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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인리』발 대정전, 실재할 확률 100%의 재난이자 인재[인터뷰] 경제학자 우석훈의 두 번째 소설
이정훈 | 승인 2020.05.13 17:44
“존경하는 서울 시민 여러분, 우리는 전례 없는 전계통 정전이라는 국가적 비상 위기를 지나는 중입니다. 다행히 어제 새벽부터 서울 전역에는 현재 이상 없이 전기가 회복되었고, 도시 기능도 자족 구조라는 한계는 있지만 대중교통 정상화 등 점차 회복되어 가는 중입니다. 그렇지만 오늘 오후 2시부터, 우리는 최대 위기를 맞게 되었습니다. 시민 여러분의 적극적 협조 없이는 다시 오후 2시 이후로 다섯 시간 가량의 한시적 정전 혹은 지역별 순환정전을 맞게 됩니다.”
- 우석훈, 『당인리: 대정전 후 두 시간』(서울: 해피북스투유, 2020), 353.

‘우석훈’. 이 이름 석자를 못 들어본 사람은 있어도 『88원 세대』라는 책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우스갯소리이지만 저자보다 책이 더 유명한 하나의 사건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경제학자로서 때론 사회학자로서 그의 글은 늘 권력의 심장부를 겨누어 왔다. 그게 때로는 극우 진영의 무기로 사용되어 아연실색할 때도 있었지만 이것이 그의 글과 말을 닫게 하지는 못했다. 그는 여전히 담론 투쟁 중이다.

왜 당인리 발 대정전인가

이런 우석훈 박사가 또 한 권의 소설을 펴냈다. 『모피아』라는 소설에 이어 두 번째 책인 『당인리: 대정전 후 두 시간』(해피북스투유, 2020)이다. 우 박사 스스로가 SNS에 이 책의 출판을 알렸을 때, 기자는 “제목이 왜 저래?” 할만큼 이 책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에너지 분야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까막눈이었다.

먼저 소위 당인리 발전소는 1930년 준공된 한국 최초의 화력발전소이다. 1969년 ‘서울화력발전소’로 이름을 변경했으며 80년이 넘도록 서울시의 전력 공급을 책임져왔다. 이 소설이 상상하고 있는 것처럼 당인리 발전소가 멈춘다면 그야말로 서울은 ‘블랙 아웃’이 실현된다.

또한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했던가.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전염병 대유행이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상황에서 재난이자 인재를 다룬 기이한 소설이 출판된 것이다. 왜 이런 소설이 필요했을까?

저자 우석훈 박사는 약간은 속된 말로 소설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발생할 확률 100%의 재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 구조에서는 언젠간 반드시 일어날 일이라고 확신했다. 이러한 확신은 “너무 많은 것을 중앙에 걸어두고 있다”는 점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의 두 번째 소설, 『당안리: 대정전 후 두 시간』(해피북스투유, 2020)이 출판되어 재난과 인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것을 독려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의 줄거리는 언제부턴가 회자되고 있는 국난극복의 DNA를 가진 민족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시민들의 노력이 펼쳐지는 소설이다. 이에 대해 우 박사는 “중앙급전소라는 게 있는지 아는 정치인을 본 적이 거의 없고, 그걸 누가 관리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라는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실제 ‘당인리’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로 대표되는 시민들은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지만, 더 잘, 안전하게 그리고 문제가 있다면 대안을 찾아야 하는 정치권은 관심이 없다는 한탄이었다.

재난을 틈타 잇속 쟁기는 자본주의

우 박사는 또한 『당인리』 소설이 함의 하고 있는 ‘재난 자본주의’와 코로나 사태 속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까지 않았다.

자본주의의 속성이 원래 그렇습니다. 큰 전쟁이나 재난이 생기면 그걸 계기로 더 좋아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그냥 부자들이나 권력자들이 자기들 하고 싶은 거 합니다. 설마 코로나 19로 세상이 정지한 듯이 돌아가는 와중에 자기가 국장시절에 했다가 결국 촛불집회로 정지된 원격의료를 부총리가 뉴딜 사업이라고 들고 나올 걸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미국이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완전 남부지역이 난리가 났을 때, 친 시장 정책을 대대적으로 밀었던 것, 우리도 그냥 그렇게 하는 거지요. “세상은 어지간해서는 좋아지지 않는다”, 당인리에서 2장 제목으로 썼던 문장입니다. 딱 그렇습니다.

마지막으로 우 박사에게 이미 태양에너지 보급으로 눈을 돌리고 녹색을 강조하고 있는 교회에게 건네고 싶은 말을 부탁했다.

문화적 풍성함과 다양성에 대한 노력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밖에서 지켜보는 큰 교회들은 경제적 풍성함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미래가 결국은 문화의 다양성을 통해서 많은 것을 해결하는 사회로 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것, 그런 시대를 저희가 살아있는 동안에 좀 바꿀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재난을 준비하라

한 해 소설이라는 장르의 책을 한 권, 두 권 읽는 것이 고작인 기자에게 날라든 이 소설은 “왜 이렇게 재밌지?” 하는 감탄사를 자아내게 했다. 하지만 소설이 아니라 우 박사의 말처럼 어쩌면 필연적으로 닥쳐올지 모를 재난이기에 뭔가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묘한 마음가짐을 가지게 했다. 읽어서 나쁠 책은 없다고 했는데, 안 읽으면 후회될 책이 아닌가 싶다.

다음은 우석훈 박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소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유명인사이십니다. 그럼에도 교회에 속한 분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참 자신의 SNS에 자녀들과 티격태격 하는 부분을 많이 올리시는데 이 부분도 곁들어 소개 부탁드립니다.(웃음)

사람들은 웃겠지만, 제 손으로 대통령, 국회의장, 총리 다 만들어봤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갑니다. 야당 시절, 문재인 아직 당대표되기 전부터 당대표 끝날 때까지, 민주당 지지율 15% 시절에 같이 했습니다. 당대표 출마도 못하고 정치 진로를 고민하던 시절의 정세균과 같이 경제 고민을 하면서 몇 년을 보내고, 결국 그가 국회의장도 되고 총리도 되었습니다 .살아서 더 볼 큰 영광을 보는 것도 이제는 의미 없을 것 같습니다. 둘째가 폐렴으로 아프던 시절, 아내가 결국 퇴사를 했습니다. 저도 애들 같이 보기 시작하면서, 둘째도 아프지 않게 되었고, 아내도 재취업을 했습니다. 은퇴한 사람의 마음으로, 조용하게 글이나 좀 쓰면서 여생을 살아갈까 합니다.

▲ 경제학자이자 사회과학자이십니다. 그런데 벌써 소설만 두 번째 작품이다. 왜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셨습니까?

큰 결정적인 동기는 없습니다. 사회과학 책에서는 수치 해석이나 사실 인지에 실수할 수는 있어도 일부러 왜곡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해도 큰 일 나구요. 소설은 그보다는 좀 편안하고 자유롭습니다. 모티브와 설정은 가능하면 과학적이고 있는 그대로 하지만, 그 안에서 마음껏 얘기들을 전개할 수 있습니다. 경제학책은 숨 죽이고 책을 쓴다면, 소설은 크게 심호흡을 하면서 쓴다고 할까요? 그 자유로운 해방감이 좋습니다.

▲ 강당과 국가 행정을 두르거치며 한국 사회의 모순을 직접 경험했다는 우석훈 박사. 둘째 아이가 얻은 병으로 인해 은퇴 아닌 은퇴 생활을 하며 책을 출판하고 있다. 명령하고 싶지만 까칠하다고 자신을 소개한 저자 우석훈.

▲ 두 번째 소설이니만큼 전작에 비해 발전한 점이 있다면 어떤 부분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으신가요?

시간이 흐르고, 저도 영화 등 많은 작업들을 같이 하다 보니까, 고치는 실력이 확실히 좀 는 것 같습니다. <모피아> 때는 뭔가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뭘 고쳐야 할지, 어떻게 고쳐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번에는 좀 이상하다 싶거나, 뭔가 부족하다 싶으면 읽어주는 사람들이 납득할 때까지 고치고 또 고쳤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밸런스'라는 개념을 조금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여주인공이 약하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과하게 맹활약을 하게 되면 다른 인물들이 죽습니다. 그렇게 인물과 설정 사이에 밸런스라는 게 뭔지, 조금 느낌이 옵니다.

▲ 재미있었다. 정말 궁금한 점은 하고 많은 재난 중에 왜 하필 대정전이었습니까?

확률은 매우 낮아도 반드시 생길 재난 확률 100%인 사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의 구조에서는 언젠가는 반드시 옵니다. 그게 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 지금 해야 할 일들이 뭔지도 너무 분명하구요. 상상 같지만 상상이 아닌 일, 그 기준에 딱 맞았던 소재였습니다.

▲ 에너지관리공단에서도 실제로 근무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소설이, 소설이 아니라 실재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한국의 전력공급망이 심각한가요?

너무 많은 것을 중앙에 걸어두고 있는데, 또 정말로 아무 관심도 없는 분야가 되어버렸습니다. 전력거래소가 나주로 이사간 후, 거의 신경 쓰지 않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소설의 설정에 일부의 허구와 일부의 팩트가 뒤섞여 있는데, 전력거래소 관련된 기술적 설정은 있는 그대로입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헤르츠도 두 개고, 지역별로 별도 관리하고 있습니다. 전부 문제가 될 수가 없는 구조입니다. 우리는 좀 다릅니다. 지금 모습이 관리하기는 편하지만 동시에 위험도 같이 높아지는 구조죠.

▲ 해결해 가는 과정이 속된 말로 눈물겹습니다. 늘 그렇지만 국난극복의 DNA를 가진 민족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시민들의 노력이 펼쳐집니다. 하지만 이 소설이 결국 정조준 하고 있는 것은 권력의 무능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에너지관리공단에서 경험했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그렇게 무능력하고 대비책이 없다고 보시는가요?

DJ는 에너지에 아주 관심이 많았고, 역설적이지만 전두환은 더 많았습니다. 박정희가 두 차례에 걸친 석유파동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결국 정권에 위기가 오고, 총 맞는 상황이 오는 것을 정말 가까이에서 본 사람이라서 그럴지도 모르지요. 지금은 그냥 그건 한전에서 알아서 하는 것이라고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굳이 비유를 들자면 메르스 이전에 방역에 별 관심 없던 박근혜 정권 상황과 유사하다고 할까요? 중앙급전소라는 게 있는지 아는 정치인을 본 적이 거의 없고, 그걸 누가 관리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메르스 때 우리가 딱 이랬죠.

▲ 책을 통해 대안도 말씀하셨지만 다시 한번 한국전력공급망이 제대로 구축되기 위해 필요한 대안을 이야기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기술에 대한 대안과 최적화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합니다. '까막눈'들이 돌아가면서 '대가리에 앉아서 힘 쓰는 한, 전계통 정전은 반드시 옵니다.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 즉 로컬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것처럼 전기도 로컬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안정성이 높아집니다. 다른 모든 것은 로컬로 돈과 권한을 보내는 중인데, 전기는 이런 논의가 한 번도 없었죠. 그만큼 큰 위험을 지금 감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또한 속칭 ‘모피아’를 겨누었다는 말이 들립니다. 많이 회자되는 말이지만 이 단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이 모피아라는 집단이 정리 가능할까요?

모피아는 원래는 EPB라고 불리는 경제기획원에서 재무부 견제하느라고 만든 말입니다. 시민단체나 재야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 경제 관료들 사이에서 씌었던 말입니다. 지금은 이 집단이 재정과 경제계획 그리고 예산은 물론이고 공기업까지 전부 다 통제할 무소불위의 기관이 되었습니다. 참여 정부 때까지만 해도 시민단체가 좀 견제를 했었는데, 지금은 시민단체도 거의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MB 때 했던, 경제 업무와 기획예산처의 예산 업무만이라도 좀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예산도 짜고 집행도 하는 지금의 구조는 대통령 아니면 제어할 수가 없습니다. 대통령이 무슨 신도 아니고 말입니다. 방법 없죠.

▲ 당인리 발전소는 1930년 준공된 한국 최초의 화력발전소이다. 1969년 ‘서울화력발전소’로 이름을 변경했으며 80년이 넘도록 서울시의 전력 공급을 책임져왔다.

▲ 얼마 전부터 해외 언론들에서도 등장하고 박사님께서 SNS에 쓰기도 했는데, ‘재난 자본주의’에 대한 글들이 많이 보입니다. 의도하셨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연장선에서 읽히기도 합니다. 어떤가요?

자본주의의 속성이 원래 그렇습니다. 큰 전쟁이나 재난이 생기면 그걸 계기로 더 좋아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그냥 부자들이나 권력자들이 자기들 하고 싶은 거 합니다. 설마 코로나 19로 세상이 정지한 듯이 돌아가는 와중에 자기가 국장시절에 했다가 결국 촛불집회로 정지된 원격의료를 부총리가 뉴딜 사업이라고 들고나올 걸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미국이 허리케인 캐트리나로 완전 남부지역이 난리가 났을 때, 친 시장 정책을 대대적으로 밀었던 것, 우리도 그냥 그렇게 하는 거지요. "세상은 어지간해서는 좋아지지 않는다", 당인리에서 2장 제목으로 썼던 문장입니다. 딱 그렇습니다.

▲ 이미 기독교계에서도 태양에너지 사업으로 눈을 돌렸고 공급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습니다. 교회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씀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문화적 풍성함과 다양성에 대한 노력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밖에서 지켜보는 큰 교회들은 경제적 풍성함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미래가 결국은 문화의 다양성을 통해서 많은 것을 해결하는 사회로 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것, 그런 시대를 저희가 살아있는 동안에 좀 바꿀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마지막으로 이 질문은 사심 가득한 질문입니다. 아직도 박사님과 관련해 기억하고 있는 것은 강연을 듣고 나와 책에 저자 사인을 부탁드렸을 때 써 주신 글귀입니다. “우리는 결코 지는 법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돌아서서 도대체 무슨 뜻일까 고민하기도 했었습니다. 뜻을 밝혀주시면 좋겠습니다.(웃음)

인생의 절친으로 ‘이재영’이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노동운동하고 진보정치 운동 하느라 늘 가난했는데, 하루는 둘 다 돈이 없었습니다. 혹시 얼마 전에 노조에서 강연한 돈이 들어왔을지도 모른다고 은행에 갔다가 나오면서 이 친구가 “우리는 지는 법이 없지!”, 환하게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 돈으로 송파호수 근처에서 소주 마셨는데, 그 술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던 술 같습니다. 그 친구가 2012년에 암으로 먼저 떠났습니다. 힘들어도 너무 기분 좋았던 순간을 잊지 않고 살아가고 싶습니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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