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긴급재난지원금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지면서 기본소득에 관한 관심 역시 더욱 높아졌다. 한국 NCCK 신학위원회가 주관하고 기독교대한복음교회총회, 기본소득 한국네트워크가 공동주최하는 “기본소득의 실현, 가능한가? - 소비자본주의 사회와 기본소득의 잠재성” 이야기마당이 5월 8일 한국 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개최됐다.

사회를 맡은 NCCK 박찬웅 신학위원회 위원장은 “자본주의가 새로운 패러다임에서도 과연 유효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마당을 시작했다. “기본소득이 인간해방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라는 NCCK 신학위원회의 질문에 대해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승윤 교수, 더불어시민당 용혜인 당선인,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류보선 교수가 응답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이승윤 교수 ‘복지국가의 패러다임 수준 개혁 필요’

▲ 중앙대 이승윤 교수는 발제를 통해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른 불안정한 고용형태를 고려, 복지국가 개념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금문

‘기본소득이 주는 고민’이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시작한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승윤 교수는 불안정 노동자의 문제들을 사례로 들며 ‘변화하는 노동’이라는 상황에서 대안적 분배제도, 소득보장제도를 강조했다. 이전의 복지제도가 변화하는 노동에 발맞춰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계속해서 이 교수는 한국사회 산업구조가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표준적 고용형태라는 것이 변화되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불안정한 고용형태는 기업이 핵심기술, 핵심 업무가 아닌 것을 외주화를 통해서 ‘일자리 털기’를 해 하청 노동시장을 확대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자리 털기’로 인해 생성된 고용관계가 모호하고, 평가자가 다수화되고, 쉼과 일의 경계, 비생산적 시간과 생산적 시간이 모호한 ‘액화노동’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바뀐 일의 형태와 제도가 부정합한 모습은 ‘표준적 고용관계’를 기반으로 형성된 기존의 복지국가에 큰 함의라고 강조했다.

이어 위와 같은 제도적 부정합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에 대한 미시적 개혁이 아닌 패러다임 수준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지국가는 연대와 공동체를 회복하고 불평등 문제를 해소할 수 있어야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서 기존의 복지국가는 부정합하고 지체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승윤 교수는 이러한 ‘패러다임 수준의 개혁’에서 기본소득이 인간해방에 기여할 수 있는가에 대해선 ‘세모’라고 답했다.

▲ 사회정의의 실현, ▲ 정치정의의 실현, ▲ 지속가능한 녹색사회 등 세 가지의 인간해방을 위한 지향점을 생각할 때 상품화된 노동이 아닌 의미가 바뀐 다른 노동의 관점이라는 점에서 기본소득은 ‘다중활동을 하는 인간 본연의 모습 찾기’라는 의미에서 충분히 고려가 가능한 정책이라고 답하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용혜인, ‘4차 산업혁명 위기, 코로나19라는 재난에서 본 기본소득의 가능성’

▲ 용혜인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변화에 따른 노동문제는 정치적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금문

두 번째로 발제를 맡은 더불어시민당 용혜인 당선인은 인공지능과 기술발전으로 인한 4차 산업혁명 속에서 기본소득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예시로 페이스북을 들었는데, “시가총액 5대 기업인 페이스북은 12만 명의 노동자를 직고용하는 반면 50년 전 가장 중요한 회사였던 GM은 60만 명을 직고용하고 있었고, 페이스북이 왓츠앱을 190억 달러에 인수할 때 왓츠앱은 55명의 노동자를, 인스타그램을 10억 달러에 인수할 때 인스타그램은 13명의 노동자만을 고용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변화에서 ‘일해야 먹고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먹고 사는가 하는 질문이 중요한데, 그 해답은 정치에 있다고 주장했다. 일자리 자체가 줄고 고용하지 않아도 가치가 생산되는 상황에서 완전고용을 전제로 하는 복지국가는 지속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복지국가가 작동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는 답을 찾는 게 정치의 역할이라면서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인공지능과 기술의 발전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기술발전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강요되어왔던 노동에서 해방의 가능성을 포착하여 다중활동을 하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찾는 조건으로서 기본소득의 중요성”을 강변했다.

추가로 코로나19 재난은 경제사회구조의 변곡점이 될 것이며, 이러한 위기는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코로나19에 맞춘 사회적, 경제적 변화가 있을 것인데, ‘비대면 비접촉’이 중요해지면서 ‘디지털 경제’가 가속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고 ‘비대면 비접촉 디지털 전환’이라는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가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해법으로서 기본소득이 실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류보선 교수 ‘적정 정치경제학의 기본소득’

▲ 군산대 류보선 교수는 가난병에 쫓기는 현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한 대안은 기본소득이라고 주장했다. ⓒ유금문

마지막으로 군산대 류보선 교수는 ‘기본소득의 잠재성’이라는 제목으로 기본소득의 전망에 대한 발제를 맡았다. 류보선 교수는 ‘기생충’, ‘일의 기쁨과 슬픔’, ‘미안해요 리키’, ‘너머’ 등의 문학작품을 인용하며 현 사회의 불평등으로 인한 혐오와 경쟁 그리고 ‘가난병’을 지적하면서 동시에 냉소적이고 계산적 주체인 현대인을 조명했다.

류보선 교수는 위와 같은 작품들을 인용하며 “우리 사회가 극도의 ‘위험사회’, ‘피로사회’, ‘불안사회’, 그리고 급기야 ‘재난적 상황’으로 치닫고 있음을 느끼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은 거의 대부분의 인간 존재들을 무의미하고 쓸모없는 실존으로 격하시킬 가능성이 크”고, “이 재난적 상황을 향해 치닫고 있는 역사적 필연성을 거슬려 해동하는 결단”으로서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어 정혜신 박사의 『당신이 옳다』라는 책에서 누군가의 고통을 짚어내어 수많은 사람을 한순간에 구원하는 적정한 기술을 의미하는 ‘적정심리학’을 인용했다. “극단의 ‘가난병’에 쫓기는 현대 사회의 사회적 문제를 간단하고 파격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이 중요한데, 인류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에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는 대안으로서 기본소득이 곧 ‘적정한 정치경제학’임”을 강조했다.

발제에 이어 진행된 발제자들은 청중들과의 질의응답을 가지고 이야기마당을 마무리했다. NCCK는 향후 기본소득을 중점으로 다루는 특별위원회를 다른 교단들과 함께 제안할 것이며, 작년부터 쌓아놓은 논문과 글들을 묶어 단행본으로 내놓을 계획을 밝혔다. 또한 오늘의 논의는 산건과 신학 뉴스레터를 통해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금문  1234asdlk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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