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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패러다임으로 전환을 촉구한다지구 살림살이를 위한 녹색성장-녹색성장의 생명학적 토대 구축 시도 (5)
이기상 명예교수(한국외대 철학과) | 승인 2020.06.21 16:52
▲ 사회와 경제의 발전에 종속하는 녹색이 아니라 지구 위에 모든 생명 그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 한다. ⓒGetty Image

앞선 글들에서 현대 인류가 맞닥뜨리고 있는 최대의 위기인 기후변화에 대한 한국에서의 대응방식으로서 <녹색 성장>을 대략적으로 살펴보았다. 크게 정책으로서의 녹색성장과 이념으로서의 녹색성장을 개략적으로 검토한 뒤 이에 대한 긍정적 반응과 부정적 반응을 소개하였다. 그런 뒤 이념으로서의 녹색성장에 초점을 맞추어 입안자들이 제시하는 이념과 목표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이념적 대안을 찾으려 시도하였다.

우리는 녹색성장의 지평을 확대하여 거기에 맞갖은 이론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녹색’과 ‘성장’이 더 큰 영역에서 만나게 되는 곳을 ‘생명’, 즉 ‘지구생명’ 또는 ‘우주생명’으로 보고, 녹색성장이 제시하는 패러다임은 ‘생명의 패러다임’이어야 옳다고 주장한다. 그리하여 이 패러다임에 맞는 이론적 토대를 마련해야 하는데, 그것이 곧 ‘생명학’이라고 제시한다. 한국 발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 새로운 국가 패러다임이기를 주장하면서 외국의 이론으로 치장한다면 아귀도 안 맞을뿐더러 설득력도 떨어진다. 그래서 환경학도 아니고 생태학도 아닌 한국의 역사와 문화 속에 각인되어 전수되어 내려온 한국적 생명이해에 바탕한 ‘생명학’이 한국적인 ‘녹색성장’의 이론적 토대가 되어야 하는 당위성이 설득력을 얻는다.

생명을 지구생명과 우주생명의 지평에서 이해하는 생명학은 인간과 그 밖의 다른 생명체도 이런 더 넓은 생명의 망 속에서 고찰한다. 당연히 인간의 살림살이를 다루는 인간경제는 지구 살림살이나 우주 살림살이라는 더 넓은 차원의 경제를 전제하고 펼쳐져야 한다고 본다. 지구생명의 차원에서 인간생명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를 고려해야 하는 생명학은 개개 생물종의 확산이나 보존뿐만 아니라 생명의 창출과 순환, 전개와 유지 등에 절대적인 필수조건에 더 큰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이다. 거기에는 생명의 텃밭인 ‘땅[대지]’과 생명의 숨돌이의 조건인 ‘대기’와 생명의 힘돌이와 피돌이의 길인 ‘물’이 필수적으로 생명의 조건에 맞게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그 다음 개개의 낱생명의 생존에 필요한 물리화학적·생물학적 조건들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것들을 통틀어 ‘생태학적 조건’이라고 부른다(문순홍, 2006b: 25 이하, 47 이하).

이러한 생명의 세계에서 인간은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것은 우주생명 진화의 전개과정에서 얻게 된 생명학적 지위이다. 물리화학적 진화를 거쳐 생물학적 진화에 이른 우주생명은 인간생명에 이르러 인식론적[문화적] 진화의 단계에 올라선다. 인간에 이르러 이제 우주는 자연발생적인 진화과정에 더하여 인위적인 발전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인간은 자연을 자신의 삶의 마당으로 개발하여 살기 좋은 터전으로 가꾼다. 정치경제의 조직이 구성되고 기술과학이 발달하고 종교와 예술이 꽃을 피우며 인간만의 독특한 문화세계가 펼쳐진다. 이러한 인간으로서의 인간다움을 위한 조건을 우리는 ‘환경학적 조건’이라고 이름할 수 있다(박이문, 2002: 95 이하; 박찬국, 2004: 271 이하; 오귀스탱 베르크, 2007: 147 이하, 245 이하).

이렇게 생명은 물리적 자연세계에 바탕하여 생물권의 생명세계를 공생의 조건으로 삼아서 인간의 의식[문화]세계를 만들며 현재에 이르렀다. 생명학은 우주생명 또는 지구생명의 관점에서 이 모든 생명의 조건들을 고려하여 생명의 경제[녹색 경제]를 펼쳐나가려 한다. 생태학은 생물권의 확산과 유지에 관심을 두며 그 안에서의 조화로운 인간생활에 주목하는 생태경제학을 모색한다. 환경학은 인간생명에 초점을 맞추어 인간의 삶의 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인간경제를 추구한다(문순홍, 2006a: 255 이하; 김명식, 2002: 10장; 최민자, 2007: 657 이하; 마크 마슬린, 2010; 폴 로빈스, 2008: 200 이하; 데이비드 벨, 2005: 329 이하).

지구생명의 차원에서 지구 살림살이를 걱정하는 생명경제는 지구에서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들이 더불어 함께 조화롭게 서로 살리며 살아가기 위해서 발달된 인간의 모든 능력을 다 활용해야 한다.

지구생명성장에 도움이 되는 한 발달된 기술과 과학을 동원하여 기후변화의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여기에 자본주의 시장체제를 활용하여 인간중심의 경제적 성장을 벗어나 지구 살림살이를 꾸려나갈 수 있는 생명의 경제[녹색경제 또는 생태경제]를 실행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구생명의 조건인 대지와 대기와 물을 우선적으로 보호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열대우림지 보존, 강·하천·습지 보존, 생물종 보호, 대기정화,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 감축 등의 노력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저탄소 녹색성장은 신·재생에너지 개발, 에너지 효율성 향상, 녹색산업 진흥이라는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거기에 탄소배출권 총량제와 탄소세 등과 같은 시장체제 아래에서의 정책적 대안을 궁리할 수 있다(이재훈, 2010: 127 이하; 임은모, 2009: 157 이하; 조명래, 2006: 222 이하, 389 이하; 이필렬, 2004: 419 이하; 알트 프란츠, 2003: 363 이하).

생명성장으로서의 녹색성장은 기술과 과학의 발달을 활용한 경제적 성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정치의 발전과 그에 따른 윤리·도덕적 성장도 고려하여 그에 맞는 생명의 정치[생태민주주의]와 생명의 윤리를 추구해야 한다. 시장에 바탕한 경제적 성장이 개인소유와 이윤추구라는 원리에 의해 주도되는 무한경쟁 속의 성장을 의미하기에 약자와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와 윤리도덕이 요구된다. 정부와 시장이 손을 맞잡고 생태계의 파손을 최소화하면서 인간이라는 종생명이 서로서로 함께 어울리면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삶의 조건들을 갖추어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인간 행위의 지침이 되는 윤리도덕이 정립되어야 한다. 생명성장을 염려하는 생명중심의 생명윤리가 자리매김되어야 할 것이다(강수돌, 2004: 178 이하; 나카무라 히사시, 2003: 377 이하; 리처드 노가드, 2006: 279 이하; 오귀스탱 베르크, 2006: 224 이하; 게오르그 빈터, 2006: 313 이하).

인간의 성장은 이에 멈추지 않고 의식과 정신의 차원에서의 성장 또는 성숙으로 이어진다. 인간은 자기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반성할 뿐 아니라 집단의식의 산물인 정치제도와 경제체제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거리를 두고 더 나은 대안을 찾아 나선다. 더 나아가 윤리도덕의 기준, 인간의 욕망, 인간의 의식, 인간의 본성 그 자체에 대해서까지 물음을 던지며 삶의 의미와 목적이 무엇인지 논의한다. 전체에 대해 물음을 던지는 이성적 존재로서의 인간은 사회 전체[사회계], 생물 전체[생물계], 자연 전체[자연계], 지구 전체[지구계], 우주 전체[우주계] 등의 시스템들이 어떻게 서로 연관되어 돌아가고 있는지에 관심을 가진다. 그리고 그것들의 원만한 운영을 위해서는 무엇이 요구되는지 궁구한다.

문화의 발전과 더불어 의식이 성장한 인간은 인류가 이제 국가와 민족의 울타리와 정치이념 그리고 경제체계의 차이를 벗어나 하나의 지구 생명문화 공동체를 이루고 있음을 의식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의식 속의 인간은 마땅히 우리가 인간중심의 인간경제가 아닌 지구생명을 걱정하는 지구 살림살이[지구 경제]를 꾸려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구촌 시대 지구 살림살이를 위한 세 축은 정치, 시장[경제] 그리고 문화시민[단체]이다. 이 세 중심요소들은 자연계, 생명계, 인간계의 서로 살리는 더불어 삶에 초점을 맞추어 지구 위 생명체들 간의 소통과 화합의 생명문화가 전개되도록 노력해야 한다(제러미 리프킨, 2005: 311 이하).

이러한 생명문화의 필요성을 제러미 리프킨은 아래와 같이 강조한다.

“우리는 기후변화의 ‘실시간적’ 영향이 세계 전 지역에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수많은 인류를 절박한 상황으로 몰고 가는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 결정적인 시기가 닥치면, 우리는 하나의 행성을 공유하고 있으며, 모두가 그 하나뿐인 행성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우리 이웃의 고통이 곧 우리의 고통이라는 자각이 기정사실화 될 것이다. … 모두가 협력하여 생물권 전체와 집단적으로 우호적 관계를 맺을 때에 비로소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물권 의식이 우선되어야 한다.”(제러미 리프킨, 2010: 760.)

이기상 명예교수(한국외대 철학과)  saemom@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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