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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코로나 시대의 장애인
사라 울리히/강민호 | 승인 2020.05.22 17:43

아네트 뷘클러(Anette Winkler)는 이번 8월에 기념일 하나를 챙길 작정이었다. 2010년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만의 아파트에 살게 되었고, 이번 8월은 10주년이 되는 달이다. 그것은 자립생활이라는 그녀의 꿈을 이룬 사건이었다. 뷘클러의 집은 시내에서 몇 분 거리인 라이프치히 중앙에 위치해 있다. 큰 발코니가 있는 새집들에 둘러싸인, 작지만 깔끔한 공원은 도시의 번잡함을 잊게 해준다.

그녀는 2층에 사는데, 엘리베이터로 그녀의 투룸 아파트로 이동할 수 있고, 이런 화창한 아침에는 거기서 아침을 먹기도 한다. 텔레비전 위의 라디오에서는 유행이 지난 노래가 흘러나오고, 주황색 커튼이 큰창 앞쪽에서부터 동향의 발코니까지 둘러져 있다. 그녀는 아침마다 그 발코니에서 햇볕을 쬐곤 한다.

식탁 위에는 온갖 꽃들이 꽂힌 노란 화병과 부활절 달걀, DVD들이 있고 선반에는 가족사진이 있다. 아기자기한 것들이 많은 아늑한 집이다. 이 집은 장애인이 사용하기에 편리하게 되어 있다. 크고 낮은 욕조와 밝은 주방은 그녀가 전동휠체어로 이동하기에 전혀 문제가 없다. 침실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사슴, 올빼미, 토끼, 당나귀 등의 동물인형이 놓인 침대가 있다. 가장 보들보들한 미어캣 인형은 새로 산 것이라고 한다. 그녀는 동물을 좋아해서 근처의 동물원에 가는 것을 즐긴다.

사회적 접촉은 최소한으로

지난 몇 주 동안은 동물원이 폐쇄되었기 때문에 가지 못했다. 그녀는 코로나에 감염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제한적인 몇몇 활동만이 가능하다. 그녀는 뇌병변장애를 가진 53세 여성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뇌손상이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근육은 긴장상태에 놓여있고 종종 경련을 일으킨다. 그녀는 코로나 위험군에 속하는 것이다.

이런 현재의 상황 때문에 뷘클러는 친구들과 더 이상 만나지도 못하고, 장애인작업장에 가지도 못한 채 집에만 있어야한다. 뷘클러는 그동안 그녀의 장애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일상적인 결정들(기상시간, 산책코스, 저녁메뉴 등)에 있어 주체적인 삶을 꾸려왔는데 이제는 이 중 일부들을 포기해야만 한다.

▲ 그녀의 새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아네트 뷘클러 ⓒ사라 울리히

이전에 그녀의 삶은 지금과는 달랐다. 이 아파트로 들어오기 전에는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살았는데, 그때는 저녁은 6시에 먹는다든지 하는 식의 하루일과가 엄격하게 정해져 있었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행복하다. 그녀가 원하는 때에 쇼핑을 가거나 식사를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것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뷘클러에게는 자립생활로 나가는 중요한 한 걸음이었다.

짧은 머리에 은색 귀걸이를 하고 빨강색 후드를 입은 뷘클러는 천성이 쾌활해서 잘 웃고, 자신의 경험에 대해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녀는 일년에 한번 컴퓨터로 소식지를 만든다. 최근에 그녀는 새컴퓨터를 샀는데 특수장치를 사용하여 글자를 입력할 수 있다. 이번 소식지에는 영화관에 갔던 이야기와 그녀가 재미있게 읽은 전자책과 오디오북, 그리고 그녀의 범죄소설 베스트 목록 등이 들어간다. 그리고 장애인작업장에서 연하장을 만드는 그녀의 일에 대해서도 쓴다. 도르트문트와 라인강으로의 나들이, 수영장, 그리고 마틴루터 교회에서의 오르간 콘서트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하이라이트는 작년에 부모님과 함께 갔던 노르웨이의 피요르드 크루즈 여행이다.  

“장애인활동보조인이 코로나에 걸리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죠?”
- 아네트 뷘클러, 신체장애인

11년전 아네트 뷘클러가 자신의 아파트를 신청했을 때, 많은 난관이 있었다. 첫 번째 신청은 거부되었고, 그녀는 이의를 제기했다. 한 회의에서 그녀는 왜 혼자 살려고 하는지, 그리고 그녀가 혼자 살게 되었을 때 필요한 24시간 간병과 활동보조서비스의 비용이 정당한지 변호해야만 했다. 왜 자립해서 살고 싶은지에 대해서 설명해야하는 현실이 불합리하게 느껴진다.

▲ 라울 크라우트하우젠은 독일윤리위원회의 중환자실배분 권고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안나 슈핀델른트라이어

루이자 문트는 뷘클러의 활동보조인 중 한 명이다. 아침 식사 후에 둘은 발코니에서 이야기 꽃을 피운다. 땅에 기는 개미, 오늘의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코로나에 대해서도. “활동보조인들이 코로나에 걸리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죠?”하고 뷘클러는 묻는다. 하지만 그녀도 답은 모른다. 지금까지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는 간병서비스 계획이나 발병 시에 대한 규정이 따로 없다. “운 좋게 잘 빠져나갈 수도 있겠죠.”라고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사실 그녀는 바이러스 자체가 무섭지는 않다. 오히려 병원에 가게 되는 일이 걱정이다. 왜냐하면 장애인을 위한 특별병동이나 적합한 간호절차 등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의료자원이 충분한지에 대한 우려는 코로나 사태 초기에 가장 심했다. 이탈리아의 중환자실에서 방역마스크와 소독제가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았고, 인공호흡기의 수도 워낙 적어서 의료장비가 부족하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겨졌다. 최악의 경우에는 병상과 인공호흡기가 부족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경우가 되면 의사들이 환자선별(Triage)에 따라 누가 살고 누가 죽을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환자선별에 대한 공포

선별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Triage’는 부상의 정도에 따라 환자를 분류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응급실에서의 실천 수칙인 이 ‘환자선별’이라는 개념은 코로나 시대인 지금에서는 윤리적 딜레마에 빠졌다. 만약 사태가 심각해져서 중환자실이 부족해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누가 환자의 삶과 죽음을 결정할 것인가?

이런 윤리적 딜레마에 대한 책임을 의료진에게 전가하는 것을 막기위해, 독일윤리위원회는 3월 말에 이에 대한 권고사항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지침은 의사결정의 원칙을 설명하고 우선순위에 대한 기준을 제공한다.

코로나 사태 하의 장애인

통계: 2017년 독일통계청의 최신자료에 의하면 독일의 중증장애인은 약 760만 명이다. 이는 전체인구의 9.4%이며 증가추세에 있다. 341만 명이 돌봄이 필요한 상태이고, 그 중 3/4 은 집에서 가족이 돌보거나 혼자 생활하고 있다. 80만명 이상이 요양원에서 입원상태로 돌보아지고 있다.

위험군: 코로나 사태 하에서 특히 이 계층의 사람들이 위험에 처해있다. 로버트 코흐 연구소에 따르면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의 1/3 이 요양원 입원자들이었고, 노인들이 다수였다. 요양원의 많은 직원들은 지원부족, 과다업무, 부족한 방역장비 등에 대해서 불평한다.

소외: 입술을 읽어 의사소통을 해야하는 청각장애인들에게 마스크의무착용은 어려운 일이다. Lebenshilfe와 같은 단체는 코로나에 대한 정보에 더욱 쉬운 언어로 접근할 수 있도록 장벽을 없애는 일을 하고 있다. 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활동하는 거의 모든 단체들은 코로나 사태에서 장애인들이 소외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 기준에 의하면, 현재의 환자상태나 의지 외에도 기저질환이나 평소의 건강정도 등도 고려의 대상이 된다. 누구에게 먼저 인공호흡기를 사용해야하는지에 대해 13페이지에 걸쳐 나와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인공호흡기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는 희박해진다.

라울 크라우트하우젠(Raul Krauthausen)은 이런 권고사항에 대해 비판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건강한 사람과 아픈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문제가 많으며, 이미 지나간 유산이라고만 생각했던 이전 시대를 떠올리게 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39세의 활동가이며 그 자신도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다. 그는 2004년에 ‘사회적 주인공(Sozialhelden)’이라는 비영리단체를 설립했는데, 사람들이나 기업들로 하여금 장애인 또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의 대상그룹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인공호흡기를 누구에게 씌워야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 앞에서 의료진들은 장애인들에게 불리한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크라우트하우젠은 말한다. 그는 이 권고사항이 장애인인 이해당사자 없이 결정되었다고 비판한다.

코로나 사태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장애인 거주시설에 있는 이들이다. 크라우트하우젠은 이런 시설에서 사는 사람들의 두려움과 불안이 특히 클 것이라고 한다. 한편으로는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밀집되어 있어 감염의 위험이 큰데다가 다른 한편으로는 방호복 등의 장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모든 치료가 중단되었다

시골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 역시 어려운 상황이다. 다니엘라 핀케(Daniela Finke)의 딸 같은 경우가 그렇다. 29세인 핀케는 숲과 바다 동물로 둘러싸인 북해의 작은 시골의 외딴 주택에서 남편, 그리고 3명의 자녀와 같이 살고 있다. 다섯 살인 그녀의 딸은 장애를 가지고 있다: 뇌의 아래쪽 부분에 문제가 있는 것인데, 아놀드 키아리 증후군(Arnold-Chiari-Malformation)이라 불리는 병이다.

다니엘라 핀케는 통화에서, 외출제한조치 이후에 매일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화상인터뷰를 하기에는 그 지역의 인터넷연결이 충분히 안정적이지 못했기 때문에 전화로 인터뷰를 해야 했다. (남편의 재택 근무로 인한 인터넷 사용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부하가 걸린 상태이다.)

코로나 사태는 장애인들을 위한 의료적 지원이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비상상황에서는 아무것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요.”라고 그녀는 말한다. 그녀의 딸은 아놀드 키아리 증후군으로 인해 균형감각부재, 이해력부족, 발달장애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지역에는 그녀의 딸을 다룰 수 있는 의사가 전무하다. 그녀의 딸이 검진을 받기 위해서 핀케는 한시간 반 거리의 함부르크까지 운전해 와야한다. 요즘 같은 코로나 시기에는 더욱 위험한 일이다.

핀케는 활기차고 긍정적이며, 차분하고 객관적으로 말하고, 평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여성이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그녀의 일상을 뒤흔든 혼란에 압도당해 버렸다. 3월 16일 이후로 그녀는 딸에 대해서 전혀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물리치료, 생활상담치료, 교육치료로 이루어진 세 가지 치료단위가 모두 중단되었다. 감염의 위험 때문에 집안에서의 치료사, 활동보조인, 가사도움 등은 더이상 지원되지 않는다.

“이런 비상상황에서는 아무것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요. 제 사비로 네 명의 치료사와 활동보조인 한 명을 쓰는 것은 도저히 감당이 안돼요.” 
- 다니엘라 핀케, 5살 딸에 대한 치료지원을 더 이상 받지 못하는 엄마

핀케의 말에 의하면, 부족한 치료로 인한 딸의 퇴행은 심각하다. 조기지원과 집안에서의 활동보조인이 긴급하게 필요한 상태이다. “제 사비로 네 명의 치료사와 활동보조인 한 명을 쓰는 것은 도저히 감당이 안돼요.”라고 그녀는 말한다. “아침 식사에서부터 이미 도움이 필요해요. 제 딸의 입에 너무 많은 음식물이 들어가면 질식할 수도 있거든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계속해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게다가 그녀는 다른 아이가 둘이나 더 있다. “애기를 재워야 하는데, 큰 딸은 종일 뛰어다니고, 이럴 때는 정말 힘들어요.” 웃고 있는 딸을 배경으로 그녀는 씁쓸히 웃었다.

그래도 그녀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인스타그램에 바다와 숲, 그리고 제방에 있는 그녀와 아이들의 사진을 올린다. 코로나 사태에서 장애인의 삶의 어려움에 대해서 설명하고, 다음과 같은 낙관적인 멘트를 덧붙인다. “때때로 한계까지 다다르지만, 그래도 열까지 천천히 세면서 심호흡 하는 것을 아직 잊지 않았어요. 매우 유명한 방법이죠.”

그녀는 무엇보다도 정치권에서 장애인들에 대한 경청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3월 중순 이후로 그녀는 건강보험, 사회복지과, 사회통합부조 등의 기관에서 아무런 해결책도 받지 못하고 있다. 핀케는 그녀가 자신의 딸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적어도 교육치료사가 집으로 오고, 그녀의 딸이 거리를 두고서라도 치료받을 수 있기를 바랐었다. 아니면 최소한 치료사가 팁이라도 주기를 바랐다. “그래도 자금 지원은 계속 되고 있어요.”라며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완화조치에도 장애인들은 집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운동가 라울 크라우트하우젠은 완화조치가 시작되더라도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에 비해 집에 머무를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그는 위험군에 대한 토론에서 장애인에 대한 낙인이 더 심해지는 것을 목격했다. 이런 논의를 하다보면 장애인들을 ‘문제’나 ‘위험’이라는 말과 연관 짓게 되는 면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운동에서는 ‘위험계층’이라는 말 대신에 ‘취약계층’이라는 말을 사용하자고 한다.

크라우트하우젠은 이런 논쟁에서의 부권주의에 대해서 경고한다: “취약계층의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무엇이 위험하고 무엇이 위험하지 않은지에 대해서 매우 정확하게 알고 있으며, 추가적인 지시들이 필요없다. 만약 취약계층의 결정에 따른다면, 우리는 윈윈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장애인 거주시설과 같은 기관들이 앞으로 체계적으로 논의되고, 장애인들을 위한 대안들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다니엘라 핀케 같은)들을 위한 재정지원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마침내 핀케의 딸은 5월 중순부터 유치원에 몇 시간 정도씩은 갈 수 있게 되었다. “최선은 아니지만 그래도 딸에게 약간은 도움이 됩니다.”라고 핀케는 말한다.

아네트 뷘클러는 오늘 그녀의 활동 보조인과 함께 근처의 공원에서 잠깐 산책을 하기로 했다. 해는 쨍쨍하고, 멀리서나마 몇몇 동물들이 보인다. 더 이상 시설에 살지 않는다는 것이 뷘클러에게는 아주 큰 자유이다. 무엇보다 코로나 사태에서는 비록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스스로 이런저런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그녀는 곧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고, 자립 10주년 기념일을 챙길 수 있기를 바란다.

그녀는 올해의 소식지에 싣게 될 짧은 시를 한 편 골랐다.

‘아름다움에 대한 갈증이
당신에게 넘쳐나기를.
자연의 아름다움,
그리고 사람의 아름다움’

▲ 뇌병변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네트 뷘클러와 그의 활동보조사인 루이자 문트가 함께 산책을 있다. ⓒ사라 울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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