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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로 홍콩의 문제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어려워져 가는 홍콩 사태를 바라보며
손영익 박사 | 승인 2020.05.27 00:40
▲ 손영익 박사

2019년의 송환법에 이어 올해는 보안법 문제로 홍콩 사태가 다시금 시작되고 있다. 구체적인 법률인 송환법에 비해 보안법은 적용 범위가 크므로 작년 이상의 엄중한 상황이 전개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오는 28일 전국인민대표(전인대)에서 처리한다고 공식발표 된 이후, 대규모 저항이 이미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홍콩 문제에 대해 우리는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2019년 홍콩 사태 당시 관련 언론 기사를 꾸준히 읽었었는데, 많은 경우에 민주 대 반민주 대결 구도로 묘사되어 있었다. 홍콩의 상황을 70-80 년대 한국의 민주화 운동에 빗대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기사들이 틀린 건 아니지만, 한 가지 시각으로 해석한 부분적으로만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기라고 해야할까. 실상 홍콩 사태는 여러 층위가 걸쳐 있는 복잡한 문제다.

그래서 내가 미국 유학 생활을 통해 직접 만났던 중국인, 홍콩인들을 겪으며 느끼게 된 점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이야기 시작에 앞서 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 의견임을 알아주길 바라며, 성급한 일반화나 공격적인 내용 때문에 상처를 받는 독자, 특히 홍콩인이나 중국 본토인이 있다면 미리 사과를 드린다.

폭력 진압/시위의 문제

뉴스에서 폭력이 등장하는 자극적인 사건을 많이 보도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건 핵심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친중파 건달로 의심되는 사람들은 거리의 사람들을 각목으로 무차별 구타했으며, 경찰은 시민에게 총을 발포한 적도 있다. 하지만 시위대는 보도 블록을 던지다 누군가의 머리를 맞춰 사망에 이르게 하였으며, 길거리에서 말다툼을 벌이던 노인의 몸에 기름을 끼얹고 방화하기도 했다.

중국 언론은 후자를, 서방 언론은 전자 위주의 장면을 선별해 보여준다. 이걸 갖고 잘잘못을 따지는 게 큰 의미가 있을까? 물론 시위 과정에서 행사된 폭력에 대해서는 경각심을 가져야 하나, 갈등의 결과로 나타난 모습이 아닌 원인을 파헤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시위대 경찰 양측의 잘잘못에 관한 논의는 깊이 다루지 않겠다.

역사의 문제

홍콩 문제의 근본 원인을 뭘까? 바로 아편전쟁이다. 청나라와 영국이 무역을 하던 중, 물자가 풍부한 중국에 비해 자원빈국인 영국이 재정 적자가 나자 아편을 중국인에게 팔다가 전쟁이 난 것. 전쟁에 진 청나라는 홍콩을 빼앗겼고 150년이 지나서야 되찾을 수 있었다.

게다가 아편전쟁 이후로 청나라가 별 것 아님을 알게 된 서구 열강들이 너나없이 달려들어 중국을 반식민지화 했다. 이런 역사가 있으니 중국 입장에서는 문제의 원흉인 영국 등 서방국가들이 이제 와서 홍콩 인권을 들먹이며 간섭하는 게 듣기 싫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애초에 이런 상황이 누구 때문에 시작됐는데?

정서의 문제

150년이나 떨어져 살다 보니 홍콩인들은 자신들을 중국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일례로 예전 대학원에서 알게 된 홍콩 출신 동료가 있었는데, 처음 만났을 때 의례적인 인사로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니 자신은 홍콩인이라며, 홍콩을 유독 강조하는 것이었다. 홍콩은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중국인이라고 대답하는 게 상식적으로 맞지만, 북미의 많은 홍콩 유학생들은 그와 같이 홍콩 출신이라고 대답을 한다.

누가 같은 질문을 했을 때 한국인이라고 말하는 나로서는 궁금했다. 이들은 홍콩이 중국보다 낫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말하는 걸까? 게다가 우연히도 그 홍콩인은 내가 알던 다른 중국인 친구들보다 전문 분야에서의 실력이 좀 떨어졌다. 그렇지만 홍콩 출신이라는 자존심만큼은 강하게 내세웠기에, 나로서는 꼭 그렇게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었다.

▲ 홍콩에서 새로운 보안법을 제정하자는 제안에 반대하는 계획적인 시위를 앞두고 2020년 5월 24일 홍콩 코즈웨이베이 지구에서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시위대가 모이고 있다. ⓒAFP

개인적인 차원을 떠나 국가적인 수준에서도 양상은 비슷하다. 예전에야 홍콩이 훨씬 발전되어 있었지만, 2020년으 중국은 이미 여러 면에서 홍콩을 추월했다. 이 상황에서 홍콩인이라고 굳이 강조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뚜렷한 근거는 없지만 나의 생각으로는, 홍콩인들 입장에서는 예전에 자신들보다 못하다고 여겼던 중국인들에게 추월을 당한 게 조금은 못마땅한 게 아닌가 싶다. 지하철에서의 공중도덕 등 시민의식이 부족해 보이는 본토인들이, 부동산 거품으로 축적했을 지도 모를 재산을 갖고 홍콩에 와서 명품 쇼핑을 하는 모습이 영 못마땅해 보였을 지도 모르겠다. 그에 반해 본토인들은 아직도 그들을 얕잡아 보는 홍콩인들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을 것이다.

다시금 홍콩인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렇게 마음이 상한 상태에서 자신들이 싫어하는 중국이란 국가를 받아들일 수가 없는 거다. 반대로 중국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게 매우 자존심 상하는 일이 된다. 이 지점에서 이들의 정서적인 거리가 존재한다.

그렇다고 홍콩인들이 영구히 독립하여 ‘홍콩인’이 되길 원하는 건 아닌 듯 하다. 시위대 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독립 요구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다들 언젠가는 ‘중국인’이 되어야 하는 걸 마지 못해 인정하지만, 현재의 중국은 정말 너무도 싫어서 어쩔 줄 모르는 상태가 아닐까 짐작해 본다.

경제의 문제

똑같은 중국 정부인데, 왜 본토인들은 별 불만이 없고 홍콩인들은 불만이 폭발할까? 경제 문제에 그 실마리가 있다.

1997년과 2017년을 비교했을 때, 중국인의 월급이 10배 이상 뛸 동안 대졸자 홍콩인의 월급은 오히려 줄었다. 밀려온 중국 자본 때문에 홍콩의 아파트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평당 1억을 넘어가지만, 대학 졸업생의 초봉은 월급 기준 200만원을 조금 넘는다. 이러니 불만이 폭발할 수 밖에 없다.

중국에서도 홍콩의 부동산 상황은 인지하고 있으나 문제가 그렇게 쉽게 풀리지는 않는다. 홍콩 정부는 타 국가들에 비해 통제력이 약한 매우 작은 정부이고, 실상 몇 개의 거대 부동산 재벌이 주택 공급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 부동산 기업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므로 충분한 양의 주택을 공급하지 않고 있다. 정부에서 쓸 수 있는 방법이 없지는 않지만, 이 또한 환경운동가들과의 의견 충돌로 진행이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10년 째 세계 최고 집값을 유지하고 있는 홍콩의 부동산 문제의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홍콩 청년들의 미래는 있긴 한걸까?

불신의 문제

처음에 이야기했던, 신문에 자주 다뤄지는 민주주의 이슈는 홍콩인들의 중국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근본 원인이라 보고 있다. 2019년의 5대 요구 사항 중에 '보통선거'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사실 영국 식민지 시절 홍콩인들은 지금의 행정 장관 (헌재 캐리람)에 해당하는 홍콩 총독을 투표로 뽑지 않았다. 그렇다고 영국의 정치인들을 뽑을 수 있는 투표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1992년에 선거 제도 개혁이 이뤄졌으나, 이 또한 1997년의 반환을 앞두고 급하게 시행된 일이었다. 이렇게 제도상으로만 본다면, 식민지 시절이 지금보다 딱히 더 민주적이라고 말하기도 힘들다.

그렇다면 식민지 시절에는 그다지 원하지 않던 투표권을 왜 지금에 와서 강력하게 요구할까? 영국 정부는 믿을 수 있으나 중국 정부는 믿을 수 없다는 것 말고는 설명할 수 없다. 중국 정부의 리더쉽을 믿을 수 없으니 내 손으로 대표를 직접 뽑겠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상상하 듯 중국 정부가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잡아가서 가두는 건 절대 아니지만, 위구르 캠프 (중국 정부에 주장에 따르자면 교육 시설), 파륜궁 등 국제 사회로부터 제기된 인권 이슈가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홍콩에는 그런 문제가 없으니 홍콩인들로서는 송환법 및 보안법 등 이슈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자신의 안전이 염려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 인권문제 하나의 이슈였다면 작금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년간 홍콩인의 삶을 본토의 도시 중산층만큼 풍요롭게 해주었다면, 아마 그들은 현재 수준의 시위를 일으키지 않았을 테고 정부에 대한 불신도 지금처럼 깊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중국 정부는 홍콩인들의 신뢰를 얻는데 실패했다.

해결책의 부제

서구 언론들은 영국과 중국 사이의 조약을 존중해 50년동안 일국양제를 철저히 지켜야 된다고 하지만, 내 의견은 다르다. 그렇게 분리된 채 다른 국가처럼 살다가 그 50년의 기한이 만료된 후에는? 지금 있는 문제가 그 때라고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점진적으로 긴 세월에 걸쳐 융합시키려는 중국 정부의 시도 자체는 별로 나무라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문제는 현상태에서는 평화롭게 융합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홍콩을 특별 취급해 준다면 비슷한 요구가 도처에서 빗발칠 것이므로 쉽게 이것저것 양보할 수 없다. 소수민족들 위주로 너도나도 독립한다고 난리를 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홍콩, 선전 일대를 중국판 실리콘 밸리로 육성하려는 야심 찬 계획을 품고 있기에 더더욱 홍콩을 잘 통제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홍콩인들 입장에서는 그들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여겨지는 데다 생활의 문제 또한 명쾌히 해결해주지 못하는 정부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마치며

이렇게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코로나바이러스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는 작년을 능가하는 혼란이 일어날 지도 모르겠다. 대형 태풍이 되지 않고 평화롭게 타협점을 찾길 바라보지만, 그게 과연 가능할 지 걱정스럽다.

손영익 박사는 서울대학교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후 유학길에 올라, 미국 하버드 대학교로부터 기계공학과 양자 기술을 접목한 적용한 연구로 응용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8년부터 현재까지 실리콘 밸리 스타트업에서 양자컴퓨터 하드웨어 개발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양자 기술 관련 분야를 망라한 다양한 분야에서 총 10편 이상의 논문을 저술하였다.

손영익 박사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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