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방법은 몇 가지나 될까요? 한국 개신교에서 기도라고 하면, 대략 세 가지 정도가 주를 이룹니다. 소리 내서 말하는 기도, 속으로 말하는 기도, 방언으로 하는 기도. 그러나 앤소니 드 멜로의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이미림 역, 서울: 성바오로, 1986)에만도 47가지 기도방법이 나옵니다. B.M. 미한은 치유라는 주제만으로 열 가지 기도를 알려줍니다(『치유를 위한 10가지 기도 방법』, 강우식 역, 서울: 바오로딸, 2001).

많은 기도법을 통달해야 하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한 마디 기도일지라도 진심을 담아 삶으로 드린다면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쉬지 말고 기도하라는 말씀을 삶으로 실천하려 한다면, 주님과 동행하는 삶의 기도를 살아내려 한다면, 기독교 2천 년 역사가 낳은 풍성한 방식들이 적지 않은 도움이 됩니다. 기도가 하나님과의 만남이고 대화고 사귐일 때, 일방적으로 말하기만 하는 방식보다, 듣고 그려보고 바라보고 행동하는 다양한 기도가 어찌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다양한 기도가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발견하면, 기도의 균형을 깨닫게 됩니다. 수도자들의 기도전통에 관심이 있는 분은 센터링침묵기도나 예수기도, 렉시오 디비나(거룩한 독서)를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서로 다른 기도들에서 일상의 흐름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며 노동을 이어갔던 삶의 흐름입니다. 그 흐름이 어느 하나에 고착되지 않는 균형을 일깨웁니다.

▲ Ana Montiel, 「FIELDS 38」(2018) ⓒGetty Image

말씀과 기도와 노동이 하나로 이어진 흐름을 스케치해 보면 이렇습니다. 말씀을 읽고 상상해보고 생각해봅니다. 주님께서 그 구절을 통해 하시려는 말씀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솟아오르는 마음을 주님께 아룁니다. 대화가 깊어가다가 때론 조용히 주님의 품에 모든 것을 맡기고 쉬기도 합니다. 일터에서 노동하면서도 하나님 말씀을 곱씹고 또 곱씹습니다. 소가 되새김질을 하듯 계속 음미하면서 그 말씀이 살과 피가 되고, 무슨 일을 하던 영혼은 하나님을 향해 깨어있습니다. 하나님과 함께 일하고 함께 거합니다. 말씀과 기도와 노동, 일상 전체를 관통하여 흐르던 기도의 흐름입니다.

거칠게 묘사한 이 흐름 속에서 다양한 기도 방법이 잉태되었습니다. 말씀을 읽고 생각하고 상상해보는 ‘묵상기도’나 ‘복음체험기도’ 필요한 바를 청하는 ‘간구기도’, 하나님의 현존과 활동에 자신의 모든 것을 열어 드리는 ‘센터링침묵기도’, 말씀이 자신을 읽도록 한 구절이라도 일상 내내 곱씹는 ‘렉시오 디비나’, 예수님의 이름을 쉼 없이 부르는 ‘예수기도’. 마치 빛이 스펙트럼으로 나뉘어 다양한 색깔이 되듯, 주님과 동행하던 일상의 흐름에서 맺힌 열매들입니다.

기도는 그 스펙트럼 안에서 적극적인 방식에서부터 소극적인 방식까지 다양합니다. 센터링침묵기도는 가장 소극적인 방식으로 주님의 현존과 활동에 자신을 맡겨드리는 지향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처음 접하면 이게 뭐하는 건가, 기도인가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그렇게 주님께 모든 것을 맡기는 쉼을 너무 행복해 합니다. 사실 사랑하는 이와 마주 보고만 있어도 좋으니까요.

뭔가 열심히 해야 속이 후련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머니 품에 안긴 아기처럼 바라보는 것만으로 충분한 사람도 있습니다. 전자에게 센터링침묵기도는 너무 답답할 테고, 후자에게는 예수기도가 너무 힘겨울 것입니다. 그래서 자기 성향에 따라 쏠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기도는 단순히 자기 좋은 것만 편식하는 자아도취나 자기함몰은 아닙니다. 말씀과 기도로 일상의 노동과 쉼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이뤄가는 기도라면,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잡습니다.

치우치지 않는 기도를 그려봅니다. 구한 모든 것을 믿기만 하면 들어주신다며, 이미 이뤄진 것으로 믿는 상상에만 긍정의 힘을 사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함께 계신 하나님을 믿고 긍정하는 적극적인 상상도 기도가 됩니다. 그렇다고 환타지에 빠지지는 않습니다. 늘 성경말씀을 닻 삼아 중심을 잡기 때문입니다. 끊임없이 구하기만 하는 간구에 묶이지 않습니다. 듣고 또 듣는 침묵 속에서 안식을 누릴 것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업무의 몸짓에 말씀 한 구절 담아서 기도 삼습니다. 노동이 예배가 되는 구체적인 경험이 깨어납니다. 모든 몸짓이 영과 진리로 드리는 예배가 됩니다. 동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귀 기울임도, 발걸음 하나하나도 기도가 됩니다. 주님의 현존과 활동에 자신을 여는 기도가 될 것입니다. 삶이 예배고 기도라는 말은 이렇게 살아있는 몸을 입습니다.

하태혁 목사(단해감리교회)  devi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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