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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지원금다시 한번 보편복지를 생각해야 할 때
원용철 목사(대전 벧엘의집) | 승인 2020.06.06 16:27

이젠 조금은 잠잠해졌지만 지난 주간까지만 하더라도 벧엘식구들 중에 주말이면 삼삼오오 함께 외박을 하거나 식당에서 회식을 하는 분들이 많았다. 계절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재난지원금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대전시가 중위소득 이하의 가구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했고, 정부가 모든 가구에 40만원부터 최대 100만원까지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갑자기 주머니사정이 좋아진 것이다.(울안식구들 상당수가 벧엘의집에 주소지를 두고 있기에 재난지원금 지급을 받을 수 있었다.)

재난지원금이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영세 자영업자를 돕고 내수를 활성화하기 위해 주로 지역 내 식당이나 소형 점포에서 사용하도록 되어 있어 함께 인근식당에서 회식을 하거나 평소 고마왔던 사람들에게 식사대접을 하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나 또한 몇 번 뜻하지 않게 재난지원금이 나왔다는 핑계로 식사대접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코로나19로 지급된 재난지원금은 지역 상권을 활성화시키는데도 한 몫 했을 뿐만 아니라 서로 정으로 나누는데도 톡톡히 한 몫 한 것은 사실이다.

일부 보수언론에서 국가 재정만 소비했을 뿐, 전혀 효과가 없다고 억지를 쓰는 것과는 정반대로 내가 느끼기에는 재난지원금이 지역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멀어졌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조금은 가깝게 연결해 주는 것 같아 훈훈한 마음이 든다. 분명 이번 대전시의 재난지원금이나 문재인정부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로 위축된 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 마중물로서의 충분한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사회에서 재난지원금 또는 재난기본소득이 이렇게 현실로 이루질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나 또한 전 국민 기본소득제 도입을 찬성하지만 이번 정부에서 비록 일회성이지만 전 국민 재난지원금(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런 일련의 모습들을 보면 분명 보편적 복지 실현과 복지국가를 향한 걸음을 조금씩이나마 떼는 것 같아 다행이다.

한 번 생각해 보자. 지금은 보편화 된 이야기지만 우리사회에서 보편적 복지 담론인 무상보육이나 무상급식이 주장이 나왔을 때 일부 보수 정치인이나 보수 언론들은 대표적인 포플리즘이라고 비판을 넘어 비난에 가까운 소리를 냈다. 대다수의 국민들도 좋은 정책이기는 하지만 우리사회에서 실현가능할까를 의심한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이제는 무상보육이나 무상급식이 당연한 복지정책이 되지 않았나? 마찬가지로 이번 재난지원금도 비록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코로나19 상황에서 지급된 것이기는 하지만 복지국가를 향한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얼마 전 대전에서는 대전역 인근 쪽방촌 도시재생 사업이 발표되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도시재생사업이나 주거환경개선 사업 등 국가의 공공주거정책은 한 마디로 주거복지정책이 아닌 주택보급정책이었다. 그런데 이번 대전역 인근 쪽방촌 도시재생 사업은 공공주거정책으로 보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그동안 주거운동단체들이 요구해왔던 것들을 많은 부분 담고 있다.

우선 도시개발지역 내에 영세 사업자들이나 세입자들이 도시개발이 완료되면 다시 정착할 수 있도록 충분한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아무리 많은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해도 임대료가 비싸면 재정착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번에는 현재 기존에 부담하고 있는 수준의 임대료로 재정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도시개발이 단기간 안에 끝나는 것이 아니기에 개발이 완료되는 시점까지 지낼 수 있는 이주단지는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대부분 현재 살던 곳에서 쫓겨나는 순간 모두 뿔뿔이 흩어지고 말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입자들이 흩어지지 않고 기존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인근 여관을 장기 임대하여 개발이 완료될 때까지 이주시키겠다고 하니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된 주거정책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이런 도시재개발정책도 그냥 얻어진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목숨으로 항거했기에 지금에서라도 이런 착한개발, 제대로 된 주거정책 실현의 첫 걸음을 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분명 코로나19 재난지원금도 명암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재난지원금 실험이 우리사회가 보편적 복지실현을 통해 국가다운 국가, 국민이 승리하는 국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향한 첫 걸음이 되길 간절히 소망해본다.

원용철 목사(대전 벧엘의집)  bethelhouse525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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