식조사의 추이를 분석했다. 이 원장은 동영상 예배 정국에서 개신교인들의 인식조사를 토대로 한국 개신교가 포괄주의에 기반한 비종교 시대를 접어들고 있음을 감지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경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더 가속도를 낼 것이며 교회와 사회의 관계를 이분법적으로, 배타적으로 바라보는 신앙은 설득력을 잃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신학대담회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이상철 원장 ⓒ유금문

마지막으로 종교현상학적 접근을 통해 이 원장은 비대면 온라인 예배가 ‘아우라의 파괴’를 초래했다고 강조했다. 기존 교회의 권위와 신의 전능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신자들이 취향에 맞는 예배와 복음을 ‘취사선택’하는 현 상황을 발터 벤야민의 표현을 빌어 ‘아우라의 파괴’라고 분석한 것이다. 온라인 예배의 등장이 기존 교회의 전통적 믿음 체계와 은혜 방식을교란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예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예배학자 테레사 베르거를 인용, ‘디지털 예배의 도래가 교회의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라는 점을 언급했다. 화석화된 제도와 정형화된 문법에 매몰된 예배는 디지털 시대를 거치며 변형될 것이고, 그것이 예배의 퇴화일지 진화일지는 기독교인들이 예배갱신을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달렸다고 주장했다. 그 과정에서 예배의 궁극적 의미는 예배를 초월하여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세 가지 결론을 언급하며 발제를 마쳤다. 첫 번째로 코로나19 이후 예배는 숭고와 현전을 넘어 차이와 다름을 섬기는 예배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믿음에 대해선 본회퍼의 ‘성인이 된 세계’를 인용하며 성인이 된 세계속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주일 성수가 깨졌다는 분함과 안타까움을 곱씹기 보다는, 코로나 이후 믿음의 체계를 어떻게 다시 세워나가야 할지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발적 변화냐 등떠밀린 변신이냐

마지막 세 번째로 코로나19 이후 기독교 윤리를 ‘소아적 신앙생활에서 타자를 향한 대승적 생활신앙’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대승적 생활신앙을 모색하는 기독교 윤리는 예수가 그랬던 것처럼 자본이나 종교적 도그마, 정치적 이데올로기, 문화적 편견 등 인간이 정한 경계들을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아적 신앙생활을 넘어 대승적 생활신앙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하느님 나라라는 현실에 뿌리박지 않은 미래로부터 다가오는 주술이 아님을 선언하는 것이며 그것은 이 땅에 존재하는 나그네들과 타자들의 목소리에 응답하고, 책임지며 환대하던 사람들의 노력과 연대와 기도의 현장으로 도래하는 현실이라 주장하며 마무리했다.

발제에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신학과 현장에 대한 많은 논의들이 이루어졌다. 먼저 정경일 원장(새길기독사회문화)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를 나누는 것은 교회를 회복, 구하는 문제가 아니라 문명사적 전환이고 과거의 경쟁과 생존 문명에서 공존과 생명 문명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이나 스페인 이탈리아 등 국가체계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지금은 우리를 부러워하지만 재난 이후에 다름 체계로 넘어가는 국가들을 우리가 부러워 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새로운 창조는 낡은 체제, 기존 체제가 붕괴될 때 상상할 수 있으며 한국에서도 신학적 파국을 선언하는, 기존 질서의 파국에 대한 예언자적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진호 목사(제3시대 그리스도교 연구소)는 이상철 원장의 발제에 대해 “‘아우라의 파괴’가 코로나에서 온 것이 아닌 2008년 무렵 설교와 비평이 소비되는 중에 설교가 무너지면서 아우라가 파괴되었지만 목사와 교계만 모르고 있었고, 한국 교회에 대한 진단이 10년 늦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사회변동 과정에서 미디어를 통해 세련된 예배를 만드는 것은 자본이 많은 사람이 유리한데, 작은 교회는 또 어떻게 이를 뚫고 나갈 것인가, 종말에 대한 상상력 등 급진적 물음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현재 “우리의 미디어적인 기술이나 능력이 굉장히 저열한 상황이며 코로나19는 우리에게 과연 우리가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며 종말과 파국에 대한 상상력이 얼마나 늦은 질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상덕 연구실장(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은 “코로나19 상황에서 현장예배 중단에 대한 의견과 설문조사에서 87.8%가 잘한 일이라고 답했는데, 이는 개신교의 문화의식, 가치판단의 과정이 공동의 선을 케어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는데, 목회자와 신학자들의 영향력이 떨어지고 있지 않은가”라는 점을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박흥순 목사는 교회현장을 예시로 들었는데, “지역 교회 목사들은 ‘죽을 맛’인 반면 대형교회 성도는 ‘온라인 예배만 드리면 되니 내 시간이 생겨 행복하다’고 답한 점에서 교회 전반뿐만 아니라 세분화된 분석과 진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도 “교회현장이 갖고 있는 어떻게 수면 위로 끌어올릴 수있을지”에 대해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변화에 계속적으로 주목할 것

대담회를 마치고 NCCK 강석훈 국장은 기자에게 “NCCK, 특히 신학위 <사건과 신학> 위원들은 코로나 이후 문명사적 전환 상황에서의 교회와 신앙의 의미에 대하여 논의를 이어가는 한편 한국교회, 특히 수많은 중소형교회들이 처한 현실과 그 대처방안에 대하여서도 논의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러한 대담회나 토론회를 통해 산출되는 <사건과신학>의 결과물들은 올해 가을 무렵 도서로 발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교계와 언론의 관심을 요청했다.

▲ 신학대담회 두 발제가 마친 후 참석자들의 활발한 토론이 이어졌다. ⓒ유금문

유금문  1234asdlk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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