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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역사와 감사하는 국민 마음 대신할 뿐”박형규 목사와 박찬국 교수 등 ‘민주주의 발전 유공자’ 12명 국민훈장 모란장 친수
이정훈 | 승인 2020.06.10 17:27

오랜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민주화를 외친 6.10민주항쟁이 서른 세돌을 맞았다. 1987년 초에 발생한 박종철 학생 고문치사 사건이 도화선이 되었다. 당시 박종철 학생의 선배였던 박종운 의장의 행방을 알아내기 위해 박종철 학생을 연행한 경찰들이 그에게 갖은 고문을 가한 끝에 사망하자 이를 은폐하기 위해 공작을 펼치게 된다.

피로 점철된 6.10민주항쟁

하지만 박종철 학생 사망 후 부검 결과, 시신에는 수많은 피멍과 물고문, 전기고문의 흔적들이 역력했고 당시 부검을 맡았던 의사는 고문에 의한 사망임을 정식으로 확인하면서 사태는 커기게 되었다. 국민들은 분노의 표시로 경적을 울리는 시위를 하기도 했다. 결국 고문 경찰들을 처벌하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 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당시 전두환 정권은 4.13 호헌조치를 발표하며 “개헌 논의는 서울올림픽이 끝나는 후에 하자”로 대통령 직선제 개헌 논의는 묵살되었다. 박종철 학생 고문 사망 사건으로 분노에 차 있던 민심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었다. 여기에 대통령 취임 때부터 “7년 임기를 마치면 무조건 떠나겠다.”고 약속해온 전두환은 토임 이후에도 실권을 유지하기 위해 의원내각제 개헌을 구성하고 있던 것이 드러나면서 민심은 더욱 격앙되었다.

그런 와중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김승훈 마티아 신부가 5.18 민주화운동 7주기 추모 미사에서 박종철 군의 고문치사 사건이 축소·은폐되었고 고문경찰은 모두 5명이었다는 것을 폭로하면서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상승했다. 이 발표된 과정이 매우 극적이었다. 당시 고문치사 사건 주범들은 사건 축소, 은폐로 자신들이 모든 죄를 뒤집어쓴 것에 대해 억울해하며 감방에서 소리를 질러댔다.

이것을 우연히 근처 방에 수감 중이던 재야민주화운동가 이부영이 듣게 되어 교도관에게 문의했더니 “박종철 사건이 은폐조작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흘러나온 것이었다. 이부영은 이에 크게 분노하여 관련 내용을 휴지에 써서 다른 교도관을 통해서 외부에 내보냈고, 이를 받은 김정남 전 수석이 정의구현사제단에 전달하여 발표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사건이 축소 조작되었음이 새롭게 밝혀지자 경찰과 정부의 도덕성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여론은 폭발했고, 야당과 재야운동권은 고문 살인 은폐 조작을 규탄하는 대규모 대회를 열었다. 5월 27일 향린교회에서,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약칭 국본)”가 결성되어 그간 분열되어 있던 민주 세력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국본은 6월 10일 민정당(민주정의당)의 대통령 후보 지명 전당대회 날에 맞춰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은폐를 규탄하는 집회를 서울을 비롯한 전국 22개 도시에서 열기로 했다. 또한 각 대학에서도 시위의 열기가 올라가기 시작했는데, 5월 말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뭉쳐 종로로 나왔다. 이날 시위에는 이전과 달리 일반 학생들의 참여가 크게 늘었다.

그뿐만 아니라 종로에서 학생들이 단체로 드러누워 집회를 하다 경찰이 체포하려 하자 시민들이 항의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6월 초, 국본은 서울시내에 약 20만 장의 전단을 뿌려 집회 사실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각 대학에서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더욱 결정적인 사건은 6월 9일에 발생했다. 전국 각 대학 학생들은 10일 집회 하루 전, 각 대학 교정에서 사전집회를 연다. 연세대학교도 예외가 아니어서 천여 명이 노천극장에 모여 사전 집회를 진행했다.

당시 학생들은 ‘전두환-노태우 화형식’을 끝낸 후 교문 앞으로 진출하면서 사건이 발생했다. 교외로 진출하려는 학생들에게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했는데, 규정을 무시하고 직사로 사격한 최루탄이 연세대생 이한열의 후두부에 직격한 것이다.

이한열은 쓰러졌고, 같은 학교 도서관학과 학생 이종창이 겨우 부축해서 세브란스 병원으로 호송됐다. 하지만 결국 사망하게 되었다. 결국 그렇게 6.10민주항쟁은 시작하게 되었다.

민주주의 발전 유공자 12명에게 모란장 수여

올해로 33주년을 맞은 6.10민주항쟁 기념식은 박종철 학생 고문 사망 사건이 일어났던 옛 ‘남영동 대공분실’, 과거 치안본부 산하 대공수사기관이었던 인권탄압의 현장에서 진행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오전 10시부터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제33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해 “6.10민주항쟁은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기적이 아니다.”라며 “이제 더 다양한 민주주의를 향해 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날 사상 처음으로 ‘민주주의 발전 유공자’ 12명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친수했다. 이소선(전태일 열사 어머니)·조영래(변호사)·지학순(주교)·조철현(조비오 신부)·박정기(박종철 열사 부친)·성유보(언론인)·김진균(교수)·박형규(목사)·김찬국(대학 총장)·권종대(농민)·황인철(변호사)·배은심(이한열 열사 어머니) 등이 모란장을 받았다.

특히 문 대통령은 “전태일 열사를 가슴에 담고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평생을 다하신 고 이소선 여사님, 반독재 민주화 운동으로 일생을 바친 고 박형규 목사님, 인권변호사의 상징이었던 고 조영래 변호사님, 시대의 양심 고 지학순 주교님, 5·18민주화운동의 산증인 고 조비오(철현) 신부님,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장으로 오랫동안 활동하신 고 박정기 박종철 열사의 아버님, 언론민주화를 위해 투쟁한 고 성유보 기자님, 시대와 함께 고뇌한 지식인 고 김진균 교수님, 유신독재에 항거한 고 김찬국 상지대 총장님, 농민의 친구 고 권종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님, 민주·인권 변호의 태동을 알린 고 황인철 변호사님, 그리고 아직도 민주주의의 현장에서 우리와 함께 계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님과 해외에서 우리를 지원해주신 고 제임스 시노트 신부님, 조지 오글 목사님, 실로 이름 그 자체로 대한민국 민주주의이며, 엄혹했던 독재시대 국민의 울타리가 되어주셨던 분들입니다.”라며 이름과 이들을 짧막하게 언급하며 회고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의 훈·포장은 정부가 드리는 것이지만, 자랑스러운 민주주의의 역사와 감사하는 국민의 마음을 대신할 뿐이다.”라며 “정부는 앞으로도 예우를 다해 독립, 호국, 민주유공자들을 모실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드시 4.3의 명예회복을 이루고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온전히 규명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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