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칼빈은 『기독교강요』 제2권 14장에서 중보자의 두 본성이 서로 분리되거나 혼동됨이 없이 하나의 인격을 이루는 방식을 설명합니다. 칼빈은 본질의 혼합이 아니라 인격의 통일을 말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아들의 신성은 그의 인성과 결합·통일되어 두 본성은 각각 그 특이성에 손상을 받지 않은채 결합하여 한 그리스도를 이루었다”(II.xiv.1). 이것은 성경이 그리스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완벽한 하나이자 완벽한 분리

그리고 칼빈은 이에 상응하는 성구들을 제시합니다. 예컨대 요한복음 8장 58절의 “아브라함이 나기 전부터 내가 있느니라”는 말씀은 그리스도의 신성에만 해당하는 구절이고, 누가복음 2장52절의 “예수는 지혜와 키가 자라가며”라는 말씀은 그리스도의 인성에만 해당되는 구절입니다. ‘속성의 상통’은 “하나님이 자기 피로 사신 교회”(행 20:28)나 “영광의 주를 십자가에 못 박지 아니하였으리라”(고전2:8) 같은 구절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칼빈에 의하면 특질들의 이동(신성에서 인성으로 그리고 반대로)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것은 단지 “수사적인 표현”(II.xiv.1)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하늘에서 내려온 자 곧 인자 외에는 하늘로 올라간 자가 없느니라”(요 3:13)와 같은 성구들은 그리스도의 인성의 현실적인 특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꼭 같은 한 분이 동시에 하나님이시며 또 사람이시기 때문에, 두 본성의 연합을 위해서 그가 한 분에게 속한 것을 다른 분에게 주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II.xiv.1). 이러한 맥락에서 칼빈은 고대의 그리스도론적 이단들을 비판합니다. 하나는 그리스도의 두 본성을 구별하지 않고 분리시킴으로써 “이중의 그리스도”를 생각한 네스토리우스주의입니다. 다른 하나는 그리스도의 두 본성을 혼동했던 유티케스주의입니다. 두 본성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연합되지만, 단 하나의 본성(단성론)을 형성하기 위해 혼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II.xiv.4). 칼케돈 회의는 바로 이 두 사람의 교리를 부정한 것입니다.

▲ 칼빈과 세르베투스는 기독론으로 인해 갈등하게 되고 결국 세르베투스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다. ⓒGetty Image

그러나 칼빈은 그의 동시대인인 세르베투스를 저 두 이단 못지않은 치명적인 이단이라고 비판합니다. 그는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것은 단지 성령으로 인해 처녀의 태중에서 났기 때문일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즉 두 본성의 구별을 없애고, 그리스도를 얼마간의 신적인 요소와 인간적 요소의 혼합체일 뿐이지 하나님이며 동시에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칼빈에 의하면, 세르베투스의 논리는 그리스도가 육신으로 나타나기 전에는 하나님 안에 단지 그림자 같은 형상들로만 있었다는 생각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들의 진리 또는 효력은􏰀 하나님의 아들이 되는 영예를 받도록 정해졌던 말씀이 참으로 하나님의 아들이 되기 시작했을 때에 비로소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칼빈은 단도직입적으로 이런 견해를 거부하면서 “우리는 처녀에게서 난 중보자는 원래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고백한다”고 주장하며, 다음과 같이 천명합니다.

육신을 벗어난 로고스는 없다

이 교리는 신약성경이 그리스도에 대하여 증언하는 것과 일치합니다. 복음서와 서신들은 우리에게 하나님은 그리스도 안에 계셨고, 그리스도는 한 인간이셨으며, 우리는 예수 안에서가 아닌 다른 곳에서는 하나님을 찾지 못한다는 것과 다른 어떤 것을 말하지 않습니다. 칼빈이 칼케돈 신조를 따라서 말하고자 한 것은 다만 성경이 말하는 것을 분명하게 드러내줄 뿐입니다.

그러나, 교회사를 일별하면, 세르베투스와 같이 언제나 ‘육신을 벗은 하나님의 말씀’(Logos Asarkos)을 신학의 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칼빈은 “영원한 말씀은 육신을 입기 전에 이미 하나님의 아들이시었다”고 천명합니다. 다시 말하면, ‘성육신한 로고스’(Logos Ensarkos)만이 신학의 유일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하나님이 인간이 되셨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때 우리는 하나님의 영원한 의지와 목적, 그리고 결심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것들 배후에서 하나님의 아들 그 자체, ‘육신을 벗은 하나님의 말씀’, 다시 말하면 성육한 말씀과 다른 하나님의 말씀을 찾으려고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의 자유롭고 은혜로운 의지에 의하면, 하나님의 영원한 아들은 시간 속에서 살고 죽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이지 어느 다른 자가 아닙니다.

그는 시간 속에서의 하나님의 결정이고, 그 결정은 영원 전부터 내려진 것입니다(엡1:4, 참조). 이 결정은 하나님의 넘치는 은혜 가운데서 내려진 것이며, 구속력 있게, 피할 수 없게, 철회할 수 없게 일어났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것을 취소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무시하고 이 형식과 내용이 없는 ‘로고스 그 자체’, 이 형식과 내용을 갖지 않는 하나님의 영원한 말씀을 상상해서는 안 됩니다.

영원한 말씀은 육신을 입기 전에, 이미 하나님의 아들이셨습니다. 우리는 단지 그와 같은 로고스를 상상할 수 있을 뿐입니다. 만약 이와 다른 로고스를 생각한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계시와 행동에서 추상된 신성과 마찬가지로, 필연적으로 공허한 개념이 될 것이고, 우리는 우리가 자의적으로 고안해낸 개념들로 그것을 채워놓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육신을 벗은 로고스’가 인간 예수 아닌 다른 매개물들을 통하여 그 자신을 계시하지 않을까, 하는 문제에로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육신을 벗은 로고스’의 개념 아래서, 우리는 이른바 ‘숨어계신 하나님’(Deus absconditus)께 경의를 표할 것이고,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가 우리 자신을 위해 만들어놓은 어떤 하나님의 형상, 결국 우상에 경의를 표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최영 소장(기독교장로회 목회와신학연구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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