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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향한 입구”살며 묵상하며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 승인 2020.05.11 16:32
나아마 사람 소발이 욥에게 대답하였다. 네가 하는 헛소리를 듣고서, 어느 누가 잠잠할 수 있겠느냐? 말이면 다 말인 줄 아느냐? 네가 혼자서 큰소리로 떠든다고 해서, 우리가 대답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너는 네 생각이 옳다고 주장하고 주님 보시기에 네가 흠이 없다고 우기지만 이제 하나님이 입을 여셔서 네게 말씀하시고, 지혜의 비밀을 네게 드러내어 주시기를 바란다.(욥기11:1~6a/새번역)

소발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처절한 절망 가운데 쓰러진 욥에게 채찍질을 더 하는 것은 분명 아니었을 것입니다. 오히려 친구의 절망에 함께 아파하며 바른 길로 이끌어 주고 싶었겠죠. 하지만 그는 의도와 달리 친구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친구의 분노에 기름을 붙습니다. 왜 원치 않는 방향으로 치닫게 되는 것일까요. 그 이유를 생각해보게 하는 이야기를 기억합니다.

저희 가족들은 장난기가 많은 편입니다.
어느 날 제가 외출하자마자 대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습니다.
어머니: “누구세요?” 그러자 문밖에서, “택배요.”
저희 집 대문은 밖이 보지 않는 철문인데 어머니는 제가 장난치는 줄 아셨나봅니다. 전에도 종종 목소리를 깔고 어머님 성함을 부르면서 택배아저씨 인척 하곤 했었거든요.
어머니: “웃기시네.”
택배아저씨: “택배입니다.”
어머니: “택배 좋아하네.”
택배 아저씨: “아이 택배라구요.”
어머니: “나는 엄마라구요.”
당황한 아저씨는 저희 어머니 성함을 불렀습니다.
택배 아저씨: “장금자씨 아이, 택배 왔습니다.”
어머니: “아이고 훌륭하십니다. 장난 그만 쳐! 한번만 더 그러면 안 열어준다.”
어머니가 청소중이라 장난을 받아주실 상황이 아니었나 봐요.
택배 아저씨: “아이 진짜 택배입니다.  문 좀 열어주세요.”
어머니 : “너 들어올 생각하지마. 거기서 반성하고 그때 엄마를 찾아. 알겠어?”
어머니는 계속 제가 장난친다고 생각하셔서 화가 나셨나 봐요. 택배아저씨는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물건을 얼른 주고 가야하는데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가, 어떻게 된 건지 한참 고민하는 듯 했습니다. 잠시 후 택배 아저씨가 말했습니다.
택배 아저씨: “엄마 죄송해요. 문 열어주세요.”
어머니: “진작 그럴 것이지. 네가 누군데?”
택배 아저씨: “엄마 아들”
어머니는 그제야 제가 반성하는 줄 알고 문을 열어주셨고, 아들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있어서 아주 섬뜩섬뜩하셨답니다.
- 컬투쇼 사연, 김선규

잠긴 문을 열려면 열쇠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마음의 문에는 열쇠도 손잡이도 없습니다. 오직 상대방이 열어주어야만 열립니다. 누군가의 마음 문이 열리기를 바란다면, 결국 한 가지 길 밖에 없습니다. 그 사람이 열고 싶은 마음을 깨닫게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려면 그 사람의 마음에서 생각하고 느껴야 합니다. 자신의 생각에선 이해되지 않고 틀린 것처럼 보여도 그 사람의 마음을 그대로 인정하고 느끼며 다가가야 합니다.

욥의 친구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소발은 자신의 판단과 관점에서 출발해서 욥의 마음을 두드렸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욥을 더 아프게 하고 더 방어적이게 몰아세우고 있습니다.

ⓒPinterest/Anonymous

이승하 시인은 “늘 떠나는 그대-혜초의 길9”에서 정반대의 길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마을을 떠나야 마을에 이를 수 있고
사람을 떠나야 사람과 만날 수 있지.
오늘도 길에서 나는
문 밖이 집인 사람을 만나고 싶다.

누군가와 진심을 나누며 그 사람을 깊이 만나고 싶다면, 떠나야 합니다. 마음 열어 진심을 나누며 서로에게 힘과 위로가 되고 싶다면, 떠나야 합니다. 내가 생각하고 판단하는 그 사람의 모습으로부터, 내가 생각하고 결론 내린 정답으로부터 떠나야 합니다. 내가 살아가는 생각의 세계로부터 떠나야 합니다.

하나님을, 진리를, 구원을 만나고 싶어도 역시 떠나야 합니다. 내가 기대하는 하나님, 집착하는 안정과 구원으로부터 떠나야 합니다. 새로운 지평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백 척 높이의 장대에서 한 걸음을 내딛을 때 진리가 드러나듯, 자신이 선 그 자리에서 떠나는 그 한 걸음에 진리가 담겨 있습니다.

“하나님으로부터 벗어나는 출구는
그분께로 들어가는 입구다.“
- 마이스터 엑카르트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devi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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