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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학적 위기와 녹색성장 담론의 탄생지구 살림살이를 위한 녹색성장-녹색성장의 생명학적 토대 구축 시도 (1)
이기상 명예교수(한국외대 철학과) | 승인 2020.05.24 17:07

21세기 인류가 부딪히고 있는 최대의 난제는 <생태문제>와 <인구문제>이다. 이것이 <지구온난화> 내지 <기후변화>로 그 실체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 동안 새로운 접근방법, 새로운 해결방법은 발상의 전환, 의식의 전환, 생활방식의 전환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생태학적 위기의 근본 원인

그 중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사상의 하나가 자연에 대한 인간의 태도를 완전히 새롭게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즉 자연에 대한 지금까지의 정복자적인 지배의 태도를 바꾸어 자연과 더불어 함께 살아나가며 함께 진화해나가야 한다는 소위 <공생과 공진화>의 사상이다. 그러기 위해서 인간은 무엇보다도 먼저 자연에 대한 시각, 즉 자연을 보는 눈을 바꾸어야 한다. 자연을 더 이상 대상화시켜 인간이 마음대로 파헤쳐 이익을 극대화해도 되는 에너지 저장창고쯤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마르틴 하이데거, 1993). 자연은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들이 생명의 자양분을 받고 있는 탯줄이며 생명의 텃밭이기 때문이다.

김지하는 현대 인류가 처한 상황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세계는 병들고 삶은 위태롭다. 인간 내면의 도덕적 황폐와 지구 생태계의 전면적 오염, 그 위에 세계 경제의 위기, 테러와 전쟁, 속수무책의 기상 이변, 그보다 더욱더 심각한 전 인류의 깊이 모를 절망과 문명에 대한 회의가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이른바 대혼돈이다.”(김지하, 2005: 167.)

이것은 단순히 극동 아시아 한반도 어느 한 시인의 외로운 탄식이 아니다. 인류가 문명의 위기에 처해 있고, 지구 생태계가 붕괴의 위험에 놓여 있으며 해마다 몇 천 종의 생물체가 지구상에서 사라져 가고 있고, 우리가 마시는 물, 먹는 음식, 숨쉬는 공기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경종은 이미 사반세기 전부터 들어온 보고라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이야기다.

독일의 주목받는 생태철학자 회슬레는 이렇게 말한다.

“생태학적 파멸은 아주 근접한 미래에서 우리를 노리고 있는 숙명적 사건이다. 이러한 파멸을 피하려는 모든 공동의 노력이나 이를 진정시키려는 모든 전략에도 불구하고 생태학적 파멸에 대한 확신은 그 사이 대부분 사람들의 의식에 자리잡게 되었다.”(비토리오 회슬레, 1997: 16/7.)

이러한 생태 위기는 모든 지식인들이 공감하듯이 근대화의 산물이다. 근대화는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체제 그리고 기술과 과학을 축으로 하여 자유, 평등, 인권, 사회정의라는 가치관을 전 세계에 퍼뜨리면서 지구를 ‘하나의 세계’로 만들어 왔다. 근대화는 결국 서구화이며 모든 개발도상국들은 서구 세계를 배워서 따라가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서구 지향적인 태도가 오늘날 생태 파괴의 주된 요인이 될 수 있음을 회슬레는 지적한다. 그는 서구적인 생활수준을 보편화시킨다는 것은 지구를 생태학적으로 완전히 파괴시키지 않고서는 가능하지 않다고 말한다. 지구의 모든 주민들이 제1세계의 주민들처럼 그렇게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쓰레기를 만들어내며, 대기 중에 유해물질을 퍼뜨린다면, 파멸은 이미 오래 전에 시작되었다.

“서구 산업사회의 발전 추세가 우리를 나락으로 추락시키지 않고서는 결코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은 오늘날 더 이상 논쟁의 여지가 없다. … 논쟁의 여지가 남는 것은 기껏해야 이러한 파멸이 언제 닥치는가 하는 시점의 문제 정도이다.”(회슬레, 1997: 31.)

회슬레는 생태학적 위기가 지금까지의 구조틀을 해체시킬 것으로 내다본다. 그는 지금 우리가 새로운 구조틀의 문턱에 서 있다고 말한다. 이제 “경제라는 구조틀은 생태라는 구조틀로 변화될 수밖에 없다”고 확신한다(회슬레, 1997: 43). 그래서 21세기의 제일철학은 <생태학>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생태학은 인간이 살아가는 다양한 자연적인 집들 중에서 공간적으로 가장 큰집인 지구를 조망한다. 지구는 오늘날 자연적이며 문화적인 요소들로 이루어진 분리될 수 없는 통일성을 형성하고 있다”(회슬레, 1997: 22. 글쓴이의 강조). 이 하나뿐인 우리의 삶의 터전을 지구 위의 모든 민족들이 평화롭게 더불어 사는 지구촌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과학과 생태학이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지구 생명위기에 대한 한국인의 대응 - 녹색성장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 나선 미래기획의 대열에 이제 한국도 동참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녹색성장>이라는 화두가 그것이다. 경제성장과 생태보존, 또는 과학기술과 자연환경을 아우르는 해법을 찾는 탈근대의 시대사적 추세에 한국도 같이 머리를 맞대게 된 것이다. 세계는 한국의 참여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이러한 전 지구적 차원의 논의를 이끌어온 것은 언제나 서양이었기 때문이다. 통합의 시대에 동아시아에서 제시하고 있는 대안적 해결책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성장의 한계>와 <경쟁의 한계>라는 서양의 근대적 패러다임이 한계에 봉착하고 있는 이 때 개도국을 거쳐 소위 산업국으로 진입하고 있는 한국에서 내세우고 있는 “국가 성장 패러다임”은 많은 개도국에게 본과 보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는 우리가 제시한 <녹색성장>이라는 화두가 과연 인류가 처한 문명사적 위기를 극복해나갈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77억 인구가 하나뿐인 지구에서 서로서로 그리고 다른 생명체들과 더불어 평화롭게 공존해나가는 탈근대의 패러다임이 될 수 있는 깊이와 너비를 갖추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녹색 성장’이 일시적인 유행으로서 순간적으로 경제적 위기만을 벗어나는 대증요법으로 끝나지 않고 인류가 고대하는 새로운 생활문화의 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보다 근원적이고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이런 큰 시야를 가지고 아래에서 우리는 ‘녹색성장’을 다각도에서 비판적이며 생산적으로 접근해보도록 한다. 먼저 간단하고 개략적으로 지금 제시되고 있는 ‘녹색성장’ 정책의 큰 그림을 살펴본다. 그 다음 ‘녹색성장’이라는 개념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 무엇이 문제가 될 수 있는지 점검해본다. 그런 뒤 탈근대의 패러다임이 되기 위해서 넓혀야 할 ‘녹색성장’ 지평의 밑그림을 개략적으로 그려보이도록 한다.

‘지구생명성장’이라는 의미의 틀 안에서 이해될 수 있는 ‘녹색성장’의 이론적 토대를 생명학에서 찾아본다. 그 다음 그런 이해의 바탕 위에서 지구 살림살이[지구 경제]가 어떻게 이해되고 전개되어 나갈 수 있는지 살펴본다. 끝으로 생명성장으로 이해된 녹색성장이 갖추어야 할 구체적인 모습은 어떤 구조와 요소를 구비해야 하는지 대략적으로 제시해본다.

정책으로서의 “녹색성장”

녹생성장이라는 말이 한국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08년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녹색성장은 자원빈국이자 에너지 다소비국인 우리가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이라고 천명한 때였다. 그 이후 녹색성장은 국가의 발전패러다임으로 모든 분야에서 추진되었다. 국내에서 녹색성장에 대해 논의가 시작된 것은 2005년 3월 서울에서 개최된 <유엔 아·태 환경과 개발 장관회의>에서 한국이 주도해서 제시한 <서울이니셔티브>를 계기로 해서이다.

서울이니셔티브에서는 ‘환경의 지속가능성 제고’, ‘환경 성과 증진’, ‘경제성장 동력으로써 환경역할 강화’를 달성하려는 세 가지 정책목표로 내세우며 <녹색성장>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였다. 그동안 소위 선진국이나 개도국이나 한결같이 경제성장만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면서 경제발전에만 총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로 외형상 많은 성과를 이루었지만 심각한 생태계파괴와 수위를 넘긴 환경오염을 그 대가로 치렀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도입된 ‘녹색성장’은 경제성장으로 인한 생태계파괴와 환경오염을 최대한 감소시키면서 미래세대를 위한 생태환경을 유지함은 물론 경제성장과 사회생활 수준의 향상도 꾸준하게 이어나간다는 착상이다. 2009년 초에 국회에 제출된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안)>에서 설명되고 있는 개념을 가지고 녹색 성장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환경부에서 내놓은 『녹색성장』 책자를 보면 거기에서는 녹색성장(Green Growth)을 “온실가스와 환경오염을 줄이는 지속가능한 성장으로서, 녹색기술 및 청정에너지로 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새로운 개념의 국가발전 패러다임”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두 가지 점이다. 하나는 성장은 성장이되 온실가스와 환경오염을 최소로 줄이는 생태친화적이며 지속가능한 성장임을 강조하는 면이고, 다른 하나는 좀 더 적극적인 차원에서 녹색기술을 개발해서 신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여 보다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든다는 점이다. 두 가지 점이 다 에너지 개발과 사용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개념사용을 위해 국회에 제출된 기본법(안)에서는 <저탄소 녹생성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이제는 녹색성장인데 <저탄소>에 초점이 맞추어진 녹색성장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다르다. 녹색성장 기본법(안)은 총 7장 64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녹색경제, 녹색산업, 녹색경영, 녹색기술, 녹색정보통신기술, 녹색금융, 환경친화적 세제운영, 녹색일자리, 기후변화대응 및 에너지정책, 원자력산업육성, 지속가능한 물관리, 녹색교통체제구축, 녹색건축물, 친환경농림수산의 촉진, 녹색생활, 교육·홍보, 지속가능발전 등 모든 분야를 다 망라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러한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을 아래와 같이 풀이하였다(삼성경제연구소, 2008: 1).

“저탄소화 및 녹색산업화에 기반을 두고 경제성장력을 배가시키는 새로운 성장 개념인 녹색성장이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저탄소화는 경제활동에서 발생하는 CO2 배출량을 감축시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이고(수비적 녹색화), 녹색산업화는 녹색기술, 환경친화적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신시장을 창출함으로써 경제성장력의 원동력으로 삼는 것(공격적 녹색화)을 의미한다. 녹색성장의 부상배경으로 미국과 개도국 등에도 CO2 감축을 강제하는 기후변화 관련 규제논의의 본격화, 에너지원 고갈에 대한 우려와 국제에너지가격 급등, 그리고 녹색시장의 성장세 확대 등을 들 수 있다.”

이기상 명예교수(한국외대 철학과)  saemom@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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